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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실망 속에 폐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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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1-23 ㅣ No.1852

실망 속에 폐막한 COP26


석탄발전 ‘중단’ 대신 ‘감축’… 기후정의 실현 또다시 지연됐다

 

 

- 11월 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197개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리고 있다. CNS.

 

 

알록 샤르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의장은 이번 회의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지구 행성의 기후위기 징후는 급박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당부했을 만큼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폐막 예정일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진행됐던 COP26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실망 일색이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197개국 정부 대표단 등이 참석해 10월 31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됐던 COP26은 예정일을 하루 넘긴 13일 모든 논의를 마치고 ‘글래스고 기후협약’을 채택했다. 예정일을 넘기면서 막판까지 최종협상을 이어갈 만큼 이견과 갈등을 조율했지만, 애당초 기대됐던 대부분 과제들은 다음 총회로 넘어갔다.

 

이번 회의의 성과를 담은 글래스고 기후협약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선다는 원론에 머물렀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폭 1.5℃ 이내 제한이라는 목표는 살아남았지만,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재확인하는데 그친 것일 뿐,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실질적 진전은 전혀 이루지 못했다. 다만 참가국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강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하기로 하고 내년에 이집트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재차 논의하기로 했다.

 

 

석탄화력발전, 중단 아닌 감축

 

가장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자 가장 실망스러운 합의는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이다. COP26을 앞두고 가장 크게 기대했던 것은 2030년대에 선진국들, 2040년에는 모든 나라들이 석탄화력발전을 완전히 퇴출하는 것이었고, 이는 최종 합의문 초안에 담겼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이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석탄화력발전 ‘중단’은 ‘감축’으로 수정됐다.

 

다만 COP 선언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면에서는 나름의 의미는 있다. 하지만 ‘중단’이라는 애초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40여 개국이 동참한 ‘탈석탄 성명’ 서명에서 빠졌다. 한국과 폴란드 등은 서명을 하고도 단지 ‘노력한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기후변화 대응 기금 마련도 늦어져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기후위기 대응력을 돕기 위해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COP15)에서 합의한 기금 마련안도 내년 총회로 미뤄졌다.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들은 2025년까지 개도국 지원 기금을 2배로 증가할 것을 약속했지만 2009년 조성을 약속한 1000억 달러 기금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대표단을 이끈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11월 11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무엇보다 각국이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청은 개도국 지원을 위한 1000억 달러 기금 마련 목표가 아직 충족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기후위기 적응력을 지원하기 위해서 기후 기금, 기술 이전, 적응 능력 제고를 위해서 긴급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림파괴 중단, 메탄가스 배출량 줄이는 데 동의

 

그나마 이번 총회에서 성과로 꼽을만한 것은 2030년까지 삼림파괴를 중단하고, 2020년 대비 메탄가스의 배출량을 30% 감축하기로 105개국 이상이 합의했다는 것 정도이다.

 

주요 탄소 흡수원인 삼림을 보호하기 위한 선언에는 미국·중국·캐나다·러시아·인도네시아·콩고 등 방대한 삼림을 지닌 나라들과 함께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유한 브라질과 한국도 서명했다. 영국 등 12개국 정부와 민간 기관들은 이를 위해 190억 달러(약 22조3200억 원)를 투입, 열대우림 보호 등에 나설 계획이다.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을 2020년 배출량보다 최소 30% 이상 줄이기로 한 메탄가스 협약도 체결됐지만, 여기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나타났다. 글로벌 메탄가스 협약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주도했고 중국, 인도, 러시아, 그리고 호주는 서명하지 않았다.

 

 

실패한 총회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매우 박하게 나타난다. 특히 이번 총회 기간 중 10만여 명이 운집해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대응을 요구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 미래세대 기후활동가들은 이번 총회를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고 ‘COP26’ 장례식까지 거행했다. 이들을 상징하는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폐막 소식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COP26은 ‘헛소리’에 불과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국내 환경단체들 역시 이번 총회가 “기후 과학과 인권의 목소리보다 주요국의 경제적 이해득실이 회의를 좌우했기 때문에 예견된 결과”라며 “이번 회의결과도 초라하고, 지구 기후와 생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1월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각국이 내년까지 1.5℃에 부합하는 보다 강화된 탄소감축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은 이번에 새로 취합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다”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기후정의 실현은 또다시 묵살되고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가급적 빠르게 늦어도 내년까지 강화해서 제출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 문제이자 경제 문제이며 일자리 문제라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 모두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 기후위기 즉각 대응 촉구

 

당초 COP26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적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교황은 11월 14일 주일 삼종기도 자리에서 “지난 며칠 동안 COP26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며 “정치·경제적으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이 용기와 선견지명을 갖고 즉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앞서 11월 9일자로 COP26 총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이제 시간이 없다”면서 “이번 총회가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돌보라고 맡겨주신 세상을 충실하게 돌보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회는 실망 속에서 폐막했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의 당면 과제이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당부이다.

 

[가톨릭신문, 2021년 11월 21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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