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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6: 과학과 신앙 간의 관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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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3-22 ㅣ No.443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6) 과학과 신앙 간의 관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1


과학적 무신론은 지극히 낮은 확률의 우연성에 기댄 이론

 

 

- 2008년 10월 영국 런던의 시내버스. ‘아마도 신은 없으니 이제 그만 걱정하시고 당신의 인생을 즐기세요’라는 무신론자의 버스 캠페인 문구가 붙어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저는 지난번 글을 통해서 과학과 신앙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자세히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서로 사이가 벌어진 두 진영 간에 충돌이 발생할 경우 신앙이 훨씬 불리한 상황에 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가 역사상 신앙의 입지가 가장 약한 시대라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봉착하게 됩니다. 과학과 신앙이 서로 각자의 영역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공존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많은 가톨릭 신자분들이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과학과 신앙 간의 조화를 원하고 계신 것을 저는 자주 목격하곤 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여러 다양한 이론들을 다음의 5가지로 분류하고자 합니다: (과학적) 무신론, 범신론/만유신론, 이신론/자연신론, 창조론적 유신론, 진화론적 유신론.

 

이제 과학적 무신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과학적 무신론은 간단히 말하면 ‘이 세상은 신의 존재 없이 어떤 계기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론입니다. 이 거대한 우주 안에서 특정 조건을 갖춘 지구라는 행성에서 어떤 계기에 의해 ‘우연히’ 생명이 생겨났고 그 생명은 진화 원리에 의해 고등 생물들로 분화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는 주장이 이 과학적 무신론의 핵심 내용입니다.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중심적인 과학 이론은 인류 원리(anthropic principle)를 무신론적으로 자연스럽게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우주론인 ‘다중 우주론’(multiverse theory) 및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까지의 생물학적 진화 전 과정을 설명하려는 이론인 ‘대진화 이론’(macroevolutionary theory)이며, 이 이론 외의 다른 부수적인 개념, 즉 창조주로서의 신 개념은 전혀 필요치 않습니다. 이 모델은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을 비롯한 수많은 무신론적 과학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죠.

 

여기서 잠깐 리처드 도킨스에 관해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그는 현재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과학만능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1976년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진화생물학자로서, 현재까지 진화론에 입각한 과학만능주의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특히 2006년에 출판된 저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신 망상’이라는 뜻)을 통해 세상의 여러 종교들, 특히 그리스도교에 관해 엄청난 공격과 조롱을 가함으로써 대중적으로 지지와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전임자들이 수세기 동안 봉헌한 성인의 수를 더한 것보다 더 많은 성인들을 봉헌했고, 성녀 마리아를 유독 애호했다. 그의 다신론적 갈망은 1981년 로마에서 자신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일어났을 때 극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죽지 않은 것은 파티마 성모가 개입한 덕분이라고 했다. ‘성모의 손이 총알을 인도했다.’ 왜 아예 몸에 안 맞도록 인도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를 여섯 시간 동안 수술한 의사들의 손도 성모의 인도를 받았을 것이다. 요컨대 교황의 견해를 따르면 총알을 인도한 것은 우리의 성모가 아니라, 파티마 성모였다는 것이다. 아마 루르드 성모, 과달루페 성모, 메주고레 성모, 아키타 성모, 자이툰 성모, 가라반달 성모, 녹 성모는 당시 다른 일로 바빴나 보다.”(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57-58)

 

바로 이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의 출판으로 인해 과학적 무신론의 대표주자가 된 이후 행한 유명한 사건이 바로 ‘무신론자 버스 캠페인’(Atheist Bus Campaign)입니다.

 

무신론자 버스 캠페인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영국의 시내버스에 무신론에 관한 메시지를 게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광고 캠페인입니다. 2008년 10월 21일 영국 인문주의자 협회와 리처드 도킨스의 공식 후원으로 코미디 작가 아리안 셰린이 시작한 이 캠페인은 런던의 시내버스에 “아마도 신은 없으니 이제 그만 걱정하시고 당신의 인생을 즐기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붙여서 운행하도록 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무신론자 버스 캠페인은 그 후 미국, 캐나다를 비롯하여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서유럽 국가들에게 퍼지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사건은 과학적 무신론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킨스를 포함하여 진화론에 입각한 과학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순간 ‘확률적으로 우연히’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하였다. 그 후 그 생명체의 후손들이 오랜 기간의 진화 과정을 거침으로 인해 현재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형성되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또 한 명의 영향력 있는 과학만능주의자로는 스티븐 호킹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는 건강이 위독하던 1970년대에 블랙홀의 열역학 및 소위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블랙홀의 표면에서 양자 효과에 의해 분출되는 흑체 복사)를 통해 과학계에서 널리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1988년에 출판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라는 대중 과학 서적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2010년에 출판된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를 통해 빅뱅은 물리학 법칙만이 작용한 결과로서 이 과정을 통해 우주가 자연스럽게 탄생 되었으며 유일신과 연관된 우주의 창조 개념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유명합니다.

 

호킹을 포함하여 우주론에 입각한 과학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순간 ‘확률적으로 우연히’ 우주가 빅뱅에 의해 탄생 되었다. 그 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별과 행성, 은하계 등이 생겨나는 우주의 진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후 ‘확률적으로 우연히’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온도, 압력, 물과 공기 등)이 마침 지구에 형성되어 결국 생명체가 생겨나고 점차적으로 진화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화론자든 우주론자든) 과학만능주의자들의 주장에는 공통적으로 우주 및 지구상 생명체의 첫 출발점이 ‘확률적 우연성’에 기반해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확률적 우연성’이라는 말은 과학적인 개념으로서 ‘필연적인 어떠한 원인이나 이유 없이 0에 가까운 지극히 낮은 확률을 갖고 어떤 현상이 발생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주의 탄생 및 지구상 생명체의 탄생은 ‘대단히 낮은 확률’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죠. 과학적 무신론은 한마디로 말해서 하느님이라는 필연성 대신 대단히 낮은 확률을 가진 우연성에 기반한 이론인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3월 20일,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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