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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성모님을 한가운데 모신 주회합(정서의 전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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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11 ㅣ No.810

[레지오와 마음읽기] 성모님을 한가운데 모신 주회합(정서의 전이현상)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 겨울 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유명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에서 나오는 행복한 순간들이다. 그는 이런 순간을 ‘소확행(小確幸)’, 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일컬었고 이후 이 단어는 유행되어 일상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만약 이 소확행의 순간에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함께 하며 그 느낌을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대확행(大確幸)이 아닐까?

 

대인 관계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쉬운 문제는 아니다. 여기서 호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상대가 나를 좋아하거나 혹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면 많은 문제들이 쉽게 풀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고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한다. 실제로 나도 좋은 사람이 있고 싫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좋고 싫음에 따라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거나 아예 끊기도 한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 다양한 이유는 뭘까? 왜 이렇게 사람에 따라 좋고 싫은 감정이 생기는 걸까? 복잡한 우리 감정에 비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심리학에서는 정서의 전이(轉移)현상, 즉 정서가 어떤 대상으로 옮겨지는 현상으로 본다.

 

우리는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반응도 하게 된다. 연인의 프러포즈에 기뻐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에 열이 나는 것이나, 꾸지람이나 핀잔에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것 등은 그 예이다. 그런데 그런 감정과 생리적 반응은 나에게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고 한다. 그 당시 함께 있던 사람이나 사물 등에 옮겨지게 되는데, 그 결과 그 대상에 대한 특별한 정서가 생긴다는 뜻이다.

 

특히 그것이 강렬할수록 잊히지 않을뿐더러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다시 그 대상을 대하면 같은 감정이 일기도 한다. 첫사랑과 거닐었던 공원에 오랜만에 들어섰을 때의 설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손수건을 보면 밀려오는 슬픔 등은 이를 잘 설명해주는 경험들이다.

 

 

타인에 대한 감정이 다양한 이유는 ‘정서의 전이 현상’ 때문

 

유아 세례를 받은 J자매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세 아이의 육아에만 전념하며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그러다 막내가 대학생이 되어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듯 하자 마음이 허전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몸도 예전 같지 않은 변화를 보여 상실감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이때 남편 친구 부인의 도움으로 레지오 단원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져 지금은 성당과 복지관 등의 봉사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가족만 알던 저는 레지오를 하면서 이웃사랑도 알게 되고 믿음이 커지면서 봉사도 자연스러워진 듯합니다. 특히 단원들을 만나 수다를 떨 수 있었던 주회합은 남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로 함께 하지 못해 많이 아쉽긴 해요. 그래도 집에서 정해진 주회합 시간에 촛불을 켜고 성모상을 보면서 뗏세라를 시작하면, 예전의 주회합 때 모습이 떠올라 즐거워집니다. 정말 그때는 갖은 잡담을 하다가도 촛불을 켜지면 성모님이 계신 것처럼 조용히 하고 큰 소리로 기도드리곤 했었는데…. 빨리 단원들과 정해진 시간에 만나는 주회합이 자유로워지는 날을 기다립니다.”

 

레지오의 심장은 무엇일까? 그것은 주회합이다. 그렇다면 단원들에게 가장 신성하며 으뜸가는 의무는 무엇일까? 바로 주회합 참석이다. 이는 주회합이 레지오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제공해주는 보화의 곳간이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단원들과 더불어 앉아 계시는 위대한 공동체의 수련 도장이기 때문이다.(교본 113쪽 참고)

 

그런데 만약 단원들이 주회합을 의무로만 생각하고 즐겁게 참여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이는 주회합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독특한 은총을 잃게 하고 결국 단원들이 레지오를 떠나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즐거움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동기(動機)이기에 즐거움이 없는 장소나 시간은 매력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영적인 힘을 받는 주회합은 단원들에게 생명줄

 

쁘레시디움 주회합은 ‘단원들로 하여금 레지오 조직 안에서 더욱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도록 떠받쳐 준다.’(교본 193쪽)고 하고, ‘매주 쁘레시디움 회합에 참석하여 함께 기도하고, 독특한 회의 진행과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수행한 활동을 보고하고, 축복 속에 동료애를 나누고, 강력한 규율의 힘에 의지하며, 활발한 토론과 정연한 질서로 이어지는 회합에서 자신을 받쳐 주는 영적인 힘을 얻는다’(교본 193쪽)고 하니 주회합은 단원들에게 생명줄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주회합은 절로 ‘풍성한 기도와 신심에 찬 말씨, 감미로운 우애의 정신이 깃든 초자연적인 분위기’(교본 113쪽)가 될 것이고, 이런 분위기는 단원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분위기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주회합을 기다리는가? 주회합을 위해 회합실을 쾌적하게 만들고, 묵주기도도 씩씩하게 소리 내어 드리고 있는가? 보고할 내용을 미리 준비하고 동료단원들의 조언을 고맙게 듣는가? 뿐만 아니라 동료단원들의 활동보고를 내 일처럼 관심 있게 들으며, 그들의 허물과는 상관없이 격려의 말을 해주는가? 또한 보이지는 않지만 이 자리에 성모님이 함께 계심을 의식하며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하는가?

 

그렇다면 나로 인해 우리 쁘레시디움은 행복하고, 그 속에 몸담은 단원들도 행복 속에 단원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레지오 단원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성모님을 한가운데 모신 쁘레시디움의 주회합에서 성모님과 한 덩어리가 되며, 그들이 찾고 있는 지식의 보화를 가득히 지니신 성모님의 손에 자신들의 손이 맞닿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교본 526~527쪽)라는 말에서 잘 드러나 있다.

 

‘쁘레시디움 안에 형제적 사랑의 정신이 없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다.’(교본 323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5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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