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전례ㅣ미사

[미사] 감사의 전례인 미사의 의미 – 주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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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1-08 ㅣ No.2164

[빛과 소금] ‘감사의 전례’인 미사의 의미 – 주님의 말씀입니다

 

 

여러분의 가슴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뜨거웠던 적은 언제였습니까? 우리는 성경 말씀을 내 삶에 울림을 주는 생명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우리가 하느님의 악기라면 그 악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하느님의 숨결을 만나야 합니다.

 

말씀을 통하여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의 숨결로 흙덩이에 지나지 않았던 사람을 하느님 모습을 닮은 최고의 피조물이 되게 하셨습니다. 비록 첫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죄와 죽음의 노예와도 같은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당신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의 길을 우리에게 새롭게 열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워진 존재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그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최상의 길은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성령의 활동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한낱 ‘빵’으로 상징되는 육신의 온갖 욕망과 물질적 만족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과 영으로 사는 거룩한 존재임을 일깨우기 위해 오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자의 성경 말씀을 봉독하시고 나서 하신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오늘날 교회가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모든 성경 말씀을 대하는 근본적인 자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루카 24,27)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들려주심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다시 뜨겁게 타오르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이 독서 방식에 따라서 교회는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루카 24,44)에서 매번 ‘주님에 관한 기록들’을 찾으며 하느님 말씀을 읽고 해석해 왔던 것입니다. 전례 안에서 성경이 봉독될 때마다 우리는 복음을 선포하시며 말씀하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심을 믿습니다.

 

대 그레고리오 성인은 “하느님 말씀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는 유명한 격언을 남긴 바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의 본질이 그 수신인, 곧 읽는 사람을 통하지 않고서는 역사적인 생명력을 지닐 수 없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 표현은 특히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의미를 갖습니다. 성경은 봉독되거나 선포되지 않는다면 과거의 기록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단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씀의 힘을 믿고 그 말씀이 뜻하는 것에 응답하고 일치하고자 하는 신앙인을 만나야 합니다. 곧 기도하는 신앙인, 구원의 신비를 기념하는 신앙인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 말씀은 거룩한 전례 거행 안에서 듣고 응답하는 공동체와 함께 자라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사 독서 목록 지침』은 전례 거행과 하느님 말씀의 이 긴밀한 관계를 다음과 같이 잘 표현합니다.

 

“하느님 말씀에 완전히 의지하여 그 말씀으로 이루어지는 전례 거행 자체가 새로운 구원 사건이 되고, 새로운 의미와 놀라운 효력으로 말씀 자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3항)

 

코로나-19로 미사에 참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형제자매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일상 안에서 성경 말씀을 자주 읽고 그 말씀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기며 살아계신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을 뜨겁게 체험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2021년 11월 7일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인천주보 3면, 김기태 요한 사도 신부(청학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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