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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전례ㅣ미사

[전례] 응답하라, 전례: 전례에서의 성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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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11 ㅣ No.2211

[응답하라 ‘전례’] 전례에서의 성령은?

 

 

온갖 꽃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계절의 여왕’을 교회는 ‘성모 성월’로 정하여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에게 봉헌했습니다. 오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며 산책 하다보면 만물을 활력 있게 만드는 에너지가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성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만물에게 생명력을 주는 비가 내려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앙인에게 ‘활력’과 ‘생명력’을 주는 성령은 이렇듯 보이지는 않더라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령의 역할은 전례, 특히 미사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미사를 거행하면서 주례자와 신자 공동체 사이의 간단한 대화식 인사는 전례 행위를 완성하기 위해 영의 현존을 보장합니다. 2017년 대림 제1주일부터 개정된 한국어본 ‘로마미사경본’에서 예전에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응답을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수정하여 라틴어 “Et cum spíritu tuo”을 보다 정확하게 번역하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표현은 3세기경에 작성된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 4장과 25장에서 유래했으며, 사제 개인의 영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서품식 때 받은 성령과 그 성령께서 주시는 직무 수행의 은사를 가리킨다고 교부들은 말합니다.

 

신자 공동체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는 응답은 사제가 드리는 미사에서 자신이 받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곧 “그리스도의 인격으로”(in persona Christi) 미사를 거행할 수 있도록 성령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약속한 보호자인 성령

 

참된 예배의 유일하신 중개자께서는 교회가 자기 임무를 완수하도록 성령을 교회에 보내십니다(요한 20,21-23 참조). 이는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라는 예수님의 약속을 실현한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아버지께 청하면”이라는 조건으로 성령의 현존을 구하는 기도의 필요성입니다. 전례에 현존하는 성령의 이끄심과 영적 감도로 인하여 교회는 아버지께 기도하고(로마 8,26-27 참조), 노래하며 하느님을 찬양하고(에페 5,18-20; 콜로 3,16-17 참조),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고(1코린 12,3ㄴ; 필리 2,11 참조),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그분을 기다리며 그분을 부릅니다(1코린 11,26; 16,12; 묵시 22,17.20 참조).

 

 

그리스도의 신비를 상기시키는 성령

 

교회의 전례에서 성령은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주 중요한 ‘기억’을 하도록 합니다. 인간의 모든 기억력에 관여한다는 것은 아니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안에서의 기억에 관여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 “전례는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고 다른 성사들 안에서는 유비적으로, 구원의 신비를 기념한다. 성령께서는 교회의 살아 있는 ‘기억’”(1099항)이라고 선언합니다. 특히 성령께서는 “우리가 받아들이고 실천하도록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말씀이 되게 하심으로써,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에게 구원 사건의 의미를 상기”(1100항)시킵니다.

 

 

그리스도의 신비를 실현하는 성령

 

그리스도교 전례는 우리를 구원한 사건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고 현존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다락방에서 최후 만찬을 하면서 제자들에게 하신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4)라는 말씀은 교회 설립의 기초가 되었고 성령 강림으로 지속성을 지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는 전례 거행에서 단순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임하심을 통하여 실현이 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04항 참조).

 

이것은 성찬 전례에서의 ‘축성 기원 성령 청원 기도’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 기도는 성령의 힘을 내려 주시기를 비는 특별한 기원으로, 교회는 사람이 바친 예물(빵과 포도주)이 축성되도록, 곧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도록 간구하고, 또한 이 흠 없는 제물이 영성체 때 이를 받아 모시는 이들에게 구원이 되기를 기도합니다(로마미사경본 총지침 79항 ㄷ) 참조). 물론, 이 기도와 더불어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에 근거한 ‘성찬 제정과 축성문’이 사제의 입을 통해 선포되면서, 신자 공동체는 이 놀라운 신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환호합니다. “신앙의 신비여!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게 하는 성령

 

모든 전례 행위에서 성령의 사명은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친교의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항상 머물며, 교회를 하느님의 흩어진 자녀들을 모으는 신적 친교의 위대한 성사가 되게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08항 참조). 미사를 시작하면서 행하는 사제의 인사에서도 삼위일체 하느님에서 성령의 친교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2 코린 13,13 참조).

 

친교의 성령에 대한 특별한 가치는 감사 기도의 일치 기원 성령 청원 기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흠 없는 제물을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봉헌하면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교회가 바치는 이 제사를 굽어보소서. 이는 주님 뜻에 맞갖은 희생 제물이오니 너그러이 받아들이시어 성자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저희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 몸이 되게 하소서”(감사기도 제3양식).

 

 

성사들에서의 성령은?

 

미사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성사들에서도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성사적으로 실현하는 데 성령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례성사의 필수 요소인 세례수 축복기도에서 새 창조와 새 생명, 죄로부터 해방과 성화의 활력을 물에 불어넣어주는 성령에 대해 언급합니다. 견진성사에서는 주교님께서 한 손 안수와 축성 성유 도유를 하면서 “성령 특은의 인호를 받으시오”라며 양식문을 합니다. 그럼으로써 신앙인들 안에 세례성사의 은총을 증가시키고 심화시키며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 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교회의 죄 사함의 권한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 그들에게 숨을 불어 넣으며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라는 말씀에서 유래합니다. 교회의 직무 서임, 곧 주교·사제·부제 서품 예식은 안수를 통하여 성령을 부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각 직무에 필요한 성령의 은사를 서품 기도에서 청합니다.

 

지금까지 삼 개월 동안 전례에서의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창조가 성부께 귀속된다면, 구속은 사람이 되신 말씀의 업적이고, 성화는 성령의 업적”이라는 전례학자 융만의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표현이 전례의 기도들과 표징들을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5월호, 윤종식 디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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