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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무너져가는 집을 복구하여라25: 사회 공동체의 재건을 위하여 (4) 가톨릭 사회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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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25 ㅣ No.1816

[무너져가는 집을 복구하여라!] (25) 사회 공동체 재건을 위하여 ④ 가톨릭 사회교리


‘인간 존엄성’ 수호 위해 가톨릭 사회교리 적극 실천을

 

 

교회는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받았고, 능동적 주체로서 드높은 소명, 곧 창조의 협력이라는 소명에 합당하게 살아가라고 일깨운다. 남수단의 분쟁을 피해 난민 대열에 합류한 한 난민 가족의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우리는 주님께서 행하신 ‘치유와 구원 활동’(「가톨릭교회 교리서」 1421항)을 교회를 통하여 이 시대에 펼쳐 가도록 사명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교회는 직접적으로 전염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전문 기관도 아니며, 특정한 사회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하는 집행기관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가 수행해야 할 대사회적인 사명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이기보다는 보편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교회는 ‘가톨릭 사회교리 문헌들’을 통해 정치, 경제, 인권, 노동, 평화, 환경, 생명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복음의 빛으로 그것들을 탐구하고 해석하는 가르침을 제시해왔다. 1891년 반포된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인 「새로운 사태」(Rerum Novanum)를 시작으로 최근에 반포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회칙에 이르기까지 교황의 대사회적인 가르침들이 이 문헌에 속한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에서는 이러한 가르침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2004년에 「간추린 사회교리」(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로 출간함으로써 교황의 사회교리 문헌들이 체계적인 토대를 갖추게 되었다.

 

 

가톨릭 사회교리의 네 가지 주요 원리

 

우리 사회가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각축장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생의 집’이 되려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선사한 복음의 가치들이 회복되고 구현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복음의 핵심 가치들을 ‘참행복 선언’(마태 5,1-12)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곧 ‘충만한 삶’, ‘사랑과 형제애’, ‘평화’, ‘공정과 정의’ 등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하는 절대적으로 수호해야 할 가치들이다. 이 가치들에 근거하여 「가톨릭 사회교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인간의 구원과 사회 발전을 목적으로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는 네 가지 주요 원리들을 정립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 존엄성(human dignity)의 원리’, ‘공동선(common good)의 원리’, ‘연대성(solidarity)의 원리’, 그리고 ‘보조성(subsidiarity)의 원리’이다. 이 주요 원리들은 인간과 우리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필요한 ‘성찰의 원칙이요, 판단 기준이며 행동지침’(「간추린 사회교리」 7항, 11항)이라 할 수 있다.

 

사회교리 네 가지 주요 원리 중에 핵심은 ‘인간 존엄성의 원리’이다. 나머지 세 가지 원리인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의 원리들은 인간 존엄성의 수호를 위한 수단적 성격을 띠고 있다. 교회는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받았고, 능동적 주체로서 드높은 소명, 곧 창조의 협력이라는 소명에 합당하게 살아가라고 일깨운다. 요컨대, 교회는 온갖 도전에 맞서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려고 노력해 왔다.(「간추린 사회교리」 106~107항 참조) 인간이 존엄한 근거는 성경에서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달리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된 존재(창세 1,27)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삶 전체에 걸쳐 하느님을 찾고 갈망하며 하느님과 가장 심오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인격체이다. 이러한 면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국가나 사회가 부여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맺기 원하신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108~109항 참조).

 

 

가장 핵심 원리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그것이 보호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개인과 사회공동체는 각자의 선익만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전체적인 차원의 선익인 ‘공공선’을 추구해가야 한다. 특히 공공선의 추구는 여러 사회 공동체들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또한 공동선은 “평화에 대한 노력, 국가 권력 기구, 건전한 사법 체계, 환경보호, 음식, 주거, 노동, 교육, 문화와 교통, 기본적인 의료혜택, 커뮤니케이션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종교 자유의 수호”(「사목 헌장」 26항)와 같은 인간의 기본권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공공선’의 추구와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이 신장되도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조직들도 강화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상위조직들이 하위조직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보조성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경험적으로 알 수 있듯이, “보조성을 부인하거나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평등이라는 미명하에 보조성을 제한한다면, 자유와 창의의 정신이 제약을 받고 때로는 훼손되기도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87항) 더불어 인간 존엄성의 수호라는 목적에 헌신하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분열과 분리의 태도를 벗어나 합의점에 이르게 하는 ‘연대성’이 필요하다. 이것은 인간과 사회를 이어주는 유대 안에서 모든 사람이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하게 하며 “공동선에 투신하려는 강력하고도 항구적인 결의”(사회적 관심, 38항)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간의 가치는 ‘인간이 누구인가’가 중요지 않고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하는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사회적인 약자들이 겪는 고통과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어가고 있다. 사회 공동체의 재건을 위해, 인간 존엄성 수호를 위해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제시하는 가르침들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이해하며, 실천해야 할 때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22일, 김평만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겸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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