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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56: 가장 높은 고딕 성당 - 아미앵의 노트르담 주교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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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8-09 ㅣ No.807

[성당 이야기] (56) 가장 높은 고딕 성당


아미앵의 노트르담 주교좌성당(Cathédrale Notre-Dame d’Amiens)

 

 

아미앵 대성당은 지난 회에 소개한 랭스 대성당의 건축에 영향을 받아 1220년, 고딕 성당을 완성하겠다는 열망으로 첫 삽을 떴습니다. 200년 전 클뤼니의 후고 원장이 제3 클뤼니 수도원 성당을 통해서 로마네스크 양식을 종합하고 완성한 것이 생각납니다(→ 성당이야기 25회). 아미앵도 새로운 기술보다는 그동안 단계적으로 발전된 고딕 성당의 축적된 역량을 종합하는 것에 집중하여, 당시로는 가장 높은 천장고 43미터의 고딕 성당을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랭스 만큼의 명성을 얻지는 못했는데, 기술의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세기 후에 더 높게 지어진 쾰른 대성당이 독일식이 아닌 아미앵의 고딕 양식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기록을 보면 아미앵에 대한 평가는 더 후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아미앵은 랭스도 풀지 못했던 대응 기둥과 리브의 구조적 일치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랭스의 천장 리브와 만나는 대응 기둥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과 주두에서 올라오는 것의 두 종류였으나 아미앵은 트리포리움에서 올라오는 것을 추가하였습니다. 이것은 클리어스토리를 두르는 리브와 만나는 대응 기둥입니다. 랭스에서는 이것이 없어서 리브는 5개인데 대응 기둥이 3개로 구조적 불일치를 이룬 것입니다. 그런데 아미앵에서는 천장의 리브 3개가, 바닥에서 올라오는 대응 기둥 1개와 주두에서 올라오는 대응 기둥 2개와 만나고, 클리어스토리의 리브 2개는 트리포리움에서 올라오는 대응 기둥 2개와 만나면서 구조상 완전한 일치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아미앵은 수직성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샤르트르의 네이브 폭과 천장고의 비율이 1대 2.6인 것에 비해 아미앵은 1대 3에 이릅니다. 이는 네이브월의 구성에서도 나타나는데, 랭스와 비교하면 아케이드는 18미터에서 20.2미터로, 트리포리움은 5.3미터에서 6.8미터로 높아졌고, 클리어스토리는 16미터에서 14.7미터로 낮아졌습니다. 트리포리움이 높아진 것은 플라잉버트레스의 발전에서 온 것이며, 아케이드가 높아지고 클리어스토리가 낮아진 것은 지상의 시각에서 수직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직성 때문에 클리어스토리의 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성당의 바닥은 밝아지고 천장은 어두워졌습니다. 이는 하늘의 빛을 성당에 가득 채우려고 했던 쉬제의 소망에서 멀어져, 이제 세상(땅)의 빛으로 성당을 밝히려는 때가 다가옴을 알리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실로 이 시기에 교회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리스도의 성사’인 교회가 그리스도가 아닌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됩니다.

 

[2021년 8월 8일 연중 제19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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