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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너무 살고 싶어 자해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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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13 ㅣ No.1080

[박예진의 토닥토닥] (23) 너무 살고 싶어 자해를 해요 (상)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자해하는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 사례를 다루겠습니다. 먼저 자녀의 행동부터 이해해 보도록 할까요?

 

“우리 애는 피어싱이 유행이라고 하고 다녀요. 귀랑 입술에도 여섯 개나 했어요. 근데 또 문신을 한대요. 그럼 나가라고, 용돈도 끊어버릴 거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안 하더라고요. 저희 부부는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 교류가 있어요. 그러니 저희 애를 보면서 다를 분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자해도 하고 자살도 시도해서 이제 야단 안 치고 웬만하면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속이 많이 상합니다.”

 

청소년들의 자해와 자살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은 10만 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2020, OECD Health data) 자해는 ‘자신의 신체 조직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가 있는 의도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자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자해를 경험한 68%가 자살을 시도한다고 합니다.

 

자해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피부 찌르기, 고통을 가하는 문신하기, 바늘이나 핀 등으로 찌르거나 피나도록 긁기, 깨물기, 머리카락 뽑기, 날카롭거나 독성 있는 물질 삼키기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이버 자해라고 해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는 사랑받지 못해’, ‘나는 못생겼어’ 등의 이유로 자신을 비하하는 현상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의 상당수는 비자살적 자해로, 자살까지는 가지 않지만 자신을 위험하게 방치하거나 내버려두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 걸까요?

 

자해가 일종의 세상 공격으로부터 도망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입니다. 자기 자신을 훼손함으로써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음을 느끼고, 고통을 느낌으로써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지요. 인정과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공통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정과 관심을 받지 못해 심하게 낙담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거나 타인을 괴롭히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관심을 두니까요. 대개 걱정해주거나 보살펴줍니다. 때론 야단이나 비난이 따르기도 하겠죠. 하지만 그 모두가 당사자에게는 관심의 일종으로 여겨집니다.

 

자해는 스스로에게 강한 고통을 가함으로써 자신의 다른 고통을 잊고자 하는 충동적이며 중독적 행위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상처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해를 통해 어떤 마음(메시지)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그 숨은 목적을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마음에 공감하고 반응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는 부모님에게는 쉽게 이해가 안 되고 긍정적 반응이 어려울 겁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반듯한 모습의 아들을 바라고, 그렇게 이끌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야단을 치거나 어르기만 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아들이 피하고 싶은 고통이나 전하고 싶은 아픔이 있을 텐데, 그걸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금 아들의 행동은 ‘살고 싶어서 하는 몸부림’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아들에게 반응하면 좋을까요? 그 부분은 다음 주에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12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박예진의 토닥토닥] (24) 너무 살고 싶어 자해를 해요 (하)

 

 

“우리 애는 피어싱이 유행이라고 하고 다녀요. 귀랑 입술에도 여섯 개나 했어요. 근데 또 문신한대요. 그럼 나가라고, 용돈도 끊어버릴 거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자해도 하고 자살도 시도해서 이제 야단 안 치고 웬만하면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속이 많이 상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에는 긍정훈육 차원에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훈육하면 좋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자해 행동 청소년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는데요. “자해 후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이러한 죄책감으로 인해 다시 자해한다”는 겁니다.(서미 외, 2019) 부모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워하고 자해 사실을 알린 거나 들킨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부모가 대개 충격, 두려움, 분노,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을 내보이며 자녀의 자해를 부끄럽다고 감추려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자녀의 자해 행위를 과소평가”하기도 하지요.(Crowell 외, 2008) 이러면 더 큰 문제를 낳습니다.

 

자녀의 자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의 반응은 달라야 합니다. 부정적 감정에 휘말려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자녀와의 소통 방법을 뒤돌아보세요. 자녀가 먼저 긍정적 소통을 시도했지만, 부모의 거부로 좌절했던 적은 없었는지요? 듣고 싶은 말만 듣지는 않았나요? 아예 귀를 닫고 자녀의 말을 시종일관 무시하지는 않았었나요? 자녀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나요? 그러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라도 하면 됩니다.

 

자녀의 존재를 부모가 알아주는 것부터 자녀와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녀의 자해 충동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녀의 행동과 존재를 분리해서 생각해 보세요. 자해해서라도(행동)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존재감)를 각각 바라보는 겁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해하는 자녀에게는 어떤 목적이 있을까요? 자해 행동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 스스로가 느끼는 무가치의 감정,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더 큰 고통으로 해결하려는 자녀를 안아주세요. 부모의 양육 태도의 변화는 자녀들이 버팀목으로 삼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부모라면 자녀에 대한 걱정과 간섭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이 또한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닙니다. 그건 부모 입장에서 보는 사랑이지, 자녀의 입장은 다릅니다. 자녀의 인생은 자녀가 선택하도록 자율권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스스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믿고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더 나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부모의 신뢰는 자녀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자녀와 특별한 시간도 가져보세요. 그동안 단절된 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여행이나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인간 대 인간으로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세요. 왜 그리 자녀에게 기대했는지, 부모의 좌절한 경험이 자녀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으려고 했는지 허심탄회하게 말입니다.

 

부모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다만 자녀를 잘 키우고 싶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노력하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기억하세요.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19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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