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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국교회 역사이야기7: 전통과 신학의 100년 다툼 - 중국의례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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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28 ㅣ No.1405

[중국교회 역사이야기] (7) 전통과 신학의 100년 다툼 - 중국의례논쟁


제사 허용 여부 따라 전교 활동도 ‘갈팡질팡’

 

 

- 홍표(紅票, Red Manifesto). 홍표를 지참하고 홍표에 기록된 정보를 가져오는 서양인은 신뢰하겠다며 1716년 9월 17일 광주에서 만주어, 중국어, 라틴어로 발행해 서양인에게 발급한 표. 신의식 교수 제공.

 

 

중국의례논쟁(中國儀禮論爭, Controversia de ritibus)은 예수회와 예수회를 제외한 여러 수도회(도미니코회, 프란치스코회, 아우구스티노회, 파리 외방 전교회) 간에 1634년부터 1742년까지 있었던 ‘Deus’의 용어사용, 조상제사(祭祖), 공자제사(祀孔)의 현지 적응주의와 신학적 차원에서의 논쟁을 말한다.

 

 

예수회 내부의 중국의례문제

 

마테오 리치 사후 예수회 중국지구 회장 직무를 계승한 롱고바르도(N. Longobardo)는 조상제사 허용 여부와 ‘Deus’에 대한 중국어 용어 사용 여부에 대해 수도회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1628년 1월 롱고바르도는 가정(嘉定)회의를 개최했고,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하나는 ‘Deus’에 대한 용어로 ‘천’(天), ‘상제’(上帝), ‘두사’(斗斯, Deus의 중국어 음역)를 금지시키고, ‘천주’(天主)라는 용어로 통일했다. 다른 하나는 효경의 표현이라는 의미에서 조상제사를 허용했다.

 

- 클레멘스 11세 교황 칙서 「그날들」(좌), 청조 예수회 선교사가 추천한 천주교식 조상위패 견본(우).

 

 

중국의례논쟁의 전개-수도회 간의 갈등

 

도미니코회 선교사인 모랄레스(J. B. Morales)는 복건성 복안에서 전교 선생이었던 중국인 왕다두(王達竇)를 통해 본 조상 제사는 모두 미신적인 종교의례라 단정하고 17개 조항의 문제점을 교황청에 제기하면서 논쟁은 시작됐다. 모랄레스는 1643년 직접 로마로 건너가 당시 우르바노 8세 교황에게 예수회의 적응주의적 전교 방법의 가부 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황의 급서로 후임 인노첸시오 10세 교황이 1645년 9월 12일 종교재판소의 의견을 받아들여 중국의례를 금지한다는 훈령을 내렸다.

 

이에 예수회에서는 1651년 마르티니(M. Martini)를 로마로 파견해 공자와 조상에 대한 제사는 종교적 의미가 없음을 강조했고, 만약 금지시킨다면 중국 선교도 불가능해진다는 이유로 해제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알렉산데르 7세 교황은 1656년에 “중국의 신자들은 공자와 조상을 기리는 의식에 참여할 수 있다”는 훈령을 내렸다. 1659년 도미니코회 선교사 폴랑코(J. Polanco)가 어느 훈령을 따라야 하는지를 교황청에 질의하자, 1669년 클레멘스 9세 교황은 “모두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구체적 환경에 따라 적용돼야 한다”는 절충안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 교계제도의 변화로 파리대학 신학박사인 메그로(C. Maigrot)가 1684년 복건 종좌대목(주교)에 임명되자, 1693년 3월 20일 그는 자신의 교구에서는 중국의례를 엄금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북경에 거주하는 그리말디(P. Grimaldi), 토마스(A. Thomas), 페레이라(T. Pereira), 제르비용(J. F. Gerbillion) 등 예수회 선교사는 강희제에게 의례문제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달라는 청원서를 올려 황제의 의중을 파악했다. 황제는 “아무것도 고칠 것이 없다”며 예수회 생각과 같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부터 중국의례논쟁은 수도회 간 문제에서 교황과 황제와의 문제로 발전했다.

 

- 청나라 강희제 초상. 중국의례는 종교적 행사가 아니라 전통 미덕임을 강조하며 예수회의 전교방침을 지지했다.

