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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미사] 미사의 모든 것29: 예물 수령 청원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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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2-11 ㅣ No.2094

[미사의 모든 것] (29) 예물 수령 청원 기도


하느님께 예물 강복과 교회 보호를 간절히 청하다

 

 

‘거룩하시도다’에 이어 나오는 제1양식 로마 전문의 예물 수령 청원 기도는 예물 강복과 교회를 위한 기도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CNS]

 

 

조언해: 감사 기도 제1양식인 로마 전문을 보면 ‘거룩하시도다’가 끝나면 주례 사제가 또 한 번 하느님께 거룩하고 흠 없는 예물을 받으시고 강복해 달라고 기도하더라고요.

 

라파엘 신부: 아버지 하느님께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바치는 우리의 예물을 받아주시라는 청원 기도이지. 보통 ‘예물 수령 청원 기도’라고 전례학자들은 말해. 이 기도가 성찬 전례를 시작할 때 바치는 ‘예물 준비 기도’나 ‘예물 기도’와 구분되는 것은 교회를 위한 간절한 기도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거야.

 

주례 사제는 “인자하신 아버지,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간절히 청하오니 이 거룩하고 흠 없는 예물을 받으시고 강복하소서”라고 한 다음 “먼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위하여 이 예물을 바치오니 주님의 일꾼, 교황 (프란치스코)와 저희 주교 (아무)와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보편 신앙을 오롯이 받드는 모든 이를 돌보시어 세상 어디서나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일치하게 하시며 지켜 주시고 다스리소서”라고 기도하지.

 

나처음: 신부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 예물을 받아달라고 청원하는 기도 역시 ‘거룩하시도다’ 처럼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네요. 전반부는 아버지 하느님께 예물을 받아 주시고 강복해 달라는 청원이고, 후반부는 교회를 위한 기도이고요.

 

조언해: 오! 정말 두 부분으로 구분되네요.

 

라파엘 신부: 맞아! 처음이가 아주 잘 분석했구나. 전반부 기도는 감사송에서 하느님의 은혜를 기념하며 찬양한 것처럼 인간에게 무한한 은총을 베푸시는 인자하신 아버지 하느님께 제대 위에 봉헌된 예물을 받아주시고 강복해 달라고 청을 드리지. 공동체를 대표하는 사제가 감사의 마음으로 예물을 드리며 청하는 기도인 만큼 이 기도는 감사의 계속이라고 할 수 있지.

 

후반부 기도는 ‘먼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위하여’로 시작하는 경문에서 알 수 있듯이 교회를 위한 기도란다. 교회는 초대 교회 때부터 중요한 기도 대상이었단다.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처음부터 많은 박해를 받았지. 그리고 이단의 오류와 분열로 내홍이 끊이지 않았지. 그래서 교회 구성원들은 인자하신 하느님께서 교회를 당신 보호 아래 두시기를 간절히 청했단다.

 

특히 교회를 위한 후반부 기도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대상이 교회와 교황, 주교, 신앙의 수호자들임을 알 수 있단다. 신앙의 수호자는 교황과 주교를 돕는 사목자들뿐 아니라 모든 신자를 말하지.

 

나처음: ‘강복’과 ‘축복’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조언해: 강복은 ‘하느님의 행위’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고, 축복은 사람 편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과 봉헌’을 뜻해.

 

라파엘 신부: 쉽게 설명하면 축복은 ‘하느님께 복을 비는 것’이고, 강복은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복’이란다. 전례 때 사제는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신자들에게 강복을 하지.

 

사실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은 ‘강복’이란다. 하느님께서는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면서 모든 것에 특히 인간에게 강복하셨지. 하느님의 강복이 역사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은 아브라함부터야. 강복을 받아들인 ‘믿는 이들의 조상’의 신앙을 통해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단다.

 

하느님의 강복은 교회의 전례에서 온전하게 드러나고 전달돼. 그래서 교회는 “성부께서는 피조물을 위한 모든 강복과 구원의 원천이며 목적으로 인정되시고 흠숭을 받으신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강생하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당신의 ‘말씀’ 안에서 우리를 복으로 채워 주시며, 그 ‘말씀’을 통해서 모든 선물을 포함하는 ‘선물’, 곧 성령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82항 참조)고 고백한단다.

 

조언해: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는 이유도 성부께서 우리를 강복하시기 때문이군요.

 

라파엘 신부: 아버지 하느님께서 강복하시지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위격 안에서 드러나는 은총의 행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으셨고, 성령 안에서 당신 계획을 완성하시기 때문이지. 그래서 교회는 주님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축복을 끊임없이 청하고 있지.

 

이에 교회는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교회의 전례 안에서 창조와 구원의 모든 복의 원천으로 찬미를 받으시고 흠숭을 받으신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보내 주시고자 당신 아들을 통하여 그 복을 우리에게 내려셨다”고 선언해요.(「가톨릭교회 교리서」 1110항)

 

나처음: 그러면 모든 기도는 아버지 하느님께 드려야 하나요?

 

라파엘 신부: 꼭 그렇다고 할 순 없어. 아버지 하느님뿐 아니라 주님이신 성자와 성령께도 직접 청할 수 있지. 하지만 전례의 모든 기도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드리고 있단다.

 

아버지 하느님은 모든 신성의 원천이며 근원이시란다.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6)며 당신을 통해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라고 제자들을 가르치셨지. 그래서 예수님의 이름은 그리스도인 기도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단다. 교회 전례의 모든 기도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라는 말로 끝맺고 있지.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돼.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에 “아버지…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라고 기도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말씀으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2,34)라고 기도하셨지.

 

나처음: 모든 기도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버지 하느님께 청해야 하는군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방금 설명한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 이름으로 아버지 하느님께 청하라 하셨지. 이 기도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도란다. 이 새로운 기도의 핵심은 바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는 것”이지. 바로 이 새 계약이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허락하실 것이라는 근거라 할 수 있지.

 

나처음: 그럼 성령께서는 우리가 기도드릴 때 어떤 도움을 주시나요?

 

라파엘 신부: 성령께서는 우리를 의롭고 거룩하게 하는 은총을 주시지. 모든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한단다. 우리 안에서 신앙을 불러일으키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시기 때문이지. 그래서 교회는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준비시키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사람들을 도와 그리스도께 이끌어 주신다. 성령께서는 그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보여 주시고, 그분의 말씀을 상기시켜 주시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하도록 정신을 열어주신다.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하느님과 화해시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게 하시며, 그들이 많은 열매를 맺도록 그리스도의 신비를 그들 안에, 특히 성체 안에 탁월하게 현존하게 하신다”라고 고백한단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37항)

 

이처럼 성령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을 알게 하시고, 신앙을 받아들이게 하시며, 하느님께 기도하도록 이끄시는 분이셔. 그래서 교회는 모든 활동을 시작하고 마칠 때 성령께 간청하라고 권고하고 있지.

 

다음엔 교회가 전례 중에 왜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지를 알아보자꾸나.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2월 7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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