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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그리스도인 일치 주간에 살펴보는 교회일치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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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1-17 ㅣ No.601

그리스도인 일치 주간에 살펴보는 ‘교회일치 안내서’


일치 추구, 복음 전파 사명과 연결된 교회의 본질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는 지난해 12월 4일 문헌 「주교와 그리스도인 일치: 교회일치 안내서」(The Bishop and Christian Unity: an ecumenical vademecum, 이하 「교회일치 안내서」)를 발표하고 전 세계 주교들에게 교회일치 활동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헌은 가톨릭교회 안팎에서 교회일치를 위해 주교들이 수행해야 할 실질적인 과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월 18~25일)을 맞아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문헌 「주교와 그리스도인 일치: 교회일치 안내서」를 바탕으로 교회일치 운동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알아본다.

 

 

교회일치, 왜 필요한가

 

교회법은 “가톨릭교회와 온전한 친교 안에 있지 아니하는 형제들에 대하여 교회에서 이해되는 한도만큼 일치 운동도 권장하면서 인간미와 애덕으로 대하여야 한다”(교회법 383조 3항)며 주교들은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사목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은 「교회일치 안내서」 서문에서 “주교의 다양한 사목활동 중 교회일치가 단순한 한 분야가 아니라 다른 사목 분야보다 더 중요한 우선사항(priority)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는 「교회일치 안내서」에서 일치 추구는 교회 본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으며, 이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에게 내려주신 사명과 연결돼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Unitatis Redintegratio)은 그리스도교 공동체 분열은 분명히 그리스도 뜻을 거스르는 것이며, 세상에 추문을 일으키고,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설파하는 성스러운 노력에 해를 입힌다(1항 참조)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 일치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이끄는 선교 사명을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교회일치 안내서」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타종교인들에게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 일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복음화 활동에 악영향을 주고, 그리스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하면서 서로 싸운다면, 이는 비그리스도인에게는 추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8년 6월 21일 스위스 제네바 인근 소재 세계교회협의회 교회일치연구소에서 당시 올라프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CNS 자료사진.

 

 

가톨릭교회 안의 일치 증진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교회일치 안내서」는 1부에서 가톨릭교회 안에서 일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가톨릭교회 안에서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1부에서는 교구와 주교회의 내 교회일치를 위한 부서 조직, 교회일치를 위한 신자 양성, 미디어 사용 등 구체적인 교회일치 활동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일치 교령 「일치의 재건」은 다른 종파의 그리스도인들과 관계 맺기에 앞서 가톨릭 신자들이 먼저 “교회를 향한 그리스도의 뜻에 충실한 지 먼저 참회하고 쇄신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4항 참조)고 당부한다. 이런 내적 쇄신의 결과를 통해 교회가 타종파의 그리스도인과 대화를 하고 관계 맺기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일치 안내서」는 타종파 그리스도인과와의 대화를 위해서는 교회 조직을 개편하고 교회일치를 위해 모든 하느님 백성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교회일치 안내서」는 무엇보다 주교단이 교황청 교회일치촉진평의회가 1993년 발표한 「교회 일치 운동의 원칙과 규범의 적용에 관한 지침서」(이하 「지침서」)를 가까이에 두고 활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교회 일치 운동의 원칙과 규범의 적용에 관한 지침서」는 일치운동에 관한 교회의 모든 조직과 수준에서의 지도적 규범을 제시하고, 일치운동 교육의 책임자ㆍ목적과 방법, 교육의 교리적 실천적 측면을 담고 있다.

 

「교회일치 안내서」는 또 각 교구마다 교회일치 담당자를 두고 주교와 협력해 교회일치 관련 활동을 논의하고 교구 내 타종파 활동에 대표해 참가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교구 교회일치위원회를 설치해 관련된 신자 교육, 타종파와의 협의, 지역 내 공동사안에 대해 함께 활동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본당 단위에서도 교회일치 담당 신자를 임명해 ‘실질적으로 교회일치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지침서」 67항 참조) 본당에서 교회일치 관련 일에 책임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또 신학교와 교리신학원에서 교회일치와 관련해 필수 교육을 받도록 하고,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교회일치 관련 문헌이나 자료, 기사 등을 공유하도록 요청받는다.

 

 

타종파와의 관계 증진을 위해

 

교회일치 운동은 전체적인 하나의 틀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교회에 다양한 삶이 있는 만큼 그 형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교회일치 안내서」 2부에서는 가톨릭교회가 타종파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소통하기 위한 4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영적인 일치운동’ 차원에서는 함께 기도하고, 회심하고 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두 번째 ‘사랑의 대화’에서는 일상에서의 만남과 협력 및 관계 증진 방안을 다룬다. 세 번째 ‘진리의 대화’에서는 그리스도인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교의적 부분을 다루고, 마지막 ‘생명의 대화’에서는 사목과 선교활동 안에서 타종파 그리스도인과 만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교회일치 안내서」는 ‘영적인 일치운동’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 ▲ 주기적으로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해 기도하기 ▲ 공동 기도회로 그리스도인 일치 주간 기념하고 일반 신자들 초대하기 ▲ 타종파 지도자와 성경 공부하기/공동 순례하기 ▲ 성탄과 부활에 타종단 지도자와 공동 메시지 발표하기 ▲ 지역 공동 관심사를 주제로 타종단과 공동 기도회 열기 ▲ 본당 사제들이 이웃 교회 사목자들과 만나 함께 기도하도록 하기 등을 제안했다.

 

또 ‘사랑의 대화’ 방법으로는 ▲ 타종단 지도자와 만나기 위해 노력하기 ▲ 개인적·공개적으로 타종단 지도자 위해 기도하기 ▲ 타종단 행사 참석·교구 활동에 타종단 지도자 초청하기 ▲ 타종단 지도자에게 주요 교구 행사 알리기 등을 들었다. ‘진리의 대화’ 증진을 위해서는 ▲ 가톨릭교회와 타종단과의 공동문서 알리기 ▲ 사제와 평신도 신학자로 대화위원회 구성하고, 구체적인 교회일치 활동 방안 요청하기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생명의 대화’를 위해 ▲ 타종단 지도자와 공동 관심사안 확인하기 ▲ 타종단 사목 주안점 듣고 배우기 ▲ 관대한 마음으로 타종단 사목활동 지원하기 ▲ 교구 내 타종단 배우자 혼인가정 만나 이들의 경험 듣기 등을 실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회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코흐 추기경은 ‘그리스도인 일치는 긴 여정’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이 여정을 시작하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일치라는 선물을 주실 것”이라며 「교회일치 안내서」가 “그리스도께서 기도하신 것과 같이 주교단과 모든 가톨릭교회가 완전히 일치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월 17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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