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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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구약] 성경 이야기: 성경의 첫 질문? 정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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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3-23 ㅣ No.5130

[성경 이야기] 성경의 첫 질문? “정말?”, “진짜?”

 

 

‘성경에 나오는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면 많은 이들이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첫 질문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첫 사람이었던 아담으로부터 나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뱀, 즉 유혹자의 질문이었습니다. 이는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사탄, 유혹하는 자의 질문도 함께한다는 상징인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유혹에 흔들리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 시작에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수많은 유혹 속에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커다란 희망이 있습니다. 성경은 “너 어디 있느냐?”라며 유혹에 넘어간 인간을 찾아나서는 하느님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 가운데 하나였던 뱀은 하와에게 다가와 의도를 숨긴 채 무심한 듯 질문을 하나 툭 던집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이 뱀의 질문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말?”, “진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뱀의 질문은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진실의 왜곡입니다. 또한 뱀은 하느님이 주신 수많은 것들보다 그분의 단 한 가지 금지 명령을 강조함으로써 관점을 뒤틀어 놓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활한 뱀은 하느님의 명령을 질문으로 끌어내릴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미묘하게 비틀어 왜곡하기까지 합니다.

 

‘2%가 부족할 때’라는 한 음료 광고로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뭔가 채워지지 않은 약간의 아쉬움을 표현한 것인데, 그 채워지지 않은 2%가 채워진 98%를 보이지 않게 만들고 부족한 2%를 갈망하게 만듭니다. 창세기에서 뱀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하여 2%의 부족함을 도드라지게 만들며 욕구를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뱀이 던진 간교한 질문은 부족함을 강화하는 질문으로, 그것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도록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뱀의 질문에 하와는 “‘만지지도 마라.’고 하셨다.”라는 말을 첨가합니다. 하느님의 금지 명령과 달리 과장되게 대답한 것이지요. 어쩌면 하와에게는 하느님의 명령이 너무 엄격하게 느껴졌던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그뿐 아니라 하와는 과장된 답변 외에도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말씀하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열매를 따먹는 날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약화시키는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와의 대답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가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따라서 하와가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유혹자 뱀의 말은 어떤가요? 뱀의 말 역시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뱀은 하느님께서 하신 절대 명령, 즉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그것을 먹어도 결코 죽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절대 진리를 절대 거짓으로 맞바꾸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뱀은 이미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여자에게 ‘신과 같아질 수 있다.’고 부추깁니다. 하와는 그 결정적 유혹을 피하지 못하고 덫에 빠집니다. 유혹자가 인간에게 하는 최대의 유혹이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된다.”는 속삭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입니다.

 

고대부터 인류 역사에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습니다. 신의 흉내를 내는 사람들도 여럿 등장했습니다.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의 뒤틀린 욕망’은 수많은 영화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또 과학의 영역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들은 ‘신이 되라.’는 유혹이 우리의 삶 곳곳에서도 쉼 없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게 합니다.

 

뱀은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열매를 따먹으라고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교활함과 교묘함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의구심을 갖게 했습니다. 죽지 않으리라는 거짓 확신을 심어주며 신처럼 될 것이라는 달콤한 속삼임은 하와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뱀의 꼬임에 넘어간 하와의 눈은 이제 선악과 나무를 향합니다. 그녀의 눈에 열매가 무척 먹음직스럽고 소담스러워 보입니다.(창세 3,6 참조) 그것을 먹기만 하면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보이고 탐스러웠다고 성경은 하와의 마음을 상세히 읽어줍니다. 나무 열매를 올려다보는 하와에게는 이제 더 이상 ‘먹지 마라.’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하와는 나무 열매의 심미적 외견과 감각적 욕구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보기에 더 좋아보이고 기능의 탁월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혹에 넘어간 하와는 이제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아담에게도 열매를 건네주며 그를 공범자가 되게 합니다. 아담 역시 ‘따 먹지 마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하와의 말을 듣는 약함을 보입니다.

 

세상 창조 이후 아담은 하느님으로부터 땅을 지키고 돌보는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에덴동산을 악으로부터 지켜야 했던 아담과 하와는 뱀을 쫓아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오히려 뱀이 그들을 에덴동산에서 쫓아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유혹이 지닌 묘한 매력과 끌림의 종착지는 죄입니다. 창세기의 선악과 이야기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과일’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먹고자 하는 우리의 강한 ‘의지’와 ‘행위’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달콤한 유혹에 맞서 늘 하느님의 말씀과 뜻에 마음을 조율해 나가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월간빛, 2021년 3월호, 임미숙 엘렉타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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