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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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64: 13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공방 - 웨스트민스터 수도원 성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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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2-05 ㅣ No.820

[성당 이야기] (64) 영국 고딕 성당의 완성


웨스트민스터 수도원(Westminster Abbey) 성당 (2)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은 1539년까지 로마 가톨릭교회의 베네딕토회 성 베드로 수도원 성당이었습니다. 하지만 헨리 8세가 혼인 문제로 교회의 파문을 당한 후, 영국은 가톨릭교회와 수도원의 재산을 빼앗았고, 이때 웨스트민스터 수도원도 영국 왕실 직속의 성공회 성당이 되었습니다. 성당의 역사는 여기까지 소개하고, 1245년 헨리 3세가 증축한 고딕 성당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성당 증축은 영국 고딕의 단계에 따라 처음에는 ‘초기 영국 양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4세기에 ‘장식 양식’이 추가되었고, 16세기 초까지 ‘수직 양식’의 공사가 이어졌습니다. 앞서 캔터베리 대성당도 여러 차례의 증축을 통해서 ‘수평성과 기하장식’이라는 영국 고딕 성당의 전형을 이루었고, 이 양식이 이후의 성당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는 영국만의 전통적 특징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 고딕 성당의 보편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습니다.

 

먼저 캔터베리 대성당과는 달리, 제대가 있는 사제석 부분(슈베)이 이스트엔드로 수평 확장되고 거기에 트란셉트가 추가되는 기본 구성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스트엔드의 소성당이 방사형으로 놓여있고 그 앞의 복도가 트란셉트까지 이어지는 프랑스의 샤르트르 및 랭스 대성당처럼 구성하였습니다. 물론 이스트엔드의 끝에 상당히 긴 소성당을 추가로 건립한 것은 영국 전통의 수평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벽면의 창이 오쿨루스 하나에 랜싯 두 개로 구성되었고, 트레이서리가 많이 사용되었으며, 클리어스토리가 단겹이고, 대응 기둥이 리브에서 이어져 바닥까지 내려온 점 그리고 플라잉버트레스의 역할 등은 프랑스의 보편적 고딕 양식을 적용한 것입니다. 한편, 기하학적이고 공예적인 장식 요소가 많이 드러나고 있는 점과 벽의 3단 구성에 갤러리가 있고 갤러리와 클리어스토리의 층고가 높지 않은 점 등은 영국의 전통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은 캔터베리의 영국 전통 양식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보편적 고딕 양식을 수용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영국 양식의 기본 구조에 프랑스 고딕의 요소들을 접목하여 영국 고딕을 완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헨리 3세는 처음에 참회왕 에드워드의 무덤을 증축하는 것으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확장해 프랑스의 보편양식까지 받아들여 영국 고딕을 완성하였습니다. 이로써 영국 왕실은 프랑스와 경쟁하고 대륙을 되찾으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2021년 12월 5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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