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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앙과 삶4: 교회(하느님의 백성)의 직무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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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6 ㅣ No.620

[‘교회와 나’ 새롭게 알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앙과 삶을 배웁시다!]

 

 

4. 교회(하느님의 백성)의 직무와 과제 ① 하느님의 백성은 무슨 일을 하는가?

 

모세는 (부르심을 받기 전) 양을 치고 있었고, 다윗도 그랬고, 베드로는 어부였고 마태오는 세리였다. 목자, 어부, 세리, 농부, 교사, 간호사... 등은 직업명이다. 그것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회, 곧 ‘하느님의 백성’은 무슨 일을 하는가? 어떤 일로 ‘하느님의 백성’인 것을 드러내는가? 바로 그것을 이제 살펴보기로 하자.

 

‘하느님의 백성’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대한 모든 진술을 해석하는 기본원리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앞서 함께 보았다. 그런데 이 기본원리가 특히 교회(하느님의 백성)의 ‘직무’가 무엇인가를 진술하는 것에 적용된다. 이 직무론을 통해 공의회는 교회에 대한 총체적 숙고에서 관점의 변화를 이뤄냈고, 바로 이 관점의 변화가 오늘날 우리가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해하게 되는 핵심적 요인이 된다. 그것은 곧 교계제도적 직무에 기초한 전래적인 신분적 사고를 극복하고, 교회 안의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교회 자체가 되기 위해 메시아적, 사제적, 예언적 과제를 실현하는 것에로 불리었다는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이 공의회 이전까지 종종 자행되었고 그리하여 모든 해결을 방해하는 한 오류는 교계제도적 직무와 교회의 직무를 동등시하는 것이다. 곧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의 전통은 두-직무론을 옹호했는데, 두 직무란 재치권(裁治權 : 관할권의 의미로 교회를 다스리는 권한. 교도권 및 성품권과 구별해 협의의 사목권이라고도 불림)과 성품권(성사권: 하느님 나라 일에 봉직하는 직무를 성직이라 하고 이 성직에 서임되는 것을 성품이라 함)을 말한다. 이 두 직무는 이미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교계제도에 국한되어 있는 직무로, 이러한 사고방식에 따라 교도권(교황을 비롯한 주교들의 권위 있는 가르침이나 가르치는 권한을 가리킴)의 행위는 판결(재판)의 임무이고 그리하여 자연히 신자들을 다스리고 지도하는 역할을 하면서 그것을 교회의 역할로 여겨왔다.

 

이에 반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직무론을 옹호한다. 그것은 왕적, 사제적, 예언적 직무이며, 이 세 가지가 총체적으로 하느님의 백성, 곧 교회의 직무들이다. 그런데 이 세 직무가 어디에서 연원하고 있는지, 곧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지난 회에 얼핏 보았듯, 이 직무들은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된 것이며, 바로 그분의 직무가 곧 그 백성들의 직무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하느님의 백성(교회)은 교계제도나 평신도에 의해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을 함께 불러 예언자로 가르치시고 왕으로 이끄시며 사제로 성화시키신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함으로써 존재하며, 그런 까닭에 이 공동체의 생성과 발전의 원리는 그리스도의 직무이다. 곧 그리스도의 왕직, 사제직, 예언직이 바로 하느님 백성 모두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직무이며, 이것이 곧 하느님의 백성이 하는 일이다. [2021년 6월 6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대전주보 4면, 서명옥 로사(대전가톨릭대학교 기초신학 강사)]

 

 

4. 교회(하느님의 백성)의 직무와 과제 ② 하느님의 백성의 삼중직무 (상)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이 물음에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답하며 김대건 신부님은 자신의 신앙을 목숨으로 증거한다. 바로 이 말, “나는 천주교인”, 곧 ‘나는 그리스도교 신자, 그리스도인’ 이라는 말 안에 실로 우리 신앙의 핵심이 들어 있다. 이 말 한마디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는가! ‘나는 그리스도인!’ 곧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증거하는 사람, 그리스도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리스도 안에 모인 하느님 백성의 직무는 당연히 그리스도의 직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곧 그리스도의 왕직, 사제직, 예언직임을 지난 회에 보았다면, 이제 이 삼중직무의 의미와 그것의 실행에 대해 살필 차례다. 이 삼중직무의 실행이 교회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에게 다 같이 해당됨을 염두에 두면서, 이 직무를 예수께서 말씀하신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와 관련시켜 이해해보도록 하자.

