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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하느님 알기12: 빅뱅 직후 물질의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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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13 ㅣ No.452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12) 빅뱅 직후 물질의 생성


세상 모든 존재는 우주 첫 순간부터 함께하고 있다

 

 

- 美 항공우주국(NASA)이 빅뱅 우주론을 설명하는 그림.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물리학자들이 관측 데이터와 이론에 입각하여 현재까지 정리한 빅뱅 우주론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물리학자들은 특별히 플랑크 시간(Planck time)이라고 부르며 우주에 대해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간으로 여기는 시점인 우주 탄생 후 10-43초 뒤의 시점에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현재와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고 물리학의 모든 법칙들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봅니다. 바로 이 순간에 우주 전체의 크기는 양성자보다 훨씬 작고 그 온도는 약 1032K으로 추정됩니다.

 

2. 그 직후인 빅뱅 후 10-34초 뒤의 순간 즈음에는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기본 힘들, 즉 중력(gravity),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강한 핵력(strong nuclear force) 및 약한 핵력(weak nuclear force)이 차례로 분리되고 공간이 급팽참하여 우주의 크기는 약 1030배 정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이 무렵 시공간 구조 내에서의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에 의해 물질의 형성이 시작됩니다. 이때의 우주는 약 1027K의 온도로 너무 뜨거워서 광자,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 등을 구성하는 입자인 쿼크(quark), 전자와 뉴트리노(neutrino) 등이 섞인 뜨거운 수프만 존재하며 양성자와 중성자는 아직까지는 형성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3. 이어서 빅뱅 후 10-4초 뒤의 순간 즈음에는 쿼크들끼리 서로 결합할 수 있게 되어 이제 물질(matter)인 양성자, 중성자와 그들 각각의 반물질(antimatter)인 반양성자(antiproton), 반중성자(antineutron)를 형성하게 됩니다. 우주는 이제 냉각되고, 물질과 반물질 입자쌍, 즉 양성자와 반양성자 쌍 및 중성자와 반중성자 쌍이 서로 충돌하여 에너지를 방출하며 사라진다. 이때 어떤 이유인지 분명치 않지만, 그 당시 물질이 반물질보다 약간 더 많이 있어서 이 여분의 물질은 반물질 상대를 찾지 못한 채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 세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빅뱅 후 약 1분의 시간이 지난 뒤 우주는 이제 충분히 냉각되어 양자와 중성자가 충돌하여 질량이 작은 핵, 즉 수소, 헬륨, 리튬 등의 핵을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우주 전체에 방사선이 생겨나지만 핵들과 상호작용을 하느라 멀리 퍼져나가지는 못합니다.

 

5. 빅뱅 후 약 37~38만 년 후가 되면 이제 온도는 3000K(2726.85℃)까지 떨어지고, 따로 자유롭게 존재하던 전자는 드디어 원자핵에 달라붙어 원자를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방사선은 원자와는 크게 상호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먼 거리를 자유롭게 퍼져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 방사선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를 형성합니다. 이 무렵 수소와 헬륨 원자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서로 뭉치기 시작하여 결국 은하와 별의 형성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아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은 빅뱅 직후 채 1초가 되지 않은 시점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물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 안에 존재하는 이 모든 기본 입자들은 ‘빅뱅 직후에만’ 생겨났으며, 빅뱅 이후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새롭게 생겨나거나 사라진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전자나 양성자, 중성자는 절대로 인위적으로 새로 생성되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각자의 육체를 구성하는 모든 전자, 양성자, 중성자들은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채 1초가 안 된 시점에 만들어진 ‘바로 그것들’이라는 점을 물리학자들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우리 각자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 안의 원자들 안의 전자, 양성자, 중성자들은 138억 년 전 빅뱅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 하늘의 구름, 우주 저 바깥의 목성 주변을 도는 위성 역시도 138억 년 전 빅뱅에 의해 만들어진 기본 입자들로 구성되어있는 것입니다.

 

결국 물질적인 관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사실상 우주의 첫 순간부터 함께해온 존재인 것입니다! 즉, 우리의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모두는 빅뱅과 함께 출현한 존재, 세상 만물의 창조와 함께 이 우주 안에서 생겨나게 된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는 138억 년 된 입자들로 구성된 육체를 가진 존재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육체를 구성하는 그 입자들은 우리의 죽음 이후 우리 육체로부터 분해되어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무언가의 육체를 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제 먹은 삼겹살 한 덩어리 안에는 수억 년 전 한반도에서 살던 공룡의 몸을 구성하던 원자가 있을 수 있고, 내가 작년 5월에 호흡을 통해 받아들인 산소 원자가 실은 2000년 전 예수님이 내뱉은 이산화탄소 분자 안의 산소 원자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놀랍지 않으신지요? 우리는 공룡이나 예수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서기 2022년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인데, 알고 보니 수억 년 전의 생명체 내지는 성경에서나 뵙던 예수님과도 물질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에 따르면 ‘천지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는 무한한 창조 능력을 가진 분이십니다. 하지만 그분은 끊임없는 입자 창조 대신에 138억 년 전의 빅뱅을 통한 단 한번의 창조를 통해 이 모든 기본 입자들을 한꺼번에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그 입자들의 ‘재사용’(recycling)을 통해 우주 만물이 물질적으로 구성되도록 하셨습니다. 결국 우리가 어제 버린 비닐봉지와 스티로폼을 구성하던 원자가 불과 100년 뒤 우리 후손의 몸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는 우리가 환경 문제,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우리는 세상의 어떠한 물질도 함부로 대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들 모두가 138억 년 전에 빅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육체나 다른 하찮은 물건이나 모두 동일한 시점에 만들어진 ‘고귀한 재료들’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6월 12일,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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