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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교육으로 읽는 이 시대의 교육: 숨겨진 보물, 청소년과 살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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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21 ㅣ No.140

[예방교육으로 읽는 이 시대의 교육] 숨겨진 보물, 청소년과 살레시안

 

 

복음에서 거의 3분의 1은 비유이다. 성격과 패턴이 다른 요한복음을 제외하더라도 공관복음에만 40여 개의 비유가 전해진다. 비유는 우리를 옭아매고, 깜짝 놀라게 하고, 흔들어 깨워 의문을 품게 하고, 빠져들게 하고, 우리의 관심사를 살아 있게 하고, 거듭 생각에 몰두하게 하고, 뭔가 채워 넣어야 할 열린 페이지로 남게 하며, 무엇인가를 이해했을 때 우리를 조바심 나게 하고 깨어 있게 한다. 예수님의 비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은총을 청하는 중에 학술적인 논증의 논리를 벗어나 공감과 직관의 언어로 그분의 심중을 가늠하면서, 각자가 처한 처지에서 비유가 담은 깊은 뜻과 의미 내지는 그 정신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많은 비유 중에서 마태오복음만이 단 두 문장, 단 한 절로 전하는 숨겨진 보물에 관한 비유가 있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13,44) 이 비유를 살레시오적으로 읽으면, 다음과 같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살레시안은 과연 청소년이라는 밭에서 보물을 발견한 사람인가? 청소년이라는 밭에서 보물을 발견하고 행여 누군가가 그 보물을 훔쳐 가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사람인가? 그 보물을 온전히 살 때까지 세상의 간교함을 피해 숨겨 두려는 사람인가? 그 보물을 발견한 기쁨에 못 이겨 청소년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인가? 그 보물을 사기 위해 가진 것을 다 팔아 마침내 그 밭을 사는 사람인가?“ 이러한 질문은 살레시안뿐만 아니라, 특별히 청소년과 함께 교육적 삶을 살려는 모든 사람에게도 교육의 기본 원리를 밝혀 주는 근본적인 물음이 된다.

 

살레시안은 어느 날 우연히 돈 보스코를 만났고 청소년을 알게 되었으며 그 아름답고 고귀한 삶에 일생을 건 사람들이다. 인생의 어느 한때에 솟구치던 열정으로 밭을 갈던 일상에서 청소년이라는 필연의 섭리를 발견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보물을 발견한 살레시안의 마음은 늘 바쁘다. 날로 사악해져 가는 세상에서 청소년을 해치려는 악의 유혹과 온갖 교묘한 술책이 그 보물을 사기도 전에 훔쳐 가지나 않을까 두렵고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물이 온전히 있어야 할 자리에 안전하게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혜롭게 숨기려 하거나, 서둘러 모든 것을 팔아서 보물을 손에 넣고자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살레시안은 자신이 소유한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그리고 포기와 처분을 통해서가 아니라, 보물을 발견한 기쁨으로 마음이 들떠 그 자체에 모든 것을 걸고, 기쁨의 충동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초대받았음을 안다.

 

 

믿음과 회개의 여정

 

‘모든 것을 다 팔아’라고 할 때, 그것은 살레시안에게 일순간에 완료되는 거래나 대가의 지불, 혹은 처분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생을 두고 죽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야 하는, 길고 긴 신앙과 회심의 과정일 수도 있다. 한순간에 결정적으로 일어나는 회개도 있지만, 대부분 죽는 순간까지 기나긴 회개의 여정을 걷기 때문이다.

 

‘믿음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과 하느님 간의 이야기도 긴 세월에 걸친 극적인 드라마이다. 일흔다섯 나이에 고향, 친족, 아버지 집을 떠나 하느님께서 보여 주실 땅으로 가라는 명령(창세 12,1)을 받은 아브람은 자손과 약속의 땅, 축복을 위해 군소리 없이 길을 떠난다. 여든여섯에 얻은 이스마엘도 과분했는데, 아흔아홉에 이르러 이사악을 약속받고 비로소 정식으로 하느님께서 지어 주신 이름으로 아브라함이 된다. 그러고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백 세에 ‘웃음’이라는 뜻을 지닌 이사악을 얻음으로써(창세 21,5) 하느님 말씀이 참된 현실임을 믿었지만, 이사악이 열두 살,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백 열두 살이 되던 해에 모리야 땅에서 아들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청천벽력 같은 시험에 든다. 제물이 어디 있느냐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그러나 가슴이 찢어지는 물음에 아브라함은 ”애야,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창세 22,8) 하고 대답하며, 부자는 계속 함께 산을 오른다. 그렇게 하느님이 주신 37년간의 긴 시험이 끝나고, 아브라함은 인류 역사 안에 ‘믿음의 조상’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불린다.

