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전례ㅣ미사

[미사] 미사를 드리기 전에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2-23 ㅣ No.2097

미사를 드리기 전에 (1) “미사를 준비하십시오.”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 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참으로 기쁨이고 행복한 순간이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그 은총을 충만하게 맞이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어느 때는 내가 마음을 다하지 못하여 예수님이 아닌 다른 생각에 정신을 쓰고, 또 어느 때는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여 메마른 감정 안에서 형식적으로 미사를 드리고 오기도 합니다. 분명 미사란 우리에게 주님을 만나고 모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때로는 그 은총에 참여하지 못하여 답답했던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분들에게 저는 미사를 준비하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준비를 하고 갔을 때, 그 시간이 우리에게 더 풍성하게 이루어짐을 압니다. 아이들도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의 말씀이 더 잘 이해되고 공부가 쉽다고 합니다. 손님을 맞이할 때도 미리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소중한 손님을 온전하게 대접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준비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를 더 충만하게 이루도록 이끌어줍니다.

 

하느님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기 위하여 예비자들이 교리를 배우고 신앙을 공부하여야 함을 압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하여 죄를 끊어버리고, 합당한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고해성사에서도 단순히 고해소에서 사제를 만나는 것만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죄를 회개하며 그 죄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짐의 과정을 거쳐야 함이 필요합니다. 혼인과 성품성사를 받는 과정도 역시 그러합니다. 교회는 성사가 맺은 결실은 그것을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에도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성체성사에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미사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억하기 위하여, 주님의 거룩한 변화를 보고 믿기 위하여, 주님의 몸을 내 안에 합당하게 받아 모시기 위하여 먼저 미사를 준비하십시오. 성찬례의 한 해를 지내는 여러분들이 미사의 은총을 온전히 누리기를 바라며, 미사를 드리기 전에 할 수 있는 준비의 과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하여 여러분들의 미사가 더 복되게 다가오기를 바라며, 이제 우리 함께 미사를 준비하도록 합시다. [2021년 1월 17일 연중 제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팔복동성당)]

 

 

미사를 드리기 전에 (2) “아침에 눈을 뜨며 주님을 찬미하십시오.”

 

 

살면서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던 날을 기억해보십시오. 결혼식, 시험, 군입대 혹은 사랑하는 이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을 말입니다. 어쩌면 소중한 이의 수술, 장례가 있는 두렵고 슬픈 날도 그렇습니다. 그런 날 그 하루는 오직 그 시간을 위하여 움직입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그 시간을 위하여 마음을 쓰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일 아침에 눈을 뜨며 먼저 그 중요한 순간을 위하여 마음을 잡고 준비할 것입니다.

 

신앙 안에서 세례, 견진, 혼인성사가 있는 날도 그러하셨을 것입니다. 그 특별한 날 아침에 눈을 뜨며 먼저 주님의 은총을 청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성체성사도 그렇게 중요하고 특별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미사가 매주 혹 매일 있는 일일지라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미사 안에서 주님을 만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여러분의 하루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됩니다. 미사를 드리는 날이 주일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것임을 생각합니다. 주일 하루를 거룩하게 지내기 위하여 주일 미사는 그 중심이 됩니다.

 

그러니 미사를 드리는 날 아침에 눈을 뜨며 주님을 찬미하십시오. 미사를 통하여 오늘 하루가 특별해짐을 기억하는 것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오늘의 시간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주님과 함께 하는 날임을 떠올리십시오. 그러니 오늘 예수님을 만날 것을 생각하며 기쁘게 하루를 시작하십시오. 그리고 미사를 시작하는 순간까지 그 시간을 기다리며 하루를 지내십시오.

 

미사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질 일을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는 오늘 주님의 말씀을 들을 것이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생명을 내어 주실 것이며, 주님의 몸을 우리 안에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 크고도 놀라운 일이 일어날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에 우리는 이 기쁜 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불러 드림은 합당한 일입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그 하루를 시작하며 먼저 주님을 찬미하십시오. 그 찬미가 우리를 미사의 은총으로 이끌어 줄 것임을 믿으며, 기쁘게 주님의 잔치에 나아가도록 합시다. [2021년 2월 21일 사순 제1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3) “옷을 갖추어 입으십시오.”