 

첫째, 교회의 왕직이다. 이는 사목직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직무로, 예수께서 당신을 ‘길’로 제시하신 것과 관련하여 ‘길 공동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왕직의 핵심은 세상 임금들이 백성 위에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는 것과 달리 백성을 섬긴다는 것에 있다.(마르 10,42-45 참조) 바로 그 점에서 예수님은 길이시며, 또한 길 안내자로서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가신다. 여기서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는 말씀은 왕직(사목직)을 이해하는 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예수께서 당신 생명을 양들을 위해 바침으로써(요한 10,11 참조) 참 목자가 되셨다면, 일생을 남을 위한 헌신으로 섬기는 것이 곧 다스리는 것임을 보여주셨다면, 하느님의 백성 또한 길이신 그분을 따라 타인 가운데서 그리스도를 섬기며, 그분이 보여주신 왕다운 자유로써 길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왕직은 본질적으로 봉사직이다. 권력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섬기는 사랑으로 공동체와 이웃에게 봉사하며 실행해 나가야 할 직무이다.

 

둘째, 교회의 예언(자)직이다. 예언직은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직무로, 예수님 스스로 진리의 전달자이시며 동시에 진리이신 것에 따라 ‘진리 공동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예수님 자신이 성부께로부터 파견된 예언자, 곧 계시자였고, 계시의 핵심 내용이며 완성이므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계시에 어떤 다른 요소를 가감할 수 없고, 다만 이 계시 내용을 만민에게 설명하며 전파할 뿐이다.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 파견되신 것처럼 하느님의 백성 또한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파견된다. 이 예언직은 여러 가지 형태로 수행할 수 있는데, 말과 글을 통해 진리를 가르치는 방법이 있고, 생활한 실천으로써 타인에게 믿는 내용을 증거하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가르침’은 오직 그리스도 사건을 둘러싸고 있을 때만 가치가 있고, 따라서 그것은 항상 예수 그리스도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언직은 교회의 기초로써(에페 2,20 참조), 공동체 건설에 기여한다. [2021년 6월 13일 연중 제11주일 대전주보 4면, 서명옥 로사(대전가톨릭대학교 기초신학 강사)]

 

 

4. 교회(하느님의 백성)의 직무와 과제 ③ 하느님의 백성의 삼중직무 (하)

 

셋째, 교회의 사제직이다. 이는 예수께서 생명의 헌신을 통해 지극히 고귀한 구원의 희생제사를 올림으로써, ‘유일하고 영원한 사제’로 존재하시는 것에 따라 ‘생명 공동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예수님은 생명의 수여자이시며(요한 6,35; 8,12 참조), 생명 자체(요한 11,25; 14,6)이시다. 그런데 예수님의 이 생명은 완전한 헌신, 즉 목숨을 바침으로써 전달된다.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백성 역시 ‘삶을 희생하는 자’라는 뜻에서 사제적이어야 한다. 곧 ‘완전한 희생제사’를 올리신 그리스도 이후에 사제적인 것이 있다면, 첫째는 그리스도의 삶의 희생에 참여하는 것이고, 둘째는 새 희생제물의 봉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의 희생을 재현하고 지속적으로 현재화하는 것이다(1베드 2,5-10 참조). 말하자면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의 사제직은 예수의 사제직에 근거하며, 예수님의 ‘자기 생명을 바침’을 그 정신에 맞게 오늘의 상황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의회는 사제적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이 성사와 덕행을 통해 실현된다고 명시한다.(교회헌장 11항 참조) 이는 교회의 사제적 파견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하느님 백성의 사제적 본질의 토대가 영적 실재만이 아닌,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와 사건으로 드러나야 함을 말한다. 곧 교회는 생명의 하느님을 드러내는 장소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면서 하느님의 관심사인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외면할 수 없다. 인간들의 모든 면을 포용하고,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의 원의를 채울 수 있도록 희망을 주며, 그들의 갈망에 실천적으로 연대하면서 ‘그 자체로 인간들의 삶을 위한 성사’인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와 같이 교회의 삼중직무를 살펴보았는데, 이 세 직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 예언자, 사제로 나누일 수 없듯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 또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이 교회의 삼중직무를 바탕으로 교회의 과제를 살펴보자.

 

여기서 핵심은 교회, 곧 하느님의 백성의 과제를 그리스도의 삶, 봉사와 직무와 관련시켜 이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그리스도에 의해 구성된 것이고 그분이 이 백성을 부르신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를 강조하는 이 공의회의 교회론의 기초는 그리스도론이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향해(목표로) 교회를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과제는 그리스도의 봉사와 직무(왕직-에언직-사제직)의 관계에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공의회에 의하면 모든 직무는 봉사이며, 또한 모든 봉사는 자발적으로 임하게 되는 직무이다. 봉사를 통해 직무가 실현되어간다는 것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론의 본질이다.

 

이처럼 공의회는 교회를 교계제도적 직무로 묘사하지 않고, 하느님 백성의 그리스도의 직무로서 진술하며 그것의 실행을 교회의 과제로 묘사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그리스도 직무의 실행에는 사제와 평신도의 동료 의식의 과제가 수반된다. 왜냐하면 교회는 그 구성원 안에서 실현되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20일 연중 제12주일 대전주보 4면, 서명옥 로사(대전가톨릭대학교 기초신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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