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저를 깨우쳐 주시도록(활동 보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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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2-20 ㅣ No.734

[레지오와 마음읽기] 저를 깨우쳐 주시도록(활동 보고 시간)

 

 

다음은 우리 신체 중의 한 부분이다. 어디일까? “뼈도 없는 것이 뼈를 부러뜨리는 것.” 답은 ‘혀’이다. 말이 주는 힘 때문이다. 말의 힘에 관해서는 우화로 유명한 이솝 이야기도 있다.

 

어느날 이솝의 주인인 크산토스가 손님들을 초대하고 이솝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음식을 준비하라 한다. 그러자 이솝은 혀요리만을 냈고, 이에 크산토스가 화를 내자 이솝은 말한다. “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죠. 사람들은 혀를 가지고 학문을 배우고 법을 만들고 삶에 질서를 부여합니다. 그러니 혀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는 셈이지요.” 다음날 크산토스는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을 사오라고 한다. 이번에도 이솝은 혀를 사왔다. 그리고 주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기와 술책, 질투와 음모, 싸움과 적대관계, 이런 게 다 바로 혀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혀보다 더 사악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자유인 이솝’ 중에서) 이처럼 말은 양날의 검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극단을 오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의 나이라 뮤니처 교수와 아나트 라파엘리 교수는 일정 기간 동안 자신들의 연구실에 업무차 걸려 오는 전화에 대해 세 가지 방법으로 응대하는 실험을 했다. 사람들이 어떤 응대에 더 오래 기다리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첫 번째 응대는 통화 대기음으로 음악만 계속 흘러나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죄송합니다. 지금은 먼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안내 메시지를 2분 동안 세 차례 듣게 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 응대는 두 번째와 같이 2분 동안 세 차례로 메시지를 주는 것이지만 대기 순서가 몇 번째인지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즉 세 번째는 두 번째와 같은 상황이지만 응대하는 말이 달랐다. 과연 어떤 응대에 사람들은 더 오래 기다렸을까? 짐작대로 세 번째 응대방법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첫 번째 조건에서는 거의 3분의 2의 사람들이 전화를 금세 끊어 버렸고, 두 번째 조건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마지막 조건에서는 3분의 1가량만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사람 관계에서 적절한 반응은 아주 중요해

 

하나 눈여겨 볼 것은 통화를 한 사람들의 만족도였다. 같은 내용을 통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조건에서 통화를 했던 사람들–대기 순서를 들었던 경우-이 통화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작은 차이이긴 하나, 안내메시지를 들은 두 번째 조건의 사람들이, 음악만이 흘러나온 경우인 첫 번째 조건의 사람들보다도 만족도가 낮았다는 것이다. 즉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말이 음악만을 들은 사람들보다도 더 만족감이 낮았다. 이처럼 사람 관계에서 적절한 반응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상대의 감정을 좌우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B형제는 열심한 개신교 신자였지만 딸이 수녀가 되면서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영세 후 선교를 위해 레지오에 입단하였지만 실망으로 힘들었다. 쉬는 교우들에게는 다 때가 있다 하고 외인 권면도 권유의 말보다는 모범적인 행동이라며, 활동이 아니라 기도만을 보고하며 만족하는 단원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그것이 씩씩한 군사가 아니라 부족한 선교 열정을 핑계대는 군기 빠진 군인 같아 탈단을 고민하던 중 이를 눈치 챈 Pr. 단장의 배려로 달라졌다. 단장은 단원들에게 B형제의 사정을 알리고 그가 개신교 신자였던 것을 감안하여, 천주교 교리부터 활동할 때의 주의점까지 세세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B형제뿐만 아니라 다른 단원들도 활발하게 질문하고 답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며 활동의 결과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단원들이 처음에는 제게 무관심하다가 막상 저의 선교 방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해주시니, 고맙기도 했지만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꽤나 열심한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천주교와 개신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받아들이는 것이 쉬워졌지요. 제 방식만 옳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다행히 Pr. 단장님을 비롯하여 단원들의 지속적인 격려와 구체적 조언이 있었기에 제가 레지오 단원으로 뿌리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제사 제가 균형 잡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된 듯합니다.”

 

 

보고는 단원들을 훈련시키는 중요한 방법

 

우리의 시선은 늘 남을 향하여 있어 자신의 모습을 완전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남들은 다 알지만 나만 모르는 나의 모남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행히 일상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듣는 조언, 칭찬, 평가 등은 나를 볼 수 있게 하여 나의 성장을 도와준다. 마찬가지로 단원으로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다. 바로 주회합의 활동 보고 시간이다. 이는 ‘보고를 통해서 다른 단원들의 활동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또한 자신의 보고에 대해 경험 있는 단원들의 의견을 듣고 배울 수 있’(교본 291쪽)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본에서는 ‘활동 보고는 그 하나하나가 주회합이라는 건물의 벽돌’(291쪽)이라며 그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보고는 단원들을 훈련시키는 중요한 방법’(교본 291쪽)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때야말로 레지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이 논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활동 보고는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생생하게 표현’(교본 171쪽)하여 ‘보고를 듣는 다른 단원들이 마음속으로 그 활동에 참여하고 판단하며 논평하고 배우도록 해야’(교본 171쪽) 한다. 그러니 판에 박은 듯한 활동 보고는 하지 말 것이며, 덧붙여 활동에 대한 동료 단원들의 적절한 제안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때는 감정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회합에서 단원들의 노고를 세심하게 이해해 주고 북돋아 주지 않으면 단원들은 점차 몸을 사리는 방향으로 기울게’(교본 172쪽)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들 안에는 성장의 욕구와 함께 인정의 욕구도 있기에 바른 소리가 고맙기도 하지만 쓰게도 느껴지지 않은가!

 

레지오 활동에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활동 보고 시간을 잘 활용하라! 주회 시간은 우리를 지휘하고 통솔하시는 성모님께서 실제로 함께 하시는 시간이니, 활동 보고 시간에 듣게 되는 동료 단원들의 목소리는 성모님의 작전 지시일 수도 있다. 그리하면 그 시간은 동기유발을 넘어 단원들의 인격적 성장과 함께, 단원들 간의 독특하고 끈끈한 우정까지 가져올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Pr.뿐만이 아닌 레지오 전체의 성공이 됨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여러분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지 저를 깨우쳐 주시도록 성모님께 부탁드립니다. -중략-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예수님께서 제 입을 통해 말씀하고 계신다는 확신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습니다.”(리지외의 성녀 소화 데레사, 교본 328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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