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아쉬울 것이 없어지면(소리, 묵상, 관상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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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24 ㅣ No.1743

[빛과 소금] 아쉬울 것이 없어지면

 

 

이번 주에는, 기도의 여정에서 세 가지 차원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 기도, 묵상(默想) 기도, 관상(觀想) 기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세 가지 차원은 각각 개별적이고 고유한 의미가 있지만, 소리 기도에서 관상 기도까지의 여정을 기도가 깊어지는 여정으로 보기도 합니다.

 

우선 소리 기도는, 입으로 소리 내어 바치는 기도(염경念經. 즉, ‘생각하다’, ‘외다’의 의미)로서 일정하게 틀이 정해진 기도를 말합니다(주님의 기도, 시편, 찬미가, 호칭기도 등). 이 기도는 전례 때에 바치는 ‘전례 기도’(최고의 기도인 미사, 성사, 준성사, 성무일도 등)와 전례 때가 아닌 시간에 바치는 ‘비전례 기도’(아침·저녁 기도, 묵주기도, 십자가의 길, 여러 호칭기도, 화살기도, 자유기도 등)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초대 교회 때에는 외우지 않는 기도가 없었습니다. 예수님도 회당에서 전례 기도만 하시지는 않았습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이 환희에 차서 아버지를 찬양하신 것, 게쎄마니 동산에서 비탄의 개인 기도를 하신 것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리 기도는 외적이고 인간적인, 첫 단계 기도라고 말할 수 있지만, 소리 기도가 심화될수록 점차 관상적 색채를 띠게 되기에, 소리 기도는 관상 기도의 첫 번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묵상 기도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정신의 세 가지 선물(능력)’을 활용하는 기도입니다. 성경, 복음서, 성화상, 전례 시기 전례문, 영성 서적 속의 의미를 지금 우리 자신의 삶에 비추어서(현재화) 적용해 보는 기도입니다. 예를 들어, 성경을 읽을 때, 수천 년 전의 글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 말씀이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희로애락, 이슈, 고민 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묵상이라는 어원이 신약성서에 처음 나오는 대목 중 성모님께서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51)라고 보았을 때, 묵상은 성모님처럼, 우리가 품고 있는 말씀(사건)이 우리 안에서 다시 ‘말씀’해 주실 때까지 고요히 기다리는 기도라고 하겠습니다.

 

관상 기도는, 우리의 정신 능력을 활용해야 했던 묵상 기도와 달리, 이제는 하느님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주시는 기도이기에, 그분께서 이끄시는 대로 우리를 그분께 온전히 맡겨드리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묵상과 관상을 이렇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묵상은 우리가 하는 것, 관상은 하느님이 하시는 것. 묵상은 머리로 하는 것, 관상은 가슴으로 하는 것. 묵상은 ‘하는’ 기도, 관상은 ‘되는’ 기도. 묵상은 능동(우리 노력이 필요함), 관상은 수동(하느님이 주도권을 가지심). 관상 기도는 마치 ‘아가서’에서 여인이 사랑하는 이를 애타게 찾다가 만난 것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니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세상에서 아쉬울 것이 없고 부러울 것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시편 저자처럼, 또 베드로 사도처럼 이렇게 외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시편 23,1)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태 17,4)

 

여러분,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요? 혹시 항상 불충분하다 느껴져서, 타인과 자주 비교하게 되고 늘 무언가 채워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는 않은가요? 그런데 만일 우리 마음이 채워지면, ‘아쉬울 것이 없어지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그동안 나를 채워주기 위해 존재했던 세상이 이제는 내가 봉사하고 다가가야 할 곳으로 보일 것입니다.

 

[2021년 12월 12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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