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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미술 이야기: 14사도화_천상의 세계를 알려준 사람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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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성미술 [artsacra] 쪽지 캡슐

2021-03-08 ㅣ No.782


14사도화_천상의 세계를 알려준 사람들을 만나다 

 

 

 

  지금 우리는 2020년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새해 첫날을 맞이 하면서 마음속에 이런 저런 소망을 갖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설령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꿈을 갖고 새해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저마다 가슴 속에 작은 꿈을 안고 가까운 곳에 있는 성당을 찾아 기도하며 새해를 맞이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명동성당은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성당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명동성당의 주보성인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이다.

 

명동성당에 들어가면 어두운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눈부신 바깥 풍경과는 대조를 이루는 어둠이 우리를 감싼다. 이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외부에 빼앗긴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 성찰하게 된다. 어둠에 익숙해지면 성당 내부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제단 쪽에 있는 빛나는 유리화와 그 아래에 있는 <14사도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14사도화>는 우리나라 교회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장발 화가의 1926년 작품이다. 1898년 명동성당이 축복식을 가졌을 때 유리화는 설치되었지만, 그 아래의 제단 둘레는 텅 비어 있었다. 성당에서는 이곳을 성화를 장식하기 위해 화가에게 작품을 의뢰하였다. 그는 제단 둘레를 어떻게 장식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하던 중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에서 문제를 풀었다. 신라시대에 조성된 석굴암의 본존불상 둘레에 있는 열 명의 제자상을 보면서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 둘레에 있는 <14사도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화가가 사도화를 그리면서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복음을 전하던 파리 외방 전교회 사제들을 모델로 삼았지만 사도들의 표정은 굳어 보인다. 이는 당시 독일에서 유행하던 보이론(Beuron)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이론파는 외적인 화려함을 피하고 절제된 표현을 통해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였다. 화가는 이런 기법을 통하여 사도들이 맡은 직무의 존귀함과 중요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보이는 곳에만 온통 마음을 뺴앗겨 세상 너머에 또 다른 차원의 세상, 즉 천상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다. 과연 인간에게 있어서 지상의 삶이 모든 것이고 그 외에 천상의 삶은 없는 것일까? 우리 눈앞에 있는 <14사도화>는 이 무거운 질문에 침묵 속에 대답해 준다. 사람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이 세상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땅을 밟고 우뚝 서 있지만 그들의 머리는 드높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서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비록 지상에서 하루하루를 살지만 인간의 모든 꿈과 희망이 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작품으로서 인간의 영원한 고향은 하느님이 계시는 천상이라는 것을 이 성화는 속삭인다.

 

다시 맞이한 새해에 우리가 가꾸어야 할 삶은 우리를 지어내신 하느님의 뜻을 잘 이루며 사는 것이다. 즉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실천하며 살 때, 우리가 맞이한 새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빛날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새해를 선물로 주신 것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도록 주셨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출처: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14사도화: 천상의 세계를 알려준 사람들을 만나다, 가톨릭 직장인, 20201(273), pp. 38~41.

 

작품: 장발(루도비코 1901-2001), <14사도화>, 1926, 캔버스에 유채, 227×70cm, 중앙제단 명동대성당 사진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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