 

 

때로는 옷을 알맞게 갖춰 입는 것이 준비의 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교복을 입는 것이, 또 직장에 출근하여 먼저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옷을 갖추어 입는다는 것은, 그 시간을 잘 지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운동을 하면서 편안한 옷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방관들에게는 그들이 갖추어 입는 옷이 생명을 지켜주기도 합니다.

 

또 옷은 상대를 향한 내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우리는 어떤 옷이 그의 마음에 들까 한참을 고민할 것입니다. 웃어른을 만날 때에도 존경의 마음을 담아 예의바르게 옷을 차려입습니다. 장례식에서는 소중한 이를 보내는 슬픔과, 그에 대한 존경과 남은 이들에 대한 위로를 담아 옷을 입습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먼저 옷을 갖추어 입는다는 것은 이러한 의미입니다. 미사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며, 미사 때 편안히 함께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향한 내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미사 때 입을 옷을 고른다는 것은 오늘 하느님께 어떠한 기도를 드릴 것인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오늘 주님께 기쁨의 노래를 부를 것인지, 자비를 청할 것인지 생각하여 보십시오.

 

사제들이 입는 옷들에도 이처럼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사제는 개두포, 장백의, 띠, 영대, 제의를 입으면서 각각이 담고 있는 뜻에 따라 기도를 드립니다. 또 전례시기에 맞추어 영대와 제의의 색을 달리하면서 신자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들을 먼저 옷에서 드러내곤 합니다.

 

여러분들도 이처럼 옷을 갖추어 입으십시오. 여러분들이 미사 안에서 청하는 마음을 담아 하느님께 드러내십시오. 비싸고 좋은 옷을 갖추어 입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대충 입지는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미사에 임하는 마음도 그러할까 두렵습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집에서 옷을 입으며 내가 만날 예수님과 내 이웃들에 대한 마음을 준비하여 보십시오.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가장 아름답게 갖추어 입고 주님께 나아가도록 합시다. [2021년 3월 14일 사순 제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4)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먼저 읽고 묵상하십시오

 

 

미사 안에서 말씀 전례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것은 성찬 전례와는 다르게 매일 바뀐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매일 바뀌는 독서와 복음, 그리고 그에 따른 사제의 강론은 우리 삶의 시간들을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심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 말씀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이를 위하여 먼저 그 말씀을 찾아 읽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루카 복음에 나오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는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이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이루어지는 미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그들과 함께 길을 걸으시면서 이를 설명해 주시고, 날이 저물자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집에 들어가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들과 식탁에 앉아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는 순간,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때 예수님은 사라지시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이처럼 미사 안에서 우리가 성경 말씀을 만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가 성찬례를 통하여 주님의 은총으로 눈이 열려 그 의미와 기쁨을 만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제자들도 주님을 만나기 전에 이미 예언자들의 가르침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예수님은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하느님의 약속들이 이루어졌음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이 미사 안에서 새로운 말씀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새롭게 깨닫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가 먼저 그 말씀을 찾아 읽고 기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먼저 독서와 복음을 읽는 것은 미사 안에서 그 시간 선포되는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하여 줍니다. 신앙 안에서, 또 전례 안에서 듣는다는 것은 말씀에 대한 기본자세로 이해됩니다. 그 시간 앞을 바라보며 귀를 세워 듣기 위하여, 먼저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으십시오.

 

그리고 먼저 묵상하시기를 바랍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예수님의 죽음에 대하여 고민하였던 것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기쁨이 되었던 것처럼, 독서와 복음 말씀을 먼저 묵상하는 것은 미사 안에서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주어지는 미사에서의 말씀들을 주님의 이끄심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그 이끄심을 온전히 깨닫기 위하여 먼저 준비하십시오. 미사를 드리기 전에,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먼저 읽고 묵상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미사 안에서 주님의 말씀이 주는 기쁨과 이끄심의 은총이 나에게 충만하게 다가오도록 이를 준비하도록 합시다. [2021년 4월 11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5)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십시오.

 

 

미사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늘 빠지지 않는 단어가 ‘전례’라는 말입니다. 전례는 ‘교회의 공식적인 예배’를 뜻하며, 이는 ‘백성들의, 백성들을 위한 봉사’를 의미합니다. 곧 전례란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일’에 참여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전례에 온전하게 참여하기 위하여 ‘하느님 백성들’이란 말을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이루어 이 미사를 봉헌하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 모여서 주님을 찬미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함께 모인다는 것은 이 미사의 은총을 더욱 충만하게 하여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청하면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18,19-20 참조).