 

믿음의 여정은 길다. 그리고 결단을 요구한다. 믿음의 여정에서 인간은 철저히 자기를 버려야만 한다. 믿음의 여정은 인간의 논리를 뛰어넘으며, 그 여정 안에서 긴 세월을 견뎌 낸 후에야 새 이름을 얻는다. 믿음의 여정은 아프고 눈물이 나며, 예기치 않은 시험에 맞서고, 눈물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는 길이다. 그래서 믿음의 여정은 하느님 것을 하느님께 철저히 맡긴다.

 

 

제임스 파울러의 신앙 발달 단계1)

 

믿음의 여정을 두고 1981년 미국의 신학자 제임스 파울러(James W. Fowler, 1940~2015)는 ‘신앙의 발달 단계(Stages of Faith: The Psychology of Human Development and the Quest for Meaning)’라는 이론을 발표한다. 이는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발달이론, 콜버그(Lawrence Kohlberg)의 도덕성 발달 이론,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의 심리사회 발달 이론 등을 기초로 확립한 이론이다. 신앙이 출생 · 유년기 · 소년기 · 청소년기 · 청장년기 · 노년기 · 죽음과 같은 단계(stage)를 거치면서 성숙 · 발달 ·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제임스 파울러의 이론에 의하면 신앙은 대개 ① 미분화된 신앙(0~2세) ② 직관적 - 투사적 신앙 (3~7세) ③ 신화적 - 문자적 신앙(7~11세) ④ 종합적 관습적 신앙(12세 이후) ⑤ 개별적 - 성찰적 신앙(21세 이후) ⑥ 통합적 신앙(35세 이후) ⑦ 우주적 · 보편적 신앙(45세 이후)과 같이 단계적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이 우주적 신앙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발달이 중단되고 그 단계에 머물러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신앙 성장에 관한 돈 보스코의 발견과 확신2)

 

제임스 파울러의 이론에 따라 개인별 신앙 성장 과정을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필자의 유년시절부터 돌아보면, 어머니를 따라 매일 새벽미사를 가던 시기가 있었고, 엄마 손을 잡고 두려움 속에서 어둡고 추운 새벽길을 가면서도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성당으로 가는 걸음 하나하나를 뒤에서 자로 재고 있다는 천사를 몰래 돌아보던 시기가 있었으며, 아주 엄한 수녀님에게 꼬집혀 가며 첫영성체와 견진성사를 위해 영화와 슬라이드를 보던 시기가 있었고, 성경 말씀에 미쳐서 신약성경의 첫 장 첫 줄부터 끝장 끝 절까지 구절마다 밑줄을 긋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다. 성인전을 탐독하고 선교사였던 원선오 신부님과 소신학생 친구들과 살았던 시절이 있었으며, 군대라는 죽음의 문화 속에서 공백기도 있었고, 유학과 방황, 통합과 분열이 혼재하던 시기가 있었으며, 서품과 서품 이후의 열정과 독선, 내면에서 비판적 체계 수립을 해 가던 시기를 지나 어느새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때에 이르렀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의 신앙 성장을 들여다보면, 나이를 먹어 가면서 일련의 발달 과정을 겪기도 하고, 발달은커녕 어떤 경우에는 보물과도 같은 신앙의 기쁨을 지녔다가도 언제였냐는 듯이 아예 신앙을 저버리고 퇴보하는 사람도 있으며, 어느 한 단계에 멈춰 평생 그것이 믿음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단계를 넘나들며 이렇게 살았다가 저렇게 살기도 하며, 그렇게 우왕좌왕 살면서 어떤 단계는 일시적으로 한번 왔다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예도 있다.

 

그렇다면 돈 보스코는 청소년과 살면서 아이들의 신앙 발달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고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이는 돈 보스코의 예방교육 원리인 ‘이성 · 종교 · 사랑’에서 종교에 해당하는 중요한 꼭지가 된다. 돈 보스코는 청소년의 신앙이 단계별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발달한다고 보아서 아이들을 인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던 것일까? 신앙 발달을 바라보는 돈 보스코의 시각은 일련의 단계별 발달일까, 아니면 그때그때 아이들이 처한 발달 상태에 집중한 것일까?

