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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하느님의 종 송해붕 요한 세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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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3-08 ㅣ No.1953

[빛과 소금] 하느님의 종 송해붕 요한 세례자

 

 

고촌 성당을 가면 다음과 같은 묘비명을 찾아볼 수 있다. “세례자 요한의 얼에 취해 삼천리 강산의 동포의 무리를 주님의 품으로 인도하고자 스물 네 해 목숨을 던진 이 시대의 순교자 송해붕 그의 전교 영성 못다 사른 여기 고촌 공소터에 묻히다.” 바로 하느님의 종1) 송해붕(宋海鵬) 요한 세례자의 묘비명이다. 송해붕은 경기도 김포지역 복음화에 투신한 사도이며, 6.25 한국전쟁 때 순교한 평신도 선교사로서 현재 시복 절차를 진행 중이다.

 

송해붕은 1926월 6월 4일, 당시 행정구역인 경기도 부천군 계양면 다남리 76번지에서 아버지 송희진(宋熙鎭, 1892~1977) 요셉과 어머니 송예분(宋禮分, 1899~1986) 마리아 사이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송해붕은 1937년 계양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41년 인천 공립 직업학교(현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1944년에 졸업하였다. 그리고 그 해 노기남(盧基南, 1901~1984) 대주교를 찾아가 신학교 입학을 청원하여, 함흥 덕원신학교 4학년으로 편입하게 된다. 하지만 1년 후 해방이 되고, 그는 신학교 생활을 이어가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와 국민 계몽에 힘썼다.

 

1946년 계양면 귤현리에 첫 야학을 시작으로, 이후 고촌 신곡리, 양곡면 누산리에도 야학을 열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을 모아 중등 교육과정과 더불어 천주교 신앙을 가르쳤다. 그 수가 점점 늘어남에 1950년 고촌면 은행정에 천주교 강당을 짓고, 인천 천주교회당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는 이곳에서 주야로 3개의 반을 운영하였다.

 

그런데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면서, 고촌에 인민군들이 들이닥쳤다. 송해붕은 인민군을 피해 다녀야 했다. 왜냐하면 학력이 있는 그의 협조를 인민군들이 재차 요구하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송해붕은 양곡 누산리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서 인민군들의 눈을 피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9월 15일 맥아더(1880~1964) 장군의 인천 상륙작전이 시행되었고, 인천은 9월 17일, 서울은 9월 28일 수복이 되었다. 수복이 되자마자 이승만 정부(제1공화국, 1948~1960)는 공산 치하에서 부역한 이들의 소탕작전을 실시한다. 각 마을의 유지들이 마을 자치대를 결성하여, 부역한 이들을 색출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색출 작업에 송해봉이 지목 당하게 된다. 그의 많은 제자들이 그가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증언하였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결국 1950년 10월 11일 천등 고개 근방에서 24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의 사후 그의 누명은 벗겨지게 되었다. 1951년 7월 6일 금요일 「대한신문」 기사에 송해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송해붕은 특별한 신심을 가지고, 교육을 통한 계몽과 신앙 전달에 앞장섰던 인물로 평가된다. 비록 이데올로기라는 편협한 굴레에서 일찍 사그라든 그이지만, 그가 못다 사른 불꽃은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이 될 것이다.

 

성인의 삶과 영성에 대한 자세한 사료는 안영, 『영원한 청년』 (미래사목연구소, 2010)과 『스물 넷, 못다 사른 불꽃』 (에우안겔리온, 2006)을 참고하기 바란다.

 

1) 하느님의 종(servus Dei)이라는 호칭은 시복조사가 시작된 사람을 가리키는 존칭이며, 시복조사가 교황청 시성성(諡聖省, Congregatio de Causis Sanctorum)에 접수되면 ‘가경자’라는 존칭으로 바뀐다. 그리고 시복재판을 거쳐 ‘복자품’이 승인되면 ‘복자’가 된다.

 

[2021년 3월 7일 사순 제3주일 인천주보 3면, 정호철 바오로(국내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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