 

따라서 우리가 미사를 드리기 전에 먼저 함께 모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고 모인다는 것이 단순히 한 장소에 서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같은 하느님을 믿으며 형제자매로서 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전례를 위하여 우리는 먼저 공동체를 이루어야 함을 기억합니다. 그러니 미사를 드리기 전에, 먼저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십시오. 이들이 나와 함께 오늘 공동체를 이루어 기도할 사람들임을 기억하십시오. 이들이 오늘 나와 평화의 인사를 나눌 것임을 생각하십시오. 미사는 나 혼자가 아닌 이 사람들과 함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모르는 이와 함께 하는 것이 어려우시다면 처음부터 아는 사람들과,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가시는 방법도 권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역시 미사를 잘 드리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미사 안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어 주님을 찬미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하여 누군가와 함께 하여 주십시오.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여 이 미사를 봉헌하십시오. 그때 주님께서도 당신의 공동체에 함께 계실 것임을 믿으며, 우리가 하나 되어 한 분이신 하느님의 거룩한 시간을 갖도록 먼저 우리의 마음을 열도록 합시다. [2021년 5월 9일 부활 제6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6) 미사 안에서 기억할 지향을 찾아보십시오.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가 고플 때는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히는 법이지요. 기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어려움이 있을 때 간절하게 하느님께 매달리게 됩니다. 그런 때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도 않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게 됩니다.

 

미사를 드리면서 이처럼 간절하게 하느님을 찾는 이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들은 저에게 기도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간절히 청하는 이들의 바람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많은 기적을 베풀어 주셨으니, 미사 안에서 그들을 위한 선물이 주어지기를 함께 기억하곤 합니다.

 

그러나 미사 안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은 이러한 바람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너무도 절박하여 작은 기도라도 더하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빛나는 은총의 순간을 아무런 지향도 없이 흘려버리곤 합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미사에 참여할 뿐 그들은 이 미사가 가장 훌륭한 기도의 시간임을 깨닫지 못합니다.

 

미사를 잘 드리는 방법으로 여러분의 미사에 지향을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이는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참으로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내 일이 아닐지라도 세상에는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는 전쟁과 굶주림으로, 어느 때에는 질병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고 죽어갑니다. 또 누군가는 말못 할 고민을 품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모든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여러분이 지금 드리는 미사의 은총을 함께 나누십시오. 여러분의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이들의 아픔을 이 미사 안에서 기억해 보십시오.

 

이 사랑의 마음은 우리를 미사의 은총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간절하게 하여 이 미사 안에서 우리가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또 우리의 믿음을 진실되게 하여 주님 마음에 들게 하여 줄 것입니다.

 

그러니 미사를 드리기 전에, 미사 안에서 기억할 지향을 찾아보십시오. 이 미사를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봉헌할 것인지 생각하십시오. 그러한 여러분의 노력이 하느님을,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정녕 기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은총이 될 것입니다. 혹 앞으로 우리에게 기도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또 다른 이들의 기도가 우리에게 선물이 될 것입니다.

 

기도의 지향을 한 달, 혹은 일 년으로 길게 두어도 좋습니다. 다만 이 소중한 순간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주신 이 미사의 은총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흘러가도록, 우리의 마음을 선하게 다잡으며 간절하게 주님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2021년 6월 13일 연중 제11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7) 침묵의 시간을 가지십시오

 

 

이웃 종교인 불교의 사찰을 방문하면, 먼저 다리를 건너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긴 숲길을 걷기도 하고, 여러 문들을 지나가기도 하지요. 이러한 과정들이 모두 거룩한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룩한 자리에 서기 위하여 먼저 속세의 번뇌와 더러운 것들을 내려놓고 씻어내는 것이겠지요.

