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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칼럼: 돈 워리 - 나 자신을 용서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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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26 ㅣ No.1271

[영화 칼럼] 영화 ‘돈 워리’ - 2018년 감독 구스 반 산트


‘나’ 자신을 용서할 때까지

 

 

존 캘러핸(1951~2010), 미국 포틀랜드 출신의 카툰 작가입니다. 굵은 펜으로 단순하게, 때론 거칠게 그린 만화는 거침없는 소재와 농담, 풍자로 유명합니다. 이것뿐이라면 할 이야기가 별로 없겠습니다만, 태어나서 6개월 만에 버려지고 열세 살 때부터 술을 마신 알코올 중독자로 스물한 살에 사지가 마비된 인물이라면 다르겠지요.

 

<돈 워리>는 불우하고 절망적인 시간과 그 시간을 이겨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그의 자서전입니다. 줄담배에 금단현상(손 떨림)으로 일어나자마자 술부터 사서 길이나 공원에 주저앉아 마시고, 숙취 없이 잠을 깨는 일이 거의 없는 나날들. 친구와 술집을 옮겨 다니며 진탕 마시고는 시속 140㎞로 달리다 온몸이 부서진 것은 당연한 결말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존(호아킨 피닉스 분)은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립니다. 마음에 원망과 미움만 가득합니다. 설상가상 사고로 이제는 손만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살아. 나에겐 미래가 없어.”라고 울부짖으면서 휠체어에 앉아서도 여전히 술만 찾습니다.

 

정말 ‘이런 몸’ 때문에 그의 미래가 없어진 걸까요. 그럼 ‘이런 몸’이 아닌 때에는 미래가 있기는 했나요. 그는 자원봉사자 아누(루니 마라 분)와 알코올 중독자 치료 모임의 멘토인 도니(조나 힐 분)를 만나면서 그것이 아님을 깨달아 갑니다. 아누는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다. 앞으로 인생을 멋지게 살 것이다.”라고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깊은 사유와 성찰의 소유자인 도니는 “하느님,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를 주시고, 그 차이점을 아는 지혜를 주소서.”라고 기도해 줍니다.

 

한 인간이 절망과 자학, 상처와 자기연민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 핑계로 오랫동안 술독에 빠져있었다면. 존 역시 술로 삶이 피폐해졌음을 인정하고, 어떤 큰 힘이 맑은 정신을 준다고 믿고, 의지와 삶을 주님의 보살핌에 맡기지만 유혹과 의심, 두려움에 흔들리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도니는 충고합니다. 도움받을 수 없다고 믿을 때는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꼭 예수님한테는 아니더라도 믿고 요청해라. 믿음에만 매달리지 말고 행동해라.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떠넘기고 싶을 때는 이건 하느님의 선택이라고 믿고 하느님 바구니를 만들어 종이에 문제를 적고는 구겨서 던져 넣어라.

 

발견과 깨달음의 순간들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상처도 저절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어떤 고통은 영영 사라지지 않아 매일 그것과 씨름을 해야 합니다. 도니는 그 고통과 상처를 이겨내는 길은 용서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 존은 자신을 미워한 고교 선생님과 양부모, 도움을 거절했던 사회복지사, 함께 사고를 당했던 친구를 만나 사과하고 용서합니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어머니는 물론 과거와 지금 그대로의 ‘나’까지 용서합니다.

 

그 용서의 힘으로 풍자만화를 그리고, 아누와의 사랑도 시작한 그가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걱정 말아요. 희망은 멀리 가지 않으니까!(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

 

[2021년 10월 24일 연중 제30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 서울주보 4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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