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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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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17 ㅣ No.682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상)


가난한 이들 안에서 주님 섬기자

 

 

- 1965년 성빈센트병원 착공식 모습. 수녀회는 1965년 한국에 진출해 수녀원보다 병원을 먼저 지었다.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제공.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총원장 문화연 마리아 가브리엘라 수녀)는 1965년 1월 8일 세 명의 선교사 수녀들이 입국하면서 한국에서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 진출 2년여 만인 1967년 6월 3일 현대식 의료시설과 자선진료소를 갖춘 성빈센트병원을 개원해 지역 의료환경 개선과 복음화에 기여하고 있다. 수녀회는 수녀원 건물보다 병원을 먼저 지었다.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빈센트 성인의 영성으로 설립된 수도 단체 가운데 하나다. 빈센트 성인은 ‘가난한 이들 안에서 주님을 섬긴다’는 정신으로 17세기 프랑스에서 ‘사랑의 딸회’를 설립해 활동 수도회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세기 초 빈센트 영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독일 파더본교구장 프리드리히 클레멘스 주교(재임 1825~1841)는 당시 파더본 국립병원 환자들을 돌볼 수녀들을 양성하고자 수도생활을 갈망하던 간호사들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자비의 수녀회’에 보냈다. 양성을 마친 파더본의 첫 수녀들이 스트라스부르의 두 수녀와 함께 독일에 돌아와 1841년 3월 25일, 파더본 국립병원을 모원으로 한 ‘파더본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를 시작하게 됐다.

 

창립자 프리드리히 클레멘스 주교는 수도회가 설립된 그해에 선종했지만, 창립자의 행적과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간절한 마음과 노력은 수녀회가 파더본교구에서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급속히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함께 선교정신에 고취돼 있던 수녀회는 6·25전쟁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실정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당시 수원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주교의 초청으로 신설 교구이면서 의료 환경이 열악했던 수원교구로 수녀들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1965년 한국에 진출한 수녀회는 1974년 성빈센트병원 뒤편에 수녀원 본원을 마련했다. 이후 점차 사도직 확장으로 분원 수가 늘어나는 등 수도회가 성장함에 따라 1990년 한국 공동체는 독일 파더본으로부터 독립돼 교구 설립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로 거듭났다.

 

독립 이후 수도회 뿌리인 파더본 공동체와 연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스트라스부르 자비의 수녀회에서 생겨나 유럽,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으로 퍼져 나간 14개의 자비의 수녀회와 함께 ‘스트라스부르 빈센트 연합회’를 이루고 있다. 2005년에는 한국 진출 40주년을 맞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해외선교를 시작해 평신도와의 협력을 통한 빈센트 영성실현의 장을 넓히고 있다. 또한 빈센트 영성 400주년을 기해 2017년 한국빈첸시안 가족위원회를 결성하고,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섬기는 사명 완수에 힘쓰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월 16일, 박지순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중)


겸손 · 소박 · 사랑을 기본으로 봉사

 

 

-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에 방글라데시 피메 수녀회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제공.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총원장 문화연 마리아 가브리엘라 수녀, 이하 빈센트 수녀회)가 따르는 성 빈센트 영성의 핵심은 가난한 이들 안에서 주님을 섬기며 하느님 섭리를 신뢰하는 것으로 표현할수 있다. 이를 위해 연대와 협력, 냉철한 현실주의를 추구한다.

 

빈센트 수녀회 영성은 수녀회 생활규범 제204조 “여러분의 가장 중요한 본분이요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특별히 맡기신 것은, 바로 우리의 주님들인 불우한 사람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섬기는 일입니다… 바로 이 일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공동체가 설립되도록 하셨습니다”에 집약돼 있다.

 

빈센트 성인은 17세기 당시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전쟁과 전염병, 기근에 시달리던 이들 안에서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그들의 영적, 물적 빈곤에 대한 효과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냉철한 현실 참여’의 영성을 실현했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에 여러 계층 사람들이 참여해 협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수도원 안에서 머무는 양식에서 벗어난 활동 수도회와 지역적으로 조직된 평신도 단체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빈센트 성인의 창의력과 조직력이 있었던 것이다.