 

탈출기에서 모세가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에도 이러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불타는 떨기의 모습으로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주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우리 문화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집 안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지요. 하느님은 당신 앞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면서 이렇게 신발을 벗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당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이러한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성당에 들어가기 전 성수를 찍으며 기도를 바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때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이처럼 우리는 거룩한 공간에 들어가기 위하여 먼저 자신을 깨끗이 하여야 함을 압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시간적인 흐름 안에서도 이처럼 씻고 비워내는 행동이 있습니다. 성체를 모시기 전에 한 시간 동안은 약이나 물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먹지 않는 ‘공심재’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공심재를 지킴으로서 우리의 몸을 비우고 정갈하게 하여 주님을 합당히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과 함께 저는 여러분에게 미사 전 침묵의 시간을 가지시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주님을 모시기 위하여 우리의 마음에도 비움이, 씻어냄이, 신을 벗음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늘 세상 걱정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살아가지요. 따라서 우리는 삶 안에서 주님을 잊어버리고 세상의 헛된 것들에 마음을 두고 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 앞에 서기 위하여 이제 그 헛된 것들을 치워야 함을 압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지요.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참된 주님을 내 안에 모시기 위하여, 미사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하여 우리는 이제 우리가 늘 생각하고 살았던 세상일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거룩한 공간인 성당에 앉아, 거룩한 시간인 미사를 드리기 전에 잠시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어울리지 않는 마음들을 내려놓으십시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마음속의 혼란과 걱정, 욕심들을 가라앉히십시오. 이제 우리는 주님의 복음을 들을 것이고, 성체를 통하여 주님과 하나가 될 것임을 생각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거룩하지 않은 마음들을 하나하나 치워 가십시오. 그렇게 이제 신발을 벗고 미사 안에서 거룩한 하느님을 만나도록 합시다. [2021년 7월 11일 연중 제15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8) 감실을 바라보며 여기 계신 주님의 현존을 느끼십시오

 

 

고해성사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죄는 주일 미사를 거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말없이 주일 미사를 빠졌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곤 합니다. 하느님이시라면 단순히 미사를 빠졌다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먼저 무슨 일이 있어서 미사를 오지 못하였는지를 걱정하실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몸이 아픈 것은 아니었는지, 어려운 일이 생겨 마음에 실망과 미움이 가득 찬 것은 아니었는지를 살피며 그 안에서 무엇을 위로하여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걱정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은 고해성사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하여 줍니다. 고해성사는 심판자이신 하느님 앞에서 내 잘못을 벗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자비로우신 아버지께 돌아와 우리의 약함을 의탁하며 도움을 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는 하느님을 인격적인 존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살고 죽으심은 이를 가장 완전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도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미사를 통하여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그분께서 빵으로 오셨다는 것에서 저는 친근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식사를 같이하면서 가까운 관계가 되듯이, 같은 빵을 나누어 먹으면서 그리고 빵으로 오신 예수님을 내 안에 받아 모시면서 그분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믿고 감사히 받아드립니다.

 

이처럼 인격적인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만나기 위하여, 이 미사를 드리기 전에 먼저 감실을 바라보시라고 제안합니다. 우리가 미사를 오지 않았을 때 그분께서 우리를 걱정하시며 바라보신다면, 우리가 미사를 올 때 그분은 반갑게 우리를 기다리시다 맞이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우리를 기다리며 주님께서 계시는 곳을 감실이라고 봅니다.

 

감실은 본래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과 병자들에게 모시고 갈 성체를 보관하기 위한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성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신앙이 깊어지면서 우리는 감실 안에서 주님께서 우리를 언제나 기다리고 계심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미사 밖에서도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침묵 속에 주님을 경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성체의 공경은 미사와 이루는 관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미사를 드리러 와서, 그 전에 감실을 바라보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입니다. 성당에 와서 먼저 주님께 인사를 드려보십시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주님께 아뢰며, 주님은 어떻게 지내셨는지를 물어보십시오. 그렇게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그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십시오.

 

미사 안에서 우리는 다시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몸과 피를 내 안에 모시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이 어색하지 않게, 주님과 가까운 마음을 유지하십시오.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언제나 우리를 잊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기쁘게 주님을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2021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9)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 희생을 기억하십시오

 

 

미사 안에서 일어나는 신비는 무엇일까요? 빵이 예수님의 몸으로, 포도주가 예수님의 피로 변하는 성변화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보다 먼저 얘기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외아들을 내어주셨다는 것,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치셨다는 것이지요. 성체성사는 이러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신비에 대하여 감사를 드리고, 이를 기념하며, 우리 안에 현재화시키기 위한 성사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미사는 예수님께서 잡하시기 전날 밤 이루어졌던 파스카 잔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이날 밤 음식을 먹으면서 자녀들에게 이 잔치의 의미를 이렇게 가르치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주님을 위한 파스카 제사이다. 그분께서는 이집트인들을 치실 때, 이스라엘 자손들의 집을 거르고 지나가시어, 우리 집들을 구해 주셨다”(탈출 12,27). 이처럼 구약의 파스카 제사는 어린양과 누룩 없는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셨음을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신약의 파스카 제사인 미사의 의미도 그러합니다. 미사는 우리가 성체를 통하여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들이는 것에 앞서,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바치셨음을, 십자가에서 그렇게 돌아가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셨음을 기념합니다.

