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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의 대안교육 이야기4: 놀이는 체험이 되어 삶의 에너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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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8-23 ㅣ No.145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의 대안교육 이야기 (4) 놀이는 체험이 되어 삶의 에너지가 되었다

 

 

“신부님, 또 낙방했습니다. 저, 공부 포기했어요.” 한 제자가 축 처진 목소리로 전화를 했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비싼 월세에 좁은 쪽방에 여행도 포기한 채 3년을 살았지만, 그에게 낙방은 처절한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 용기를 줄까 고민을 했다. 그때 나는 ‘히말라야 ABC 트레킹 카드’를 꺼내 들었고, 제자는 “신부님이 저를 위해 동행한다면 고시를 다시 도전해 보겠어요.”라고 했다. 이로써 내가 학생들과 히말라야를 찾은 것은 열두 번째 일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좌절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할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가 있어야 높은 산을 기어코 넘을 수 있다. 낙방의 상실감이 커서 생을 포기할 생각이 있다면 또한 일어설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제자의 인생에 버티고 설 힘이 되어 주려고 나는 제자와 함께 산을 올랐다. 제자는 트레킹이 공부보다 더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바람을 넘는 언덕’이라는 의미를 지닌 ‘데우랄리 롯지’를 지나, MBC롯지에 이르자 제자는 고산증으로 줄곧 고통이 심했고, ABC롯지에서는 초주검이 되었다. 목표지점에서 머리가 터질듯한 고통의 밤을 지새우고 힘들게 1박을 끝내고 하산길에 올랐다. 하산 길에 다시 만난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하자 제자는 생기가 돋아났다. “신부님, 저 다시 공부하겠어요.” 처절한 실망감이 있을 때 트레킹이란 놀이는 새로운 도전으로 그에게 넘지 못할 산을 넘게 하고 있었다. “신부님, 여기 데우랄리 롯지가 지닌 의미답게 저도 격랑의 바람을 넘고 있습니다.” 제자는 그 해에 독한 마음을 하고 노량진 쪽방촌을 다시 향했고, 그해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현재 그는 공립 대안 교육 고등학교에서 온 힘을 다하며 학생들과 함께 살아간다.

 

나는 교육 정년으로 학교를 퇴임하고 오랜만에 본당 사목자가 되었다. 주교님은 나에게 꼭 맞는 본당이 있다며 어린이 학생, 청소년이 넘쳐나는 본당으로 파견시켰다. 주일학교 운용을 ‘놀이 체험’에 신앙교육을 대입하기로 했다. 새로운 대안이었다. 예산은 교우분들에게 확보하도록 설득력을 발휘했고, 신자분들은 주일학교 예산으로 5천만 원을 기쁜 마음으로 마련해주셨다. 나는 책정된 예산을 보좌신부와 교리교사 선생님들에게 의미가 담긴 선물로 넘겨주었다. 주일학교 계획은 1년 전부터 현장체험의 놀이 준비로 시작을 하였다. 신부님과 교사, 학생들이 기획하고 생생한 답사를 통해 현장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학생들과 줄기찬 토론을 하며 진행시켰다. 매년 1회씩 5년째 거듭했는데 코스는 모두 달랐다. 첫해는 제천 영월 동강과 묵호로, 두 번째는 곡성을 거쳐 여수로, 세 번째는 무안을 거쳐 목포로, 네 번째는 통영을 거쳐 거제도와 부산으로, 다섯 번째는 IN 서울이었다. 조별로 나누어 각기 다른 체험을 떠났다. 대학교 탐방, 지하철 탑승, 빌딩 숲의 아침과 저녁 출·퇴근 장면을 보고 한강 고수부지를 걸었다. 그리고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매년 매번 평가회는 집으로 돌아와 몇 주를 정리하며 신자 전체가 있는 자리에서 했는데, 눈물 나는 감동의 평가회로 이어졌다. 주일학교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5년 동안의 주일학교 운용을 통한 ‘놀이 체험’으로 그들은 지금 청년이 되었고, 옛 놀이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미래를 스스로 열어가며 신앙인으로 잘 커나가고 있다.

 

‘미래의 대안으로의 교육’은 신앙 안에서도 실망을 희망으로 ‘데우랄리’할 우리가 넘어야 할 작업이 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당혹스러운 코로나는 모든 것을 핑계로 아무것도 못 하게 방해하고 있다. 그러고 있을 것인가? 문이 잠겨있는 교육관 건물, 젊은이들을 만날 수 없는 성당, 코로나로 신앙교육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코로나는 계속되고 예수님은 홀로 성당에 계시다. 몇 번 맛 들인 매체의 비대면 미사는 약한 신앙까지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놀체인 양업’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8월 22일 연중 제21주일 청주주보 5면, 윤병훈 베드로 신부(놀체인 양업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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