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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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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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03 ㅣ No.1063

[박예진의 토닥토닥] (5)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런 질문에 “나는 한 사람이에요”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답하자니 아닌 것 같고, 생각해보니 또 저런 모습도 있는 것 같고. 우리는 참 다양한 모습의 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는 몰랐던 나의 모습이 불쑥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듯이 우리는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봅니다.

 

도날드 위니콧이라는 심리학자에 의하면, 갓 태어난 아이는 아직 ‘자아’라는 개념이 없어 엄마 뱃속에서처럼 엄마와 자신은 하나라고 여기게 된다고 합니다. 아이는 자기를 인식하기 전에 엄마를 먼저 인식하게 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관점이 형성되기 전에 엄마가 반응하는 대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출생 직후의 아기들은 엄마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엄마가 필요한 것들을 미리 알아주고,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유지해줘야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다 점차로 엄마와 떨어져서 홀로 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이가 홀로서기에 잘 적응이 된다면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찾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타인이 원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본래의 모습과는 다른 거짓 자아를 발달시키게 됩니다. 이것은 풀벌레가 풀색으로 무장하듯, 거짓 자기를 입고 세상에서 살기 위함이지요.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면이 없다면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 다시 한 번 스스로 물어봅시다.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혹은 “나는 누구입니까?” 혹시라도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 혼란스럽나요? 괜찮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나다운 자기상’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세요. 생각해보면 보기 싫었던 내 모습만 있었던 건 아닐 겁니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나를 만들어왔지만, 그 와중에서도 스스로 보람차고 희망을 느낀 일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것 역시 나의 경험이고 지금의 나를 만든 것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모습과 저런 모습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었으며, 긍정적으로 발전된 것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나의 본모습은 이렇지 않아’, ‘이런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부정하고 후회해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부정한 나의 모습 이면에는 이렇게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이겨낸 나도 있죠? 특히 가장 힘들었을 때 신앙, 삶에 대한 의지, 성공에 대한 열망, 작은 성공 체험들, 고통은 언젠가 지나간다는 믿음과 희망, 그리고 그에 따른 비전, 그것을 옆에서 응원해준 가족의 지지 등 다양하게 현재까지 내가 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보고 ‘통합적으로 나다운 나’를 만들어가면 됩니다. 이제 결심하고 실행하는 일만이 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나를 인식하는 과정은 ‘거울에 비친 나와 거울에 비치지는 않는 모습’도 함께 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으나,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삶에 대한 희망과 믿음, 비전, 가치, 그리고 그것들의 의미, 소중한 사람들 등 어떨 때, 내가 더 나로 만족할 수 있었는지에 집중한다면, 점차로 ‘나다운 나의 자아상’과 흔들리지 않는 현재의 모습이 더 확고해질 것입니다. 내 맘에 드는 내 모습이든, 보기 싫은 모습이든 오늘의 나에게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고 수용을 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바로 대답할 수 없어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겁니다. 나의 삶의 여정은 흔들림은 있었어도 ‘나다운 자아상’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월 30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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