 

신앙 여정을 ‘단계(stage)’로 보는 것과 ‘상태(state)’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단계로 보는 것은 개인이든 그룹이든 시기별로 ‘이름을 붙이는 것(labelling)’이고 내적 성장과 발달의 척도로서 긴 이정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상태’로 보는 것은 신앙이 의식 상태의 개인적 체험 영역이고 이쪽 상태에서 저쪽 상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며, 한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없거나 일시적인 상태까지도 포함한다는 것을 말한다. 돈 보스코는 당신이 만나는 청소년의 신앙에 대해 상태 기반적으로 접근했고, 경험적이고 변환적인, 반드시 어떤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점을 가졌다.

 

그런 시각 안에서 돈 보스코는 청소년 안에 숨겨진 ‘거룩함’이라는 보물을 발견했고, 이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돈 보스코의 놀라운 직관력 중 하나는 청소년의 영적 고귀함과 상태를 꿰뚫어 보았다는 점이다. 돈 보스코는 도미니코 사비오, 미카엘 마고네, 프란치스코 베수코 전기를 통해서 그들이 비록 소년이지만 가장 높은 단계의 신앙 상태에 이르러 있음을 증언한다. 돈 보스코는 앞서 거론한 전형적인 신앙 발달 단계 이론에 의한 점진적 진보의 관점이 아니라 이미 고차원적 신앙이라는 보물이 아이들 안에도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일부 아이들 역시 이러한 돈 보스코의 확신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성인이 성인을 서로 알아본 것이다. 이런 점을 간과하면 돈 보스코가 사비오를 비롯한 소년들에 관해 직접 저술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저술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고백하자면 필자 역시 오래전 돈 보스코가 남긴 소년들의 전기를 한 번 읽고는 오랫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전기를 통해 청소년의 성덕에 관한 돈 보스코의 남다른 통찰력을 이해하기보다는 소년들과 함께 살았던 아주 영리한 돈 보스코가 아이들을 고무하고 자극하고자 다소 과장해서 기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고 형식으로 출판된 소년들의 거룩함에 관한 전기들은 돈 보스코와 아이들에게 실로 학과 외 교육 과정이었고 숨겨진 과목이었다.

 

돈 보스코는 도미니코 사비오의 전기3)를 통해서 사비오의 점진적인 영적 성장 과정을 전한다고 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비오가 이미 아주 높은 영적 상태에 이르렀음을 증언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전제하면 돈 보스코가 묘사하는 사비오의 탈혼 상태와 죽음, 초자연적인 인식에 이르고 있음을 증언하는 돈 보스코의 기록, 사비오가 다른 아이들에게 보였던 영웅 태도 등이 쉽게 이해된다. 미카엘 마고네에 관한 기록4)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오락 시간에 잠시 빠져나와 성당에 가 있는 그를 돈 보스코가 발견했는데, 그가 깊은 기도에 잠겨 하는 말과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달은 오래 전부터 이 세상의 어둠을 밝혀 주고 있어요.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단 한 번도 어긋남이 없이 항상 어둠 속을 비추고 있어요. 그러나 이성을 지닌 저는 오히려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고 죄를 범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습니다.’ … 겨우 열네 살밖에 안 된 소년이 그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기특하고 갸륵한 일이었다. 모든 피조물이 창조주의 뜻에 순종하도록 정하신 하느님의 섭리를, 마고네는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부모에게 주는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당부5)

 

여러분의 자녀에게 성인의 이름을 붙여 주어

성인들이 여러분의 가정에 들어오시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자녀에게 성경 이야기를 가르치십시오.

여러분의 자녀가 지면과 성가를 부르게 하십시오.

여러분의 자녀가 수줍음을 넘어 영적으로

담대해지게 하십시오.

여러분의 자녀가 잘 양육된 자아를 소유할 수 있다면,

이는 그들의 평생 자산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에게 어떤 행동이라도 그 행동이

지금과 영원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여러분의 직업이나 집,

재산이나 소유에 쏟는 정성보다

더 많은 정성을 자녀에게 쏟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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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검색을 바탕으로 필자가 요약 – 서술하였다.

 

2) 살레시오회 몰타관구 루이스 그렉(Louis Grech) 신부(1975년~현재)의 2018년도 박사 학위 논문 ‘살레시안의 현대 청소년 영적 동반(Salesian Spiritual Companionship with Young People Today)’ 286-305쪽 그리고 ‘Accompanying Youth in a Quest for Meaning’, 37-52쪽에 주로 근거하고 있다.

 

3) 성 요한 보스코, 「예수님의 단짝 도미니코 사비오」, 돈보스코미디어, 2009.

 

4) 성 요한 보스코, 「하느님의 개구쟁이 미카엘 마고네」, 돈보스코미디어, 2009.

 

5) 출처: www.lakefiveforfaith.com

 

[살레시오 가족, 2021년 5월호(168호), 김건중 신부(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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