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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감정은 소통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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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10 ㅣ No.1077

[박예진의 토다토닥] (18) 감정은 소통을 원합니다 (상)

 

 

이번 내용도 ‘박예진의 토닥토닥’에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이야기입니다. 자매님이 보내주신 사연으로, 2회에 걸쳐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큰딸이 요새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딸은 공시를 준비 중인데 학원도 빠지기 일쑤고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휴대폰을 보고 늦은 밤이 다 되어야 일어나서 야식을 시켜 먹습니다. 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집니다. 야단도 쳐보고 타일러도 보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다 감정이 폭발해 언성이 오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로 끝납니다. 내가 잘못 키워 이러는 건가, 내가 문제가 많아 아이가 저러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재촉하고 짜증을 내고 화만 내다보니 이 지경이 되었나 싶어서요. 남편이 매일같이 술을 먹는데, 그 때문에 많이 싸웠거든요. 그걸 보고 자라서 저러는 건가 자책하는 마음도 듭니다. 남편은 안정된 직장이 중요하다고 딸아이를 더 재촉하고, 저는 사는 것이 바빠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못했습니다. 대화한다고 해도 마지막은 늘 언쟁이 되어버리기 일쑤였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딸의 행동 때문에 화가 많이 나시지만 그럼에도 또 걱정이 많으시네요. 아무래도 화내고 나면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러다 또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이죠. 저도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충분히 자매님의 마음에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는 나이 때의 자녀라면 부모의 걱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계속 소리를 지르거나 야단치는 것은 좌절과 반항의 길로 들어서게 할 수도 있고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본인의 의견을 좀 물어봐 주셨으면 해요. 분명 따님도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겁니다. 아마 내색은 안 해도 본인도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걸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재에 자책감도 많이 느낄 거예요.

 

남편이 술 마시는 일로 자주 싸웠다고 하셨는데, 그런 경우 자녀들은 부모님의 싸움을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생하는 엄마 편을 들어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미안하고 힘없는 자신을 탓하는 마음도 들 수 있고요. 게다가 언제 갑자기 고성이 오갈지 몰라 불안한 마음도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폭력적인 환경에 오래 노출된 경우에는 발달상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혹시라도 엄마 아빠가 싸우고 나서 이혼이라도 하면 어쩌나, 그러면 나는 버려지는 건가 하는 두려움에 본인의 생각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감에도 영향을 받지요. 내면에 화가 억압되어 있어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인간관계 반응 패턴이 현재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하지요.

 

감정이란 적극적인 소통의 방법입니다. 감정에는 목적이 있고, 우리는 감정을 통해 상대방과 만납니다. 짜증을 내는 것은 ‘나를 좀 알아달라는 인정욕구’를, 화를 내는 것은 ‘그만 나를 통제하라’는 의미를, 적개심은 보복할 정도로 ‘내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무기력은 ‘나의 능력이 그만큼 되지 못한다는 좌절과 포기’를 나타냅니다. 게임을 하거나 늦잠을 자는 것은 현재에 직면하고 있는 공시에 대한 어려움과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잊기 위함입니다. 늘 소통하고 싶어 하는 감정의 기능을 이해해보세요.

 

현재 무기력한 자녀는 쉼이 제일 필요합니다. 충전의 시간을 주시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격려의 말로 공감해주세요. 자녀를 믿고 맡겨둔다면 시간이 좀 걸려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겁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8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박예진의 토닥토닥] (19) 감정은 소통을 원합니다 (하)

 

 

지난주에 이어 ‘박예진의 토닥토닥’에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이야기입니다.

 

“큰딸이 요새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딸은 공시를 준비 중인데 학원도 빠지기 일쑤고 늦게까지 게임과 휴대폰을 보고 저녁이 다 되어야 일어나서 먹습니다. 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집니다. 야단도 쳐보고 타일러도 보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다 감정이 폭발해 언성이 오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로 끝납니다. 내가 잘못 키워 이러는 건가, 내가 문제가 많아 아이가 저러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남편이 매일같이 술을 먹는데, 그 때문에 많이 싸웠거든요. 그걸 보고 자라서 저러는 건가 자책하는 마음도 듭니다.”

 

지난번에는 딸의 입장을 짚어봤는데, 이번에는 어머니의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먼저, 남편분이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오시면 무척 화가 나고 불안하시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기도 할 겁니다. 당연히 안정을 추구하는 마음이 생기며, 딸에게도 그런 요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딸에게 전달하는 의사 표현이 감정적인지, 이성적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딸한테 잔소리할 때마다 혹시 내가 문제인 건 아닐까 걱정되죠? 그럼에도 언성을 높이고 상처를 주게 되고요. 그렇게 화가 날 땐 그 마음 밑에 어떤 생각이 깔려 있을까요? 보통 이런 경우 ‘나를 무시하네’ 혹은 ‘나를 쓸모없다고 여기나?’ 등의 생각이 올라와서 그렇다고들 합니다. 다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면 어떨까요? 억울하기도 하고, 반응도 없는 딸 때문에 속상하고 슬프기도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머니 안의 ‘슬픈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대화를 나눠 보세요. ‘슬픈 나’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시고, 안에 품은 감정을 다 풀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보세요. ‘슬픈 나’가 화를 내고 싶어 한다면 그렇게 하게 하셔도 됩니다. 슬픔이란 그 뿌리가 내 안에 오래 자리하고 있을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슬프고 속상한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해 내 감정과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너무 힘든 나머지 더 이상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딪히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감정하고 친해져 보세요.

 

물론 부정적인 감정은 나를 힘들게 합니다. 목적은 나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정작 화를 내는 자신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슴이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상대방과 거리를 두어 회피하려고 하거나 두려움을 갖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더 어릴 때의 나’와 만나보세요. ‘더 어린 슬픈 나’가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이 있을 겁니다. 그걸 표현하게 해주세요. 그 아이의 슬픔을 누군가가 공감하고 지지하여 주었다면 욱하지 않고 그 슬픔을 순화된 감정으로 전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더 어린 슬픈 나’와 자주 만나세요. 위로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작은 선물이라도 자주 주시길 바랍니다. ‘더 어린 슬픈 나’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무척 도움이 됩니다. 그 ‘더 어린 슬픈 나’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더 크고 성장한 내가 있으니까요.

 

어릴 땐 부모, 형제 등이 해주었거나 그래 주길 바랐다면, 이제는 큰 내가 스스로 돌보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나에게는 이제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요. 자기 돌봄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 및 관계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은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 코너를 통해서 상담과 교육 관련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사례는 pa_julia@naver.com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15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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