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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서울대교구 신천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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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1-14 ㅣ No.764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서울대교구 신천동성당


돛단배 닮은 성당...복음화 여정 항해하다

 

 

- 신천동본당의 성전은 흰색과 밝은 갈색이 조화를 이루고 천장이 높아 개방감이 좋다.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수난, 복음을 상징하는 성미술품이 성전 곳곳에서 조화를 이루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전한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네모 반듯한 땅이 좋지만, 서울 송파구 오금로에 자리한 신천동성당 부지는 그렇지 못했다. 신천동성당의 대지는 2281㎡로 한쪽 변이 30도인 직삼각형 형태다. 성당 한쪽에는 왕복 4차선 도로가, 다른 한쪽에는 지하철의 지상 통과 구간이 있다. 소음을 막기 위한 차단벽이 있지만, 지하철 선로가 성당 부지와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아 하루 수백 차례 오가는 지하철 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신천동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김영섭(시몬) 교수는 지리상의 약점을 신앙으로 극복해 예술로 승화시켰다.

 

 

배를 형상화 한 성당

 

신천동성당의 외형은 배를 형상화했다. ‘성전 건물을 배 모양으로 지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리저리 살펴봐도 성당이 배 모양이 아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격언처럼 넓은 시야로 볼 때 배의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삼각형 모양의 성당 부지는 배의 본체에 해당한다. 성당 부지 맨 앞에 높게 자리한 종탑이 돛대, 돛대 뒤 성당이 배의 조타실이다.

 

성당 외형은 1984년에 지어진 성당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다. 사각형과 삼각형 블록을 쌓아 올린 철근콘크리트조 성당은 하얀색 자기타일로 마감했다. 2011년 리모델링을 하며 하단부에 짙은 회색의 타일을 새롭게 덧붙여 단조로움을 덜었다. 2층 성전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도 직선이 주를 이루는 성당 외형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성전 지붕 위에 자리한 가로 2m 세로 2m 40㎝ 크기의 ‘성령 십자가’는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펴고 있는 오른손의 세 손가락은 삼위일체를, 예수상 머리 위 비둘기 2마리는 예수 세례 때 하늘에서 들려 온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라는 말씀을 표현했다.

 

- 신천동성당의 외형은 마당과 건물을 포함해 배를 형상화했다.

 

 

멀리 떨어져 성당을 바라보기를 마치고 성당 입구로 향하자 본당의 수호성인인 김대건 신부 성인상이 보인다. 배를 상징하는 성당과 수호성인의 조합이 흥미롭다. 성인의 선교 여정을 설명할 때 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해로를 통한 조선 입국로를 개척해야 했던 성인은 신학생 때인 1842년 프랑스 함대 편으로 조선으로 입국을 시도했고, 1845년 부제로서 조선에 입국 후 서해를 건너 중국에 들어갔다.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은 후 배를 타고 조선에 돌아왔고, 백령도 부근을 거점으로 조선과 중국을 연결하는 입국로 개척을 위해 배를 빌리다 체포돼 순교했다. 김대건 성인이야말로 신천동성당이라는 복음화의 여정 향해 중인 배에 가장 어울리는 수호성인이 아닐 수 없다.

 

 

밝고 웅장한 성전

 

신천동성당 2층의 성전에 들어선 첫인상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 시절 수학 시간으로 돌아가 구조를 설명하자면 하나의 평면 다각형을 밑면으로 두고, 사다리꼴로 된 벽면이 십자가 모양의 천장을 향해 모이는 구조다. 마치 끝 부분이 평평한 피라미드와 흡사하다. 천장이 일반 건물 5층 높이가 넘어 개방감이 좋고 성전 내부 색도 흰색과 밝은 갈색이 조화를 이루어 밝은 느낌이다. 오페라 특별석을 연상시키는 3층 성가대석도 성전의 특별함을 더한다.

 

- 장동호 작가의 제대 십자가.

 

 

제대 위 원통형의 조명과 천장에서 길게 드리워진 8개씩 묶음으로 모인 총 32개의 조명 역시 여느 성전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다. 제대 위 세 조명은 삼위일체를 뜻하고 중앙의 조명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요한 8,32 참조)이라는 말씀을 빛으로 나타냈다.

 

 

성미술을 품은 성당

 

제대와 감실, 대형 제단 십자가는 장동호(프란치스코) 작가의 유작이다. 흰 통돌로 만든 깨진 돌무덤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한다. 제대 아래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다. 감실 문에는 십자가에 못 박힘을 상징하는 녹슨 못들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고, 제단 십자가는 T(타우) 십자가다.

 

회중석에 잠시 앉아 십자가 위 축 늘어진 예수의 육신과 감실 못 사이로 새어나오는 붉은빛이 보고 있자니 그리스도의 수난과 사랑, 알 수 없는 죄책감이 강렬하게 밀려온다. 제대 오른쪽의 성모상 역시 장동호 작가의 작품으로 맨발의 성모를 한 폭의 동양화처럼 간결한 선으로 조각했다.

 

- 이춘만 작가의 십자가의 길.

 

 

장동호 작가의 작품 외에도 성당 곳곳에는 여러 작가의 성물이 자리하고 있다. 성전 내에는 굵은 선으로 표현한 이춘만(크리스티나) 작가의 십자가의 길이 있으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15처는 수난을 마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인간의 회개를 의미한다. 신창귀(베르나데트)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성수대, 조우리(베네딕다) 작가의 예수님 이콘상 등도 성전에 자리하고 있다. 만남의 방에 설치된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성체 조배실에 걸린 심순화(가타리나) 화백의 성모자 성화도 만날 수 있다.

 

정성환 주임 신부는 “내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본당 설정 40주년을 맞아 본당 내 다양한 성물을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려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성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신천동성당 누리집(www.sincheondong catholic.kr)들어가면 볼 수 있다. 신천동성당을 직접 가보고 싶은 신자들에게는 성물에 대해 미리 찾아보고 갈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1월 8일,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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