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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67: 샤를르 페로 (상)

42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4-11-18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67) 샤를르 페로 (상)

유다교 전문가이자 역사적 예수 연구의 대가



샤를르 페로(Charles Perrot, 1929~2013) 신부는 예수 시대의 유다교 전문가로서 「예수와 역사」라는 책으로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 크게 공헌한 프랑스 성서학자다.

그는 1세기 유다교, 역사적 예수 연구,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론과 교회 직무, 사도 바오로에 관한 저서들을 통해 20세기 가톨릭 성서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떠나갔다.


생애와 저작

페로 신부는 1929년 2월 16일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물랭에서 태어났고 2013년 11월 11일 고향 물랭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소신학교를 거쳐 17살에 대신학교에 입학했고 1953년 사제로 수품했다. 페로 신부는 대신학교에서 다양한 동방 언어를 배우는 데 열중했는데 수품 후 물랭교구 신학교에서 관심 분야와는 달리 교구장 요구로 2년간 교회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후 페로 신부는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공관복음에 관한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유다인으로 가톨릭 사제가 된 시온회 신부들의 강의를 들으며 유다교 연구에 몰두했다. 나중에 그가 예루살렘성서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한 것도 유다교에 관한 그의 관심이 컸기 때문이었다. 페로 신부는 1955년부터 물랭교구 신학교에서 가르쳤고 1960년 리용가톨릭대학으로 옮겼다가 훠이예(A. Feuillet) 신부의 후계자로 임명돼 1969년부터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동방 언어(시리아어, 아람어)와 신약성경을 가르쳤다.

학생 시절 시온회 신부들과 만남을 계기로 1세기 유다교 연구에 천착했던 그는 고대 유다교 회당의 성경 독서에 관해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했고, 1973년 마침내 「성경 독서, 팔레스타인에서 안식일과 축일 때 읽었던 옛 독서들」(La lecture de la Bible, Les anciennes lectures palestiniennes du Sabbat et des ftes)을 간행했다. 1976년 9권으로 간행된 신약성경 입문 시리즈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했고 1979년 역사적 예수에 관한 연구로서 「예수와 역사」(Jsus et l’histoire)를 간행했다.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초대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


이 밖에 페로 신부는 「가명 필로의 성서 고사기」(Les antiquits bibliques I,II par Pseudo-Philon, Sources chrtiennes, Paris, Cerf, 1976) 역주에 공동으로 참여했고 Cahier Evangile 시리즈에 「예수의 유년기」(Recits de l’enfance de Jesus: Matthieu 1~2―Luc 1~2, Paris, Cerf, 1976)와 「로마서」(Epitre aux Romains, Paris, Cerf, 1988)를 펴냈다. 또한 영어로 출간된 미르카(Mirka)에 유다인 학자들과 함께 주요 논문을 수록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그러다가 1994년 은퇴, 파리가톨릭대학교 명예 교수, 물랭교구 참사위원으로 위촉됐다.

페로 신부는 은퇴 후 오히려 더욱 왕성한 저술 활동을 했는데 「기적이란 무엇인가」(Miracles, tout simplement)를 1995년에 간행하였고 1997년에는 초대 공동체의 그리스도론에 관한 저서로서 「초대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Jsus, Christ et Seigneur des premiers chrtiens)이라는 역저를 냈다. 또 같은 해에 페로 신부는 유명한 Que sais je 시리즈에 「예수」(Jsus)라는 소책자를 간행했는데 여러 판을 거듭하며 독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1999년 페로 신부의 70번째 생일을 맞아 프랑스 성서학계는 「고대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안에서의 음식과 식사」(Nourriture et repas dans les milieux juifs et chrtiens de l’antiquit)라는 기념 논문집을 그에게 헌정하였다. 2000년에는 「예수 그 이후,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직무」(Aprs Jsus, Le ministre chez les premiers chrtiens)라는 책을 냈고 「성경 사전 증보판」(Suppment au Dictionnaire de la Bible, tom XIII, 2005)에 고대 유다교의 ‘회당’에 대한 고고학적이고 역사적이며 또한 전례적인 연구를 담은 장문의 글을 기고하였다.

마지막으로 페로 신부는 「예수와 역사」, 「초대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 「예수 이후, 초대 교회의 직무」라는 예수에 관한 3부작의 연장선상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해 신약성경과 고대 유다교를 배경으로 역사적이고 주석학적 연구를 수년간 진행하여 마침내 2013년 봄에 「1세기 그리스도인들의 관점에서 본 나자렛의 마리아」(Marie de Nazareth au regard des chrtiens du premier sicle, Paris, Cerf, 2013)를 출판했다. 이 책은 페로 신부의 학문적 여정의 종착역이자 그의 모든 저술 활동을 완성하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페로 신부의 저서 가운데 여러 권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그의 주저인 「예수와 역사」(박상래 옮김, 가톨릭출판사)를 필두로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백운철 옮김, 가톨릭출판사), 「초대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백운철 옮김,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예수 이후, 초대 교회의 직무」(백운철 옮김, 가톨릭출판사)가 차례로 번역됐다.


한국교회와 인연

샤를르 페로 신부와 백운철 신부가 파리에서 함께 찍은 사진. 페로 신부는 파리가톨릭대에서 공부한 한국 신부들을 가르치며 한국 교회와 인연을 맺었다.


페로 신부는 1960년대 리용 가톨릭대학교에서 일찍이 박상래 신부와 정양모 신부를 학생으로 만났고 1970년대 중반부터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는 이영길ㆍ김건태ㆍ안병철ㆍ김태원ㆍ이상영ㆍ이중섭 신부 그리고 필자에 이르기까지 십여 명의 한국 신부들을 가르치면서 한국 교회와 인연을 맺었다.

필자는 2000년에 페로 신부를 한국에 초대했고, 페로 신부는 2주간 머물면서 몇 차례의 강연과 함께 한국 교회와 문화와 자연을 경험했다. 특히 페로 신부는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리스도는 당신 생애의 전부라고 고백하며 예수에 대한 역사적인 연구와 그리스도에 대한 실존적인 추종이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페로 신부는 「초대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 주님」의 한국어 번역판 서문에서 “한국 교회는 놀라운 생명력 안에서 영의 숨결에 따라 자신의 주님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서 새로운 말씀으로 부유해진 성령 강림 하의 한국적 상황에서 이제는 자신의 주님을 고유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한국 교회는 사목자와 신학자 그리고 교리교육 담당자들이 힘을 합하여 복음 전통과 보편 교회의 오랜 신앙에 근거하면서도 오늘의 언어로 이루어진 신앙고백의 새로운 표현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로 신부는 ‘오늘날 한국에서 그리스도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우리 모두에게 던졌다.

백운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
▲ 1985년 사제 수품(서울대교구) ▲ 1988~1996년 프랑스 파리가톨릭대, 성서 신학박사 ▲ 1997~2014년 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교학처장, 신학과사상학회장 ▲ 2014년 3월 가톨릭대 신학대학장 취임

[평화신문, 2014년 11월 16일, 백운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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