 

빈센트 수녀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기본적인 자세로 빈센트 성인이 가르친 겸손과 소박과 사랑을 제시한다. 이 세 가지 덕행이 기초가 될 때라야 자비의 봉사가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된다고 여긴다.

 

겸손은 모든 선이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께 신뢰를 두는 데 근본이 되는 태도를 뜻한다. 소박은 단순함, 진실함, 참됨, 투명함 등을 아우르는 말로 모든 인간관계의 바탕이 되고 신뢰의 기초가 된다. 반면 이중성과 거짓은 신뢰를 깨뜨린다. 소박한 사람이라야 주님과 하느님 나라에 오로지 한마음으로 헌신할 수 있다. 사랑은 가난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돌보기 위해 그들의 필요에 실질적으로 응답하는 데 필요한 힘이다. 민족, 인종, 종교, 사회적 지위를 가리지 않고 누구를 만나든지 존중하고 도울 수 있는 자세도 사랑에서 나온다.

 

빈센트 수녀회는 현 시대 자비의 봉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힘이 닿는 데까지 병원, 양로원, 본당, 청소년 시설, 미혼모 시설, 다문화가정센터 등에서 성 빈센트의 영성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 봉사하고자 국내외 빈첸시안 수도자, 평신도들과 한국빈첸시안 가족위원회, 성 빈센트 자비의 협력자회, 성녀 루이제회 등의 모임을 통해 연대와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월 23일, 박지순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하)


병들고 가난한 이들 곁에서…

 

 

- 영세민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병원인 안산 빈센트의원 모습.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제공.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총원장 문화연 마리아 가브리엘라 수녀, 이하 빈센트 수녀회) 영성과 사도직 활동은 수녀회 생활규범 제204조에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다.

 

“우리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봉사를 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완수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우리의 협력자들이 교회와 세상에서 우리에게 위임된 임무를 이해하고 함께 수행하는 일이다.”

 

빈센트 수녀회는 병든 이들, 가난한 이들의 삶을 영육으로 돌보는 데에 열정을 쏟았던 빈센트 성인의 모범을 따라 의료와 복지, 교육에 사도직 활동의 중점을 두고 있다.

1965년 한국에 파견된 독일 선교사 수녀들은 6·25전쟁 후 현대적 의료 시설이 전무했던 경기 남부 지역에 성빈센트병원을 세웠다. 1967년 설립된 성빈센트병원은 빈센트 수녀회 역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의료진들의 역사 안에서 함께 성장해 왔다.

 

성빈센트병원은 빈센트 수녀회의 다른 복지 사도직이나 해외선교지와 연계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 설립 당시 자선병동은 현재 형태를 바꿔 영세민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병원인 안산 빈센트의원으로 자리 잡았다.

 

빈센트 수녀회 수녀들은 성빈센트병원에서 간호, 원목, 호스피스, 영성실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 국군수도병원, 성루카병원 등 11개 병원에서 원목과 호스피스를 맡아 심신이 지친 환자들에게 영적 위안을 주고 있다.

 

빈센트 수녀회는 복지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료양로시설인 경기도 화성 ‘성녀 루이제의 집’과 미국 덴버 소재 ‘성녀 안나의 집’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존중받으며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생필품과 음식을 챙겨 주는 사랑의 나눔터 ‘한울마루’는 300명이 넘는 이웃들에게 사랑방이 되고 있다.

 

빈센트 수녀회가 30년간 운영해 온 미혼모 시설 ‘생명의 집’에서 태어난 아기만도 1000명이 넘고, 생명의 집과 연계해 ‘모성의 집’은 미혼모자가 취업과 주택마련 등 자립을 준비하는 동안 그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와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빈센트 성인이 어린이를 특히 사랑한 것처럼 빈센트 수녀회는 성빈센트청소년회(이하 빈청)를 통해 청소년 교육에도 헌신하고 있다. 빈청은 청소년들이 빈센트 성인의 영성을 따라 자비, 기도, 봉사의 태도를 갖춰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이끄는 단체다. 올해로 각각 22주년과 20주년을 맞는 수원 빈청과 서울 빈청에서 봉사와 친교, 나눔을 체험한 청소년들이 1000여 명에 달한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월 30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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