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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ㅣ심리ㅣ상담

[심리] 코로나 블루 넘어 코로나 블랙… 교회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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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13 ㅣ No.1064

코로나 블루 넘어 코로나 블랙… 교회 역할은?


마음의 길 잃은 양들 위한 ‘목자의 헌신’ 보여줘야

 

 

‘코로나 블랙.’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무기력함은 물론 절망·좌절·암담함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 발생 초기 감염 위험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을 뜻하던 ‘코로나 블루’가 분노를 표출하는 ‘코로나 레드’로, 이제는 희망조차 찾지 못하는 ‘코로나 블랙’에까지 이르렀다. 실제 국민 5명 중 1명은 이미 코로나 블루 상태로, 언제든 코로나 블랙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까.

 

50대 여성 로사씨는 지난해 10월, 모든 걸 놓아 버리고 싶었다. 계속되는 남편과의 불화, 자녀의 건강 악화 등 모든 게 꿈꿔 왔던 삶과는 정반대였다. 평소라면 본당 반모임과 성령기도회 등으로 우울함도 풀고 어려움도 견뎌냈겠지만, 코로나19로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대화할 사람을 만나기도, 자유롭게 어딘가로 떠나기도 어려웠다. 지금은 다행히 가톨릭 영성심리 상담을 받아 하느님과 자신을 알고 힘든 와중에도 주님 뜻을 찾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로사씨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기도해도 막연하게 탁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나올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서는 힘든 사람들이 누구나 하느님을 만나고 자신을 사랑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가톨릭 영성심리 상담이 더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 무력감 호소하는 사람들

 

코로나19 상황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활동 감소 등으로 우울함과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속되는 일상 제한과 끊어진 인간관계 등은 이 감정을 분노로 표출하는 데까지 이르게 했고, 이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회복이나 재기 가능성을 찾지 못하는 등 망연자실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 건강 실태조사」 12월 결과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 상태였고 10명 중 1명 이상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19~71세 성인 2063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해당 조사 결과에서 우울 위험군 비율은 18.9%, 자살 생각을 한 이들의 비율은 13.6%였다. 특히 자살을 생각한 이들의 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9.7%와 비교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은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살률 증가 등 국민 정신 건강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며 “전문가들도 경제적·사회적 영향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정신 건강 문제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코로나19 국민 정신 건강 실태조사(2020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연구보고서.

 

 

통제력 상실의 영향

 

이렇게 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데에는 자신이 무언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통제력 상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자유 의지를 지닌 존재로, 주체성을 갖고 살아갈 때 삶의 의미를 보다 잘 찾고 원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조금 더 견디면 나아지리라 생각했던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획된 일정과 관계에서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좌절과 절망감 등을 느끼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 국민 정신 건강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여러 상황 가운데에서도 ‘계획했던 일들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음’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는 ‘수입 감소, 가계 빚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부정확한 정보나 가짜 뉴스로 인한 혼란’ 등으로 생긴 스트레스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홍종관 교수는 ‘코로나와 일상의 행복에 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학술 논문을 통해 코로나 확산으로 격리 대상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고립·외출 자제 등 일상에 큰 변화를 맞이하면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격리 상황으로 인해 자유로운 이동과 신체 자유를 일시적으로 박탈당하는 경험은 개인에게 당혹스럽고 자기 조절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과 마음 들여다보고 무력감 극복할 수 있어

 

이러한 통제력 상실로 유발된 무력감에 대해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환경을 조정할 순 없지만, 주어진 상황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며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다. 경북대학교 간호대학 간호과학연구소 박완주 교수 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심리적 수용과 의도적 반추의 매개효과’ 연구 논문에서 일상적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의도적 반추’가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의도적 반추는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삶의 의미나 목적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의도적으로 외상 경험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 경험에서 유익한 점을 찾는 등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삶의 위기를 다루고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활양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분당제생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정 과장 역시 만남이 제한된 시기, 지나치게 단절된 관계는 다시 이어가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느껴볼 것을 권했다.

 

 

교회는 빛과 삶의 의미, 믿음 보여 주는 동반자

 

이를 위해 동반자로서 사람들에게 빛과 삶의 의미, 믿음을 보여 주며 무력감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회 역할이다.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역경 속에서도 하느님 뜻을 발견하며, 하느님과 자신·이웃에 대한 믿음을 키워 가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 수원교구 안양 호계동본당 주임 최영균(시몬) 신부는 지난해 2월부터 누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음 치유와 심리 방역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본당 영성심리상담소 ‘쉼’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 신부는 “길 잃은 양을 지켜보는 성실한 파수꾼이요 착한 목자가 바로 교회의 역할 모델”이라며 “코로나 이후 사람들에게는 개인적 생활양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자기중심적 경향도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신자들을 관리할 때가 아니라 목자적 헌신을 보여줘야 하고, 양떼를 풀어놓은 울타리를 넘어 길을 잃고 방황하는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성실한 자비로움의 길로 들어서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가톨릭신문, 2022년 2월 13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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