 

또한 이 순간에 주님의 마지막 만찬을 재현하고 빵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이천년 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지금 여기, 우리에게도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성체성사 안에서 예수님은 계속해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십니다. 우리에게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어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이를 위하여 예수님은 우리에게 빵을 내어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그렇게 우리는 미사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을 체험합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성당에 들어가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시기를 바랍니다. 주님께서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셨는지, 그것을 위하여 주님께서 어떻게 죽으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 미사는 주님의 십자가 죽음이 다시 우리를 위하여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성체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희생하고 계시다는 이 순간의 표징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을 기억할 때 우리는 이 미사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라는 희생 제단에서 바쳐진 어린양의 피를 통하여 우리가 구원되고 있음을 압니다. 그러니 미사 전에 먼저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는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우리가 어떻게 구원되었는지, 이를 위하여 주님께서 어떻게 죽으셨는지를 떠올리십시오. 그리고 그러한 주님의 죽음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미사를 이제 시작합시다. 주님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정성껏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순간에 함께 하도록 합시다. [2021년 9월 12일 연중 제2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10) 필요하다면 ‘고해성사’를 보십시오

 

 

우리에게 있어 미사가 얼마나 큰 은총인지를 생각합니다. 이 미사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을 내어 주셨음’(요한 3,16)을 느끼며 감사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당신 목숨을 바치시고,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신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이 자리에 함께하시며 이 모든 신비를 지금 우리에게 이루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처럼 미사 안에서 우리는 너무나 큰 은총을 받게 됨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은총을 받기에 합당한지를 스스로 묻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게 됩니다. 그러니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1코린 11,27-29).

 

미사를 드리기 전에, 우리는 이 거룩한 주님의 잔치에 우리가 합당한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슬퍼하며 떠나가야 할까요? 성경은 ‘회개하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인들이 회개하고 당신과 다시 함께 하기를 원하시고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교회는 우리의 회개와 하느님과의 화해를 위하여 고해성사를, 그 자비의 은총을 간직하고 선물합니다.

 

고해성사를 통하여 우리가 이 미사에 더 기쁘고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오실 때,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것처럼 “그분의 길을 곧게 내는,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게 되는”(루카 3,4-6 참조)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 고해성사를 통하여 우리가 주님을 만나는 데 있어 합당하지 못한 부분을 채우게 됩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우리가 이 미사의 은총을 얻기 위한 준비로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코 고해성사라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미사를 드리기 전에 먼저 고해성사를 보십시오. 우리가 주님의 몸을 합당하게 모실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청하십시오. 부디 고해성사를 보는 것을 두려워 마십시오.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을 용서하고자 기다리신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이 고해성사를 통하여 준비를 하고, 주님을 만났을 때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부끄러움 없이, 두려움 없이 주님을 만나는 그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보십시오.

 

물론 모든 미사 앞에서 고해성사를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우리는 미사 안에서 영성체를 앞두고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라고 기도합니다. 분명 이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은총으로도 우리의 작은 죄는 채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우리는 고해성사를 보아야 한다는 것, 이 미사에서 주님을 모시기 위하여 고해성사가 필요함을 기억합시다.

