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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학 칼럼: 의미를 찾는 인간

50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6-04

[인간학 칼럼] 의미를 찾는 인간

 

 

인간을 서사적 존재라고 하는 까닭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론,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에 대한 나 자신의 이해가 담겨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해석한 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그 이야기는 곧 내 삶이자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를 서사라고 하는 까닭은 어렵게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는 일정한 의미 체계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다가올 삶과 내일의 우리 존재에 대해 기획합니다. 그것이 내 삶의 모든 것이며, 내 존재 전부가 그런 서사를 통해 해명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의 서사가 곧 나 자신입니다. 서사를 바꾸면 내 삶과 그 안의 관계가 바뀌게 되고, 다가올 삶도 새롭게 이루어집니다. 내 삶에 담긴 객관적 사실과 무관하게 그 안의 의미는 이 서사를 통해 거듭 새롭게 드러나게 됩니다. 서사의 새로움은 내 존재의 새로움이니, 나의 서사가 바로 나 자신인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삶의 서사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의미입니다. 의미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나의 이해이며 나의 해석입니다. 인간은 경험하는 모든 것, 만나는 모든 사람, 살아가야 할 모든 삶에 거듭거듭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 의미가 곧 서사의 본질이며, 내 삶의 모든 것입니다. 단순한 이야기를 서사로 드높이는 것은 바로 그 안에 담긴 의미입니다. 이 의미는 내 삶의 진실이며 내 존재의 의미입니다. 그 의미 전체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은 그 의미 안에 담겨있으며, 그 의미를 통해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무의미한 일을 참지 못합니다. 삶이 지겨운 까닭은 그 안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의미가 있으면 어떻게든 이겨내게 됩니다. 마침내 불가능한 것들이 이루어지고, 전혀 새로운 삶이 다가오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의미가 깊을수록 삶은 드높아지고, 더 높은 존재로 도약하게 됩니다. 인간을 ‘그 이상의 존재’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의미를 통해 결단으로 다가옵니다. 낯설었고 미웠던 그 사람도 다른 존재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 안에 내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 의미를 통해 자신의 삶과 존재를 만들어가는, 로고스(logos)적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이 의미는 어떻게 주어지는 걸까요?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체제를 보통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 체제로서 자본주의와 사물을 해명하고 지식을 설정하는 체제로 과학주의를 말합니다. 그와 함께 정치와 사회 체제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런 체계들은 이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 문제를 개인의 자유와 결단으로 돌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의미 체계는 인간 존재의 근본입니다. 이 체계가 없다면 인간은 깊은 공허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을 존재론적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존재 전체를 결정하는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이 의미를 추구하

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며, 우리 삶의 전부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나는 어떤 의미 체계 위에서 살아가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그를 부둥켜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공허의 심연을 벗어나 그 이상의 존재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2024년 6월 2일(나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서울주보 5면, 신승환 스테파노(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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