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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 산타 프락세데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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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2-11 ㅣ No.778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 (6) 산타 프락세데 성당(Basilica di Santa Prassede all"Esquilino)


찬란한 모자이크에 담긴 구원 신비와 초기 순교자들의 믿음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의 숨겨진 보석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에스퀼리노 언덕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은 ‘성모 마리아 대성전’을 떠올린다. 순례자 대부분은 이 언덕에 자리한 성모 마리아 대성전만 순례하고 떠나곤 한다. 성모 마리아 대성전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산타 프락세데 성당’ 자체를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하루에 고작 4시간만 내부를 공개해 순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는 에스퀼리노 언덕의 숨은 보석 산타 프락세데 성당을 소개한다.

 

 

2세기에 순교한 성녀의 기념 성당

 

프락세데스 성녀는 로마 시대 원로원 의원이었던 푸덴스 성인의 딸이며, 푸덴시아나 성녀와는 자매간이다. 아버지 푸덴스 성인은 바오로 사도로부터 개종했다고 전해진다.(2티모 4,21 참조) 중세 때 저술된 성인전 「황금 전설(Legenda Aurea)」에 따르면 프락세데와 푸덴시아나는 많은 순교자의 유해를 수습하여 자신의 집에 안장했다. 로마법을 어기고 순교자들을 매장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체포되어 165년에 순교하였다. 그 후 초기 순교자들의 유해와 프락세데스, 푸덴시아나의 유해는 비아 살라리아에 위치한 프리실라 카타콤바에 안치되었다. 491년 프락세데스 성녀를 기념하는 성당이 그녀의 집터에 세워지고, 성녀의 유해를 이곳으로 옮겼다. 817년 성 파스칼 1세 교황(재위 817~824)은 현재의 성당을 다시 지어 초기 순교자들의 유해도 함께 모셨다.

 

 

눈에 띄는 중앙 앱스 모자이크

 

산타 프락세데 성당은 로마 시대 바실리카 양식으로 직사각형에 하나의 앱스를 형성하고 있다. 내부는 한 개의 주랑과 두 개의 측랑으로 구분되어 있다. 16세기에 바로크 양식의 성당 입구가 추가되었으나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성당 내부는 1728년 베네딕토 14세 교황의 명으로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이때 현재의 앱스를 중심으로 제단 계단과 아치형 문들이 추가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성당의 중요한 장식인 중앙 앱스 모자이크는 817년 성 파스칼 1세 교황이 의뢰한 9세기의 작품이다. 천사들과 성인들과 함께 계시는 만물의 주관자 예수 그리스도를 묘사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중앙에서 한 손에 복음서 두루마리를 들고 있다. 주님의 양쪽에는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프락세데스와 푸덴시아나 성녀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성 파스칼 1세 교황이 성당을 손으로 봉헌하고 있다. 그들의 발아래에는 요르단 강이 흐르고 이 물줄기는 네 개의 강으로 이어지며 이 강들은 다시 하단 부분의 모자이크로 이어진다. 하단 부분 앱스 양쪽 끝에는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이 묘사되어 있으며, 하단 중앙에는 하느님의 어린양 중심으로 양쪽에서 모여드는 12마리의 양들을 볼 수가 있다.

 

 

중세 모자이크의 획을 긋는 도상

 

이 도상의 전체적인 모습은 ‘하느님 나라’를 시각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도상은 6세기 성당인 로마의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 순교자 기념 성당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도상들과 매우 유사하다. 그 이후 12~13세기에 장식되는 라테란 성 요한 대성전과 성모 마리아 대성전 앱스 장식 부분에서도 이 도상의 전통은 이어지게 된다.

 

산타 프락세데 성당은 중세의 대표적인 모자이크를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성당이며, 중세 모자이크 도상학 역사를 잇게 되는 중요한 성당이기도 하다. 또한, 이 모자이크의 화려한 테크닉과 풍부한 색채는 5~6세기의 성당들인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과 성 아폴리나레 성당의 전통을 이은 것이다.

 

 

성 제노 소성당

 

산타 프락세데 성당에서 모자이크로 자세히 살펴봐야 할 곳은 성 제노 소성당이다. 이 성당에 안치되어 있는 로마의 순교자 제노 성인에게 봉헌된 이 소성당은 성 파스칼 1세 교황이 자신의 어머니 테오도라를 위해 지은 영묘가 있다. 그래서 이 소성당은 5세기에 건축한 라벤나의 갈라플라키디아 황후의 영묘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성 제노 소성당은 ‘천국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천장 장식 때문이다. 아치 형태의 천장에는 네 명의 천사들이 받들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자이크가 장식돼 있다.

 

 

예수님이 채찍질 당할 때 묶여 있던 돌기둥

 

성 제노 소성당 정면에는 성모자상 모자이크가 있고, 오른편 소성당에 예수님의 수난과 관련된 돌기둥이 있다. 이 성 유물은 80세 나이에 성지 순례를 시작한 헬레나(248~330) 성녀가 4세기 초에 발견했다고 한다.

 

조반니 콜론나 추기경이 1223년에 예루살렘에서 이 성 유물을 로마로 가져왔다. 이 성 유물은 예수님께서 채찍질 당하실 때 묶여 있던 돌기둥이라고 전해진다. 예수님의 수난과 관련된 성 유물로는 예수님께서 매달리신 성 십자가와 성 못이 있다. 이 성 유물은 라테란 성 요한 대성전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예루살렘의 성 십자가 성당’에 모셔져 있다.

 

 

구원의 흐름과 예수님의 수난을 이은 순교를 기념하는 성당

 

5세기 이후 로마에서 행해진 ‘순례 미사’ 달력에 따르면, 산타 프락세데 성당은 성주간 월요일에 순례가 지정된 명의 성당이었다. 또 로마의 초기 무명 순교자들의 유해를 지하 소성당에 안장해 놓은 순교자 기념 성당이다. 아울러 비잔틴 예술의 극치인 모자이크를 통해 육화 신비의 상징인 베들레헴에서 구원의 파스카가 펼쳐진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구원 신비를 드러내고, 그에 동반한 성모님과 사도들, 순교자들을 기억하게 한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보여주는 돌기둥은 순교를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이어가는 순교자들의 믿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에스퀼리노 언덕의 숨은 보석 산타 프락세데 성당을 순례하면서 수난을 넘어서 부활로 향하도록 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되새기던 초기 순교자들의 믿음을 본받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2월 7일,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박원희(사라,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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