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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현대 영성: 성모님 당신의 보살핌에 저를 온전히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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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16 ㅣ No.1811

[현대 영성] 성모님 당신의 보살핌에 저를 온전히 맡깁니다

 

 

“성모님, 당신께 저의 수도성소를 봉헌합니다.” 필자는 수도회 입회를 결심하던 고등학교 시절 매일 등교길에 묵주 기도를 바치며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하며 성소를 키워갔다. 당시 부모님과 떨어져 친척집에 살면서 외로움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기에 성모님을 어머니로 생각하며 따뜻하게 안아 주시고 보호해 주시는 분으로 여겼던 것 같다. 수도원에 입회해 생활하면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은 끝기도 후, 성당의 불이 모두 꺼지고 고요히 성모상 앞에서 홀로 기도할 때였다. 그러나 신학을 배우고 수도생활의 경륜이 쌓여갈수록 성모님보다는 예수님께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성모님께로 나아갈수록 성모님은 사라지고 예수님을 더 깊이 만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30년이 넘은 수도 여정에서 성모님께 간절히 전구를 청했던 때가 언제인지 되돌아보면 평화로울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낼 때였던 것 같다. 자신의 나약함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어머니 성모님께 기도를 청하며 용기와 힘, 지혜와 분별력을 달라고 수없이 간구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성모님은 필자에게 ‘지켜보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일깨워 주기도 하였다. 예수님께서 어릴 때에는 성모님께서 모든 것을 돌보아 주었다. 그러나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머니는 아들을 간섭하지 않으셨다. 지켜보는 사랑을 하셨다. 심지어 아들을 찾아갔을 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마태 12,48)고 반문하시며 오히려 당신의 제자들이 당신 어머니고 형제들이라고 말씀하신다. 얼핏 보면 어머니를 문전 박대(?) 하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아들 예수님의 말씀에서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어머니다.”(마태 12,50)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모님은 그 누구보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신 분이셨기에 참된 예수님의 제자요 예수님의 어머니신 것이다. 

 

우리도 성인이 되어 냉담하고 있는 자녀들이 있다면 성모님의 지켜보는 사랑, 기다리는 사랑을 배워야 할 것이다. 자녀들이 하느님을 떠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하느님을 떠난 것일 수도 있다. 간섭하는 ‘부모님의 하느님’을 넘어 ‘나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방황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때 부모는 성당에 다니라는 잔소리보다는 ‘사랑의 하느님’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한다. 날마다 미사하고 성당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못하고 집안을 돌보지조차 않고 이웃과 다툼을 하고 있다면 자녀들은 부모님이 믿는 하느님과 더 멀어지게 된다. 하느님은 성당에만 계신 것이 아니다. 모든 곳에 계신 하느님, 특히 사랑의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기도해 주며 자신이 먼저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께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함께하셨다. 십자가 아래에서 비탄의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고통과 죽음에 함께하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도 자녀들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함께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한편, 필자가 성모님을 향한 새로운 영성을 배우게 된 것은 토마스 머튼을 통해서이다. 6살에 어머니를 위암으로 잃고 홀로 성장했던 머튼 신부님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성모 신심이 더욱 각별했다. 특별히 쿠바의 성모 성지를 순례하던 중 미사 때 강렬한 하느님 체험을 한 후, 그는 사제가 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하고 첫 미사는 성모님을 위해 봉헌할 것을 서약하게 된다. 그는 이 체험에서부터 수도생활을 마칠 때까지 성모님께 자신을 의탁하며 살았다. 그에게 있어 성모님은 어머니요 연인이었으며, 관상생활의 스승이었다. 성모님의 아들로서 그녀에게 위로를 받고 신뢰를 드렸으며, 사랑하는 여인인 마리아에게 순수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결핍된 모성애를 성모님의 품에서 채우며 성모님과 함께 수도 여정을 걸어갔던 것이다. “저의 온 삶은 변해야 합니다.”라고 성모님께 고백하는 기도문 속에서 우리는 그가 얼마나 성모님과 하나 되어 살았는지 잘 보여준다.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여, 저는 사랑 넘치는 당신의 중재와 보살핌에 저 자신을 온전히 맡깁니다. 당신은 저의 어머니시고, 저는 당신의 소중한 아들, 그러나 근심, 갈등, 실수, 혼란투성이인데다 자칫하면 죄를 짓곤 하는 당신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온 삶이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저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제가 필요로 하고 근심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제 삶을 당신께 맡깁니다. 제가 자신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그분의 참된 제자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소서.” 아멘 (Learning to Love, 360). 

 

[2022년 5월 15일 부활 제5주일 가톨릭마산 2면, 박재찬 안셀모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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