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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교육으로 읽는 이 시대의 교육: 성인은 타고나는 것인가 되어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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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9-21 ㅣ No.150

[예방교육으로 읽는 이 시대의 교육] 성인은 타고나는 것인가 되어 가는 것인가?

 

 

1988년 포크 듀엣 ‘시인과 촌장’(하덕규 · 함춘호)이 불렀던 가요, 2002년 조성모가 낸 앨범에 실려 대중적으로 다시 알려진 오래된 노래 ‘가시나무’가 있다. 그 노래의 가사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로 시작하고 같은 말로 끝을 내면서,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거듭 노래하고, 내 속에 상대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가시나무 숲이 있음을 확인한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죄(로마 7,17. 20)를 고백하면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20)으로 나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내 안에 있는, 내가 생각하는 나 아닌 또 다른 나를 체험하면서 살아간다. 적어도 사람들 앞에 비치는 나는 완전하고, 멋있고, 매력 있고, 친절하기를 꿈꾸며 이를 위해 노력하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면 실제의 내가 상처 많고, 약하며, 비겁하고, 결점투성이임을 절감하며 양면의 어려움을 살고 이런 양면이 고착될 때는 인격 장애라는 병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조해리의 창(窓, Johari’s window)

 

실제의 나를 좀 더 알기 위한 ‘조해리의 창(窓, Johari’s window)’이라는 고전적 이론이 있다. 조셉 루프트(Joseph Luft(1916~2014년)와 해리 잉햄(Harry Ingham(1916~1995년)이라는 미국의 두 심리학자가 1955년에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에서 개발한 이론이다. 열린 창(open area 공개된 자아, 다른 사람도 알고 나도 아는 공공 영역), 숨겨진 창(Hidden area 숨겨진 자아, 나는 아는데 다른 사람은 모르는 사적 영역), 보이지 않는 창(Blind area 눈먼 자아, 다른 사람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장님 영역), 미지의 창(Unknown area 미지의 자아, 다른 사람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미지 영역)이라는 4개의 창으로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이 이론은 사람에 따라 창의 크기가 각각 달라질 수 있으며, 타인에 대한 존중감, 경청, 능동적 참여, 공감하기, 수용적 태도, 이해하기 등으로 열린 창의 크기를 늘려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가르친다.1)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고 공경하는 성인(聖人)은 어떤 사람일까? 보이지 않거나 숨겨지고 미지의 창 없이, 모든 것이 투명하고 열린 창이 극대화된 분일까? 그들은 보통의 사람과는 처음부터 달라서 아예 그렇게 타고난 분일까, 아니면 보통의 사람과 같았는데 인간적인 노력 끝에 성덕(聖德)을 이루어 간 분일까? 과연 성덕은 만들어지고 쌓을 수 있는 것일까? 청소년의 아버지요 친구이며 스승이자 동반자였던 요한 보스코 성인은 어떤 성품을 지녔던 분일까? 이러한 질문들은 교육자와 학습자의 관계를 ‘성인 만들기’와 ‘성인 되어 가기’로 풀이하려는 살레시안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된다.

 

 

성인(聖人) 요한 보스코2)

 

요한 보스코의 아버지 프란치스코 루이지 보스코는 평범한 농부로서 요한이 태어나기 4년 전인 1811년에 부인과 사별하면서 세 살 먹은 아들 안토니오가 있는 상태에서 1812년 마르게리타 오키에나(Margherita Occhiena)와 재혼하여 1813년 4월 18일에 요셉, 1815년 8월 16일에 막내 요한(돈 보스코)이라는 두 아들을 얻는다. 그런데, 요한이 만 두 살이 채 안 되었던 1817년 5월, 요한의 아버지는 33세를 일기로 사망한다. 당시 가장 없이 세 아들과 함께 젊은 어머니가 살아남아야 했던 상황은 돈 보스코의 어린 시절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설령 요한이 돈 보스코가 될 놀라운 인간적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런 환경에서 자라야 했던 요한의 유아기와 이후 성장 과정에서 그리 원만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소유할 수는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피에트로 브로카르도(Pietro Brocardo)에 따르면 세 아들 중에서 요셉이 훨씬 더 살레시안적이었다.3)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요한보다 요셉이 “온유하고 진지한 영혼이었으며, 착하고 참을성이 있으며 슬기로운 아이”4)로 기억된다. 반면에 요한은 예민하고 다소 내성적이며 때로 의심이 많고 다른 이를 잘 믿지 않으며, 말수가 적고 약간 주의가 산만한 아이였다. 레뮈엔(Lemoyne) 신부는 “요한은 쉽게 흥분하고 융통성이 없는 아이로서 자기 조절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5)라고 기록한다.

