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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미술 이야기: 예수와 열두 사도_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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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성미술 [artsacra] 쪽지 캡슐

2021-03-09 ㅣ No.783

 

예수와 열두 사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명동 대성당의 내부 곳곳에는 아름다운 유리화가 장식되어 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유리화는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이 작품들은 1898년 명동성당이 축복식을 갖던 때에 이미 성당 내부에 장식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리화이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명동성당의 유리화는 프랑스 툴루즈의 유명한 유리화 제작사인 제스타(Gesta) 공방에서 제작되었다. 성당이 지어진 지 120년이 흐르면서 건물뿐 아니라 유리화도 1984년과 2007, 두 차례에 걸쳐 보수와 복원 공사가 이루어졌다. 현재 우리가 보는 유리화는 이런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실제 원형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명동성당의 내부에 있는 여러 유리화 가운데는 구상으로 된 것도 있고, 추상 형태로 장식된 유리화도 있다. 구상으로 제작된 것은 제단의 <로사리오 십오단>과 제단 가까운 곳의 트렌셉트 양쪽에 있는 <아기 예수 탄생과 동방 박사의 경배>, <예수와 열두 사도>이다. 사람들은 이들 유리화를 통해서 멀리 있는 듯한 신앙의 세계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이제 그 가운데서 <예수와 열두 사도>를 가까이서 살펴보자. 이 유리화는 제단 부근의 오른쪽 벽면에 장식되어 있다. 전체 유리화는 삼단으로 구성되었는데, 상단에는 원형의 장미창이 하나 있다. 이 작은 장미창은 여덟 개의 꽃잎으로 구성되었는데, 작은 물고기처럼 보인다. 교회 미술에서 숫자 ‘8’은 부활, 즉 새로운 날을 뜻하며, 물고기는 초기 신자들의 그리스도교 신앙고백을 뜻한다.

 

 

 

바로 아래에는 나뭇잎으로 장식된 십자가 문양을 담은 작은 원형의 유리화가 두 개 있다. 그리고 하단에는 뽀족 아치 형태의 기다란 네 개 창문이 있는데, 이곳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뽀족 아치의 창문틀은 고딕 양식의 명동성당 건축과도 잘 어울린다. 네 개의 기다란 창문은 동서남북, 즉 사방의 세계인 온 세상을 상징한다.

 

네 창문 테두리는 영원한 생명의 상징인 식물 문양, 포도나무 잎이나 떡갈나무 잎으로 장식되어 이곳에 있는 인물들을 더욱 소중하고 돋보이게 만든다. 예수님은 목자의 지팡이인 목장을 쥐고서 다른 손을 들어 제자들을 축복해주고 계신다. 12제자들은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선교 사명을 들려주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예수님 가까이에 있는 커다란 종려나무는 주님 안에 시들지 않는 영원한 생명과 구원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사람들 머리 위에 있는 푸른 하늘과 뭉게 구름은 이들이 모두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시는 하느님 나라에 속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된 제자들은 온 세상에 나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완수할 것이다. 유리화 작가는 이 작품의 주제를 분명히 알려주기 위해 사람들의 발 아래에 성경 구절을 뚜렷이 새겨 넣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그들에게 세례를 주어라” (마태 29,19)는 라틴어 성경 구절을 살펴볼 수 있다.

 

일찍이 제자들에게 맡겨진 복음 선포의 사명은 그들뿐 아니라, 후대에 신앙생활을 하게될 모든 사람, 우리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이기도 하다. 명동대성당의 제단 가까운 곳에 <예수와 열두 사도> 유리화를 장식한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신자가 된 모든 사람은 열두 사도처럼 각자 삶의 자리에서 복음 전파의 사명이 있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준다.

 

출처: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예수와 열두 사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가톨릭 직장인, 20202(274), pp. 38~41.

 

작품: <예수와 열두 사도>, 1898, 유리화, 명동대성당의 우측 트렌셉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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