 

 

교황과 황제 간 중국의례논쟁

 

1704년 11월 20일 클레멘스 11세 교황은 ‘천주’ 호칭만을 허락하고, 공자와 조상에 대한 제사를 금지할 것을 선포하면서, 교황특사 투르농(C. Tournon)을 파견해 강희제를 설득하고자 했다. 1705년 12월 4일 북경에 도착한 투르농은 강희제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1706년 유럽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대신 자신을 보필하고 있던 ‘중국통’이라 불리던 복건대목 메그로를 황제에게 추천했다.

 

그러나 투르농이 12월 17일 남경에 도착했을 때, 강희제가 “한자도 제대로 모르는 자가 감히 중국의 도를 논한다”며 메그로를 쫓아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투르농은 1707년 1월 25일 ‘남경 명령’을 공포했는데, 그 내용은 중국의례 금지 명령과 황제가 천주교에 대해 묻는 것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거듭된 일로 격노한 강희제는 투르농 일행을 마카오로 추방함과 동시에 중국에서 전교를 희망하는 선교사들은 인표(印票)를 소지하도록 했다. 인표(印票)에는 “영원히 서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선교사는 마테오 리치의 규율을 따를 것을 선서한 후에야 발급받을 수 있었다.

 

1715년 3월 19일 클레멘스 11세 교황은 칙서 「그날들」(Ex illa die)을 통해 ‘중국의례에 대한 7개 조항’을 선포했다. 내용은 ‘천주’이외의 용어 사용금지, 전통식의 조상제사 및 공자제사 금지였다. 단, 망자의 이름 위에 반드시 ‘천주교효경부모지도리’(天主敎孝敬父母之道理)라고 적어야만 위패사용이 허락됐다.

 

클레멘스 11세 교황은 메차바르바(C. A. Mezzabarba)를 2차 교황특사로 중국에 파견했다. 1720년 12월 25일 북경에 도착한 메차바르바 특사는 강희제에게 전교 허용 및 의례 금령을 실시하게 해 달라는 것이 자신이 온 목적임을 밝혔다. 강희제는 “천주교 전교 금지는 교황 칙서 「그날들」(Ex illa die) 때문”이라고 말하자, 메차바르바 특사는 칙서를 변형시켜서라도 강희제와의 타협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메차바르바 특사가 남긴 ‘준행8조’(准行八條)다.

 

메차바르바 특사는 1721년 1월 14일 ‘준행8조’로 황제의 호감을 사려고 했으나, 황제의 생각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지체 없이 중국을 떠났다. 1722년 강희제의 서거로 다음 황제가 된 옹정제는 1724년 과학 분야에 종사하던 선교사만을 남기고 모두 중국 밖으로 추방시키고 선교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인표(印票). 강희제의 명에 의해 1708년 12월 8일부터 마테오 리치식 전교방침을 따르겠다고 선서한 선교사에게만 발급했다.

 

 

중국의례논쟁의 종결 및 이후

 

1742년 7월 11일 베네딕토 14세 교황은 칙서 「경우에 따라서」(Ex quo singulari)를 선포해 1715년의 칙서 준수와 함께 더 이상 의례에 대한 논란을 금지시킴으로써 의례논쟁을 종식시켰다. 이 여파로 인해 예수회는 1773년 7월 21일 클레멘스 14세 교황에 의해 수도회가 해산됐다.

 

이후 1930년대 만주국(滿洲國)의 공자 숭배에 대해 비오 11세 교황은 1935년에 천주교인의 공자공경 예식 참여를 허용했고, 1936년에는 일본의 신사참배(神社參拜)를 허용했으며, 1939년 12월 8일 비오 12세 교황은 「중국 의례에 관한 훈령」을 선포해 공자와 조상에 대한 제사가 허용됐다.

 

 

중국의례논쟁이 조선천주교회에 미친 영향

 

중국의례논쟁에서 중국의례 거행 반대쪽에 서있던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가 주로 활약한 조선천주교회는 조상제사에 대해서는 더욱 엄하게 금지시켰다. 신해 진산사건과 신유박해 등은 한국천주교회와 조상제사와의 관계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때에 양반으로서 조상제사를 거부하며 ‘무부무군의 사학쟁이’라는 치욕적인 비난을 들으면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순교한 정약종(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생각나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1년 6월 27일, 신의식(멜키올, 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 회장·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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