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딕토 16세 선종: 회칙으로 돌아보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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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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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선종] 회칙으로 돌아보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교회 전통 살리고 성경에 근거한 신앙 회복에 힘써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1년 4월 22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 금요일 예배에서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CNS
시대를 위한 방향성 제공
회칙은 교황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재임기간 총 3개의 회칙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2005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 복음의 핵심인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를 발표했다. 이 회칙을 통해 교황은 하느님 사랑에 응답하도록 창조된 피조물로서 인간의 역할을 역설했다.
2년 후인 2007년 11월 30일에는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를 발표했다. 교회 공동체와 현대인들이 희망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적 관점에서 말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기도와 고통이야말로 ‘희망을 배우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2009년 6월 29일에는 21세기의 첫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발표했다. 교황은 회칙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와 빈곤, 환경파괴 등 현대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루면서, 진정한 인간 발전을 위한 시민 사회의 연대와 형제애, 인류 가족의 국제적 협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의 미래적 전망을 제시했다.
교황은 3개의 회칙 외에도 권고 「사랑의 성사」와 「주님의 말씀」, 자의교서 「교회 일치」와 「믿음의 문」 등을 발표했고, 저서 「나자렛 예수」를 통해 인격적 만남이라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교황은 라틴어 사용을 권장하고 사용 분야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교회 전통을 살리고 성경에 근거한 신앙 회복을 위해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보급을 확산시켰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즉위한 그해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해 침묵 중에 홀로 기도를 하러 가고 있다. CNS
‘종교 간 일치’, ‘화해’, ‘대화’, ‘평화’
‘종교 간 일치’, ‘화해’, ‘대화’, ‘평화’는 베네딕토 16세를 대표하는 말들이다. 교황은 즉위 직후부터 “그리스도교의 일치와 종교 간 대화, 비신자들과의 대화가 자신의 첫 번째 임무”라고 밝히며 종교와 이념의 벽을 허물고 상호 대화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위 후 첫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와 중동, 라틴아메리카의 평화를 기원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독일 출신 교황으로서 아우슈비츠수용소를 방문해 죽음의 벽 앞에서 나치 만행에 희생된 유다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11월에는 무슬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슬람 국가 튀르키예를 방문해 “사랑은 위험보다 강하다”며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역설했다. 평화를 위한 교황의 움직임은 끝이 없었다. 교황은 그해 12월 그리스 정교회 수장 크리스토둘로스 대주교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종교는 전 세계에 평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성공회 신자 및 성직자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할 수 있는 교회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교회를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 교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교황은 2000년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교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사과하면서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한 잘못을 매우 부끄러워하며 인정한다”고 밝혔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6년 11월 30일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를 방문해 이스탄불의 종교 지도자 무스타파 카그리치(오른쪽) 옆에 서 있다. 교황의 예상치 못한 기도는 2006년 9월 12일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슬람에 대한 인용문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분노를 진정시켰다. 교황이 모스크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반도에 대한 관심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와 화해를 독려했고, 특히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6년 교황청 주재 신임 일본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교황은 “교황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 양자협상과 다자협상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접견하면서는 “한국 국민들은 50년 넘게 가족과 헤어져 사는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 고통에 영적으로 함께 하고 있고, 하루속히 해결되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북한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교황청을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남북 대화의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하리라는 희망을 낳고 있다”면서 전 세계 신자들의 기도를 이끌었다.
온전한 자유로 사임한 교황,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따라서
“하느님 앞에서 거듭거듭 제 양심을 성찰하면서, 저는 고령으로 더 이상 베드로 직무를 수행하기에 맞갖은 힘이 없다는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 선언문 중 일부다.
가장 최근 생존하는 교황이 직무에서 물러난 것은 600여 년 전인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했고, 건강상의 이유로 온전히 자발적 사임을 발표한 것은 2000년 교회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교황은 2월 11일 사임을 발표하고 재의 수요일 다음 날인 2월 14일 로마 교구 사제들과 만남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언급하며 “우리는 교회와 공의회가 진정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세상으로부터 잊힐 것이나, 여러분과 변함없이 함께할 것이고 여러분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며 오히려 사제들을 위로했다.
교황은 육체적 한계를 받아들이면서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이어가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다. 공의회 당시 독일 쾰른대교구장 신학 자문위원으로 모든 회기에 참석했던 교황은 최근까지도 공의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오하이오주 스튜번빌 소재 프란치스코 대학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공의회는 의미심장할 뿐만 아니라 필요했고, 현대 세계 안에서 교회의 문제는 마침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역설하며 마지막까지 교회와 시대의 사명을 분명히 밝혔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8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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