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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칼럼: 영화 돈 룩 업 -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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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07 ㅣ No.1291

[영화칼럼] 영화 ‘돈 룩 업’ - 2021년 감독 애덤 매케이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영화 <돈 룩 업>은 이런 가정(假定)을 합니다. ‘에베레스트산만 한 크기의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 그대로 두면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해 모든 생명체가 멸종한다.’

 

처음은 아닙니다. 많은 소설과 영화들이 비슷한 상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불안과 경고로, 나중에는 지구 대멸종의 위기와 공포조차 다분히 오락거리로 삼기 위해서. 흉악한 외계인까지 등장시켰습니다. 결말이 비슷했습니다. 인류 대재앙의 위기 앞에서 세계는 모든 이해관계를 버리고 하나로 뭉쳤고, 위대한 지도자나 영웅이 등장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돈 룩 업>은 다릅니다. 다분히 자기만족과 낙관적 환상에 빠진 이런 영화들을 비웃으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아무리 소리쳐도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고, 자기 이익에만 집착하고, 가볍고 오락적인 것만 소비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기적 진실’과 ‘편 가르기’를 고집하고, 지구 환경의 위기보다 인기 연예인 커플의 결별과 재결합에 더 관심이 많은 세상을 적나라하게 풍자합니다. 누구도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 연구생 케이트(제니퍼 로런스 분)와 그녀의 지도교수인 랜달 박사(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합니다. 아예 들으려조차 않습니다. 코앞에 닥친 선거와 대법관 지명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는 미국 대통령(메릴 스트리프 분)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의 아들인 비서실장은 그들이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합니다.

 

생방송 토크쇼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 분)는 시청률에만 매달려 혜성 충돌을 농담거리로 삼고, 그 때문에 화를 낸 케이트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놀림감이 됩니다. 지지율 만회를 위해 대통령은 핵폭탄으로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긴급 발표를 거대한 불꽃 쇼로 연출하고, 최첨단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유명 정보기술(IT)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광물을 독점적으로 얻으려 혜성을 조각내 바다에 떨어뜨리려 합니다. 그에게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대통령은 갑자기 계획을 바꿉니다. 이런 인물과 풍경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세상은 반으로 갈라집니다. 혜성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과 혜성의 존재 자체를 가짜 뉴스라며 부정하거나, 정치 선전에 넘어가 혜성의 상업적 가치에 현혹돼 하늘을 보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 온라인에서는 논쟁을 벌이고 오프라인에서는 시위를 벌이며 서로 싸웁니다. 랜달 박사는 절규합니다. “어떤 땐 할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합니다. 나는 어느 편이 아닙니다.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것뿐입니다. 우린 전부 다 죽을 거예요.”라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이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위기의 실체가 혜성이 아닌 기후 위기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요.

 

영화 <돈 룩 업>의 풍자와 경고도 농담처럼 지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 닥칠 재앙은 결코 가정(假定)이 아닐지 모릅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를 떠올립니다. 주님의 경고에 따라 그렇게 이스라엘이 멸망한다고 외치고 다녔지만, 그를 비웃고 멸시한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2022년 6월 5일(다해) 성령 강림 대축일 서울주보 6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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