 

훗날 돈 보스코의 시복 조사 과정에서 돈 보스코의 개인적인 성품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돈 보스코의 본당 신부였던 안토니오 친자도(Antonio Cinzano, 1804~1870년)는 돈 보스코를 두고 “여느 성인들처럼 돈 보스코 역시 개성이 강했고 고집불통이었다.”라고 이미 말한 바 있었고, 토리노의 신학교 학장이었던 신학자 아스카니오 사비오(Ascanio Savio, 1831~1902년) 신부는 1895년 돈 보스코의 “불같은 성품을 조절하는 능력에 관해 언급7)하며 증언하였고, 윤리학자이자 돈 보스코의 친한 친구이며 돈 보스코에게 라틴어 개인 지도를 하기도 했던8) 베르타냐(Bertagna, 1828~1905년) 신부는 돈 보스코가 “고집불통이며 자기 계획과는 다른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돈 보스코는 “순명하고 순응하기가 참 어려웠으며 고집불통인 막무가내”10)였다. 1872년부터 1888년 돈 보스코의 사망 시까지 돈 보스코를 담당했던 의사 조반니 알베르토티(Giovanni Albertotti, 1824~1905년)는 돈 보스코를 두고 “자기 생각과 의견에 강한 확신을 가진 강하고 불같은 성격”11)이라 증언하고, 돈 보스코의 신학교 동창인 자코멜리(Giacomelli, 1820~1901년) 신부는 돈 보스코가 “예민하고 쉽게 가라앉지 않는 성격”12)이라고 증언하며, 어린 나이에 돈 보스코를 만나 1852년 첫 번째 살레시오 회원 중 하나가 되었고 돈 보스코의 첫 번째 후계자가 되었던 미켈레 루아(Michele Rua, 1837~1910년) 신부 역시 돈 보스코가 자기 성격을 가라앉히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돈 보스코 자신이 기록했던 『오라토리오 회고록』에서 돈 보스코는 어린 시절 형 안토니오에게 대들었던 대목을 기록하는데, 여기서도 돈 보스코의 성격을 엿볼 수가 있다. “어느 날 그(형 안토니오)는 어머니와 요셉 형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명령 투로 내게 말했다. ‘그만하면 충분해. 이제는 그 문법책과 끝장을 낼 때도 됐다고. 난 이런 책들을 결코 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 컸고 뼈대도 굵어졌단 말이야!’ 그 순간 고통과 분노가 울컥 치밀어 오른 나는 해서는 안 될 말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도대체 그걸 말이라고 해, 우리 집 당나귀도 결코 학교에 다닌 적이 없지만, 너보다 덩치가 더 크다고, 너도 당나귀처럼 되고 싶어?’ 이 말에 몹시 화가 난 그는 나의 뺨을 마구 때리며 주먹질을 해 댔다.”13)

 

벤자민 푸토타는 자신의 연구에서 몇몇 인용으로 돈 보스코의 ‘기질’을 따로 거론하면서 ‘강한 의지력이 없었더라면 폐인이 되고 말았을 돈 보스코를 기록하기도 한다. “기질적인 특징: 요한은 본래 성격이 아주 예민하고 급하며 고집이 셌다. 훗날 그 자신이 직접 자신은 ’순종치 않는 고집불통‘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코멜리 신부가 들려준 얘기다. 언젠가 논쟁 중에 한 동료가 요한에게 야유조로 ’넌 멍청이야.‘라고 말했다. 요한의 얼굴에 노여움이 번지더니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14) … 강한 의지력을 지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폐인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15) 또 다른 책에는 “몇몇 아이들이 코몰로와 다른 착한 소년 안토니오 칸델로를 때리려고 덤벼들었다. 그만두라는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들은 계속 욕을 했다. 내가 소리쳤다. ’또다시 나쁜 말을 하면 내가 상대해 줄 테다!‘ 그러자 크고 뻔뻔스러운 아이들 몇이 내 앞을 가로막는 사이 한 아이가 주먹으로 코몰로의 뺨을 두 대나 때렸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막대기나 의자 대신 그중 한 아이의 어깨를 움켜잡고는 그를 곤봉 삼아 휘두르며 다른 아이들을 치기 시작했다. 네 명이 바닥에 쓰러졌고 나머지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16)라는 일화도 있다.