 

그렇게 우리가 이 미사의 은총에 온전하게 함께 할 수 있도록, 우리 안에 주님이 오시는 길을 곧게 내고 주님을 기다리도록 합시다.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의 은총이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이루시는 구원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이 두 성사의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2021년 10월 10일 연중 제28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11) 성령께서 함께 하시며 이끌어 주시기를 청하십시오

 

 

미사에서 분심이 들거나, 미사의 은총을 느끼기 어렵다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저 역시도 한때 그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신학생 때의 일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도대체 기도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침 기도 시간과 미사 안에서까지 많은 분심 속에서 마음을 모을 수가 없었고, 저녁에 묵주기도 시간도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기도하지 않으며 지내다가 영성 지도신부님께 변명처럼 ‘기도하고 싶지만 기도가 안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제 변명을 혼내지 않으시며, 저에게 그럴 때 기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기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 말이 참 우습게 들렸습니다. 그럼에도 기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오늘 저녁에는 묵주기도를 하게 해 달라고, 성무일도와 미사 때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게 해 달라고, 틈틈이 짧은 기도를 바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저는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내가 미사를 잘 드리게 해 달라고, 미사 안에서 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기도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의 도움 없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라면, 미사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미사 안에서 우리는 주님의 잔치에 참여하는 것이지, 우리가 이 미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주님께 먼저 기도하십시오. 이 미사 안으로 나를 이끌어 달라고 청하십시오.

 

사실 이 미사 전례 안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특히 성령의 역할을 생각해 봅니다. 성령은 모든 성사 안에서 그 은총을 실제화하는 분이십니다. 미사 안에서도 성변화 앞에서 사제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미사를 드리기 전에 우리 역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을 두고 이렇게 기도합시다. 성령의 힘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가 주님의 이 거룩한 잔치에 참여하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성령께서 함께하심으로써 이 시간의 성체성사가 우리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구원 제사가 되는 것처럼, 성령께서 내 마음 안에 함께 하심으로써만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신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먼저 기도하십시오. 먼저 성령을 청하십시오. 이 미사 안에서 우리를 이끌어 달라고, 내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달라고 그렇게 청하십시오. 혹 분심이 들어 미사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미사의 은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욱더 성령께 매달리십시오. 저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령의 이끄심과 함께 주님의 제단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그분께서 우리를 이 복된 시간 안으로 얼마나 잘 이끌어 주시는지 여러분도 체험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도록 합시다. [2021년 11월 14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미사를 드리기 전에 (12) 일어나서 주님을 찬미하며 은총의 순간을 맞이하십시오

 

 

흔히들 미사를 ‘본다’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왠지 미사를, 주님의 희생 제사를 멀찍이 바라만 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미사 안에서 주님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미사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시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생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사를 ‘본다’라고 하기보다는, ‘드린다’, ‘참례한다’라고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미사를 시작하면 먼저 성호경을 긋고, 사제는 모두에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합니다. 이 말은 주님께서 이 미사 안에 현존하심을 확인하는 말이면서도, 반대로 보면 우리에게도 주님과 함께하여야 한다고 권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미사 안에서 여러분도 주님과 함께하시기를 초대하는 것이지요.

 

‘십자가의 길’에서는 여러 인물이 나옵니다. 특히 주님의 얼굴을 닦아주는 베로니카 성녀를 기억해 봅니다. 사람들은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데 모두 바라만 보았지만, 베로니카는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 얼굴을 닦아 드립니다. 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이러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미사는 주님의 희생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또 예루살렘 여인들은 주님의 수난을 보며 울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슬퍼하고 있습니다. 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미사에 함께하여 주십시오. 주님이 홀로 그 길을 가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부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것을 멀리서 구경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의미에서 미사의 전례에 함께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미사 안에서 평신도의 참여를 권장합니다. 여러분은 미사의 독서, 해설, 복사, 성가대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감사기도 2양식에서 ‘신앙의 신비여’를 외친 다음, 사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가 아버지 앞에 나아와 봉사하게 하시니 감사하나이다.” 이 감사함을 여러분도 함께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감사할 일인지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 여러분에게 이 미사에 함께하시기를 초대합니다. 주님의 미사에서 함께 봉사하여 주십시오. 자신의 부족함과 그에 따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베로니카 성녀처럼 주님과 함께 사람들 앞에 서십시오.

 

전례 봉사의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여러분이 미사에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미사 안에서 성가를, 신자들의 응답을 마음을 다해 큰 목소리로 소리 내어 주십시오.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사제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이 미사를 봉헌하러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십시오. 주님께서 당신의 수난으로 우리를 구원하실 것을 믿으며 주님을 찬미하십시오. 그렇게 이 미사를 당신의 순간으로 만드십시오. 주님과 함께 기뻐하고 또 슬퍼하십시오. 미사는 주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이 미사에서 주님께서는 여러분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과 함께 이 미사를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제 시작하도록 합시다. [2021년 12월 12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7,352 1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