 

사람은 본래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쉽지 않은 성격과 개성의 소유자였던 돈 보스코는 오로지 청소년을 위한 일념으로 내적 균형과 성숙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자코모 다퀴노(Giacomo Dacquino)는 돈 보스코 심리학에서 “심리적 성숙을 달성하는 것은 내적 긴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어떻게 건강한 방식으로 다를 것인가의 문제이다. 돈 보스코는 이러한 능력을 갖췄고, 그 능력으로 위대한 독창성과 대담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17)라고 선언한다.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돈 보스코는 자신을 다른 이에게 내어 맡겨 지도를 받을 줄도 알았다.18) 돈 보스코는 거의 30년 동안 (훗날 성인이 된) 카파소(Joseph Cafasso) 신부(1811~1860년)의 지도를 받았고, 그전에는 칼로소 신부를 비롯한 일련의 영적 지도자들에게서 지도를 받았다.19) 돈 보스코는 아주 어릴 때부터 선을 행하려는 진지한 욕심이 있었고, 친구들이나 나이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까지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동네 어린이들에게 리더로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마술을 보여 주거나 재미난 얘기들을 들려주기도 하면서 애들을 모으는 재주가 있었으며 그들에게 교리 수업을 하기도 하였다.20) 피에트로 브라이도에 따르면 돈 보스코의 여가 활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시절이 돈 보스코의 양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21) 또한 어머니 마르게리타는 이러한 요한 보스코의 활동을 허락한 것만이 아니라 지지해 주었으며,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결정하는 데에 필요한 신호들을 감지해 내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타고난 성인이 아니었던 돈 보스코는 수많은 인간적 약점과 기질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 속에 자신의 잠재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키워 가면서, 자신 안에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바를 향해 성령의 은총을 기도하고, 누구든 혼자만의 힘으로 성인이 될 수는 없다는 말처럼 섭리적인 사람들의 도움과 사건 속에서 그렇게 성인이 되어 간 분이다.

 

1) 그림 참조 https://m.blog.naver.com/ksalt7/220060632474.

2) 이 문단은 루이스 그렉(Louis Grech), ‘Salesian Spiritual Companionship with young people today’, Horizons, 2018sus, pp.103-112dp 주로 근거하였고, 일부 인용은 그곳에서 인용된 인용의 재인용이다.

3) Brocardo, Don Bosco, Profondamente Uomo, Profondamente Sanio, LAS, 1985, p.22.

4) EBM(G. Lemoyne, Angelo A. & E. Ceria, Biographical Memoirs of St John Bosco, I-XIX, NY, Salesiana Publisher, 1965-2003), 『돈 보스코 전기』, 제I권, p.72.

5) 위와 같음.

6) EBM, 제IV권, p.199.

7) EBM, 제I권, p.158. 제IV권, p.390.

8) A. Lenti, Don Bosco History and Spirit, LAS, 2007, 제I권, p.459(EBM, 제I권, p.363).

9) Sacra Rituum Congregazione, vol. I, 1899, p.259.

10) Giacomo Dacquino, Psicologia di Don Bosco, Torino: SEI, 1988, p.84.

11) Albertotti G., Chiera Don Bosco, Genova, 1929, p.47.

12) EBM, 제I권, p.302.

13) E, 체리아 엮음, 『돈 보스코의 이상』, 김을순 역, 돈보스코미디어, 1998년, p.66.

14) EBM, 제I권, p.340.

15) 벤자민 푸토타, 『예방교육 영성』, 돈보스코미디어, 1998년, p.50.

16) 테레시오 보스코, 『돈 보스코』, 돈보스코미디어, 2014년, P.141.

17) Dacquino, Psicologia di Don Bosco, SEI, 2007, p.82.

18) Luigi Ricceri, Lettere Circolari ai Salesiani, vol. II, Roma, Direzione Generale Opere Don Bosco, 1996, p.871.

19) 살레시오회 양성부, 청소년사목부, Young Salesians and accompaniment, 2019, 173항.

20) EBM, 제I권, p.78.

21) Pietro Braido, Prevenire non Reprimere, Roma: LAS, 2000, p.140.

 

[살레시오 가족, 2021년 9월호(170호), 김건중 신부(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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