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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의 대안교육 이야기2: 인생은 서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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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8-09 ㅣ No.143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의 대안교육 이야기 (2) ‘인생은 서핑이다.’

 

 

지금도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대안학교의 문을 열고 맞이한 ‘첫 입학식’이다. 산골짜기 시골 마을에 경사가 났다. 1천 명이 넘은 축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주인공 40명을 중심으로 내빈들과 축하객이 하나가 되고 있는듯했다. 그런데 입학식은 진행되면서 정작 주인공들은 적당한 선에서 끝났으면 하는 분위기를 보였고, 이에 내빈들의 멋진 축사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식이 끝났고 모두가 떠나자, 학생들은 입학식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창가에 걸터앉아 하나 같이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고 있었다. 예의도 없이 하늘을 향해 일제히 연기를 내뿜은 그들과 첫 번째로 마주하며 ‘저들을 어쩐담!’ 하며 독백을 했었다.

 

‘잘못된 놀이’만이 그들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학생들은 매일 잘못된 놀이를 하며 지냈고 그러한 악습은 우리를 당혹케 했다. 우리는 그들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을 좋은 인성의 기초가 생겨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고 함께하며 그들 수준으로 내려갔던가.

 

우리의 교육은 역발상에서 시작했다. 이러한 역발상은 숱한 시간을 지나며 역발동하게 되었다. 최고의 가치인 자발성과 자기주도성을 창출한 것은 ‘지리산 산악등반 종주’에서였다. 학생들은 짜증 섞인 산행 과정을 거듭했지만, 천왕봉 정상에 이르자 말문을 닫았다. 고통을 이겨낸 후에 결실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상에 서니 산 아래 모든 것이 가까이 멀리 보이는구나.’ 그들이 거듭된 체험에서 얻은 철학적 사고였다. “이제 저도 공부할래요. 공부해서 천왕봉 같은 높은 위치의 자리에 앉게 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겠지요.” 강요나 설득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 동력을 갖게 된 것을 나는 역량이라 말한다. 그들이 역량이란 인성이 생겨날 때, 처음으로 미래를 열어 갈 인문학을 경험한 것이다.

 

‘상상, 공상, 환상, 망상’이 생각에만 그친다면 똑같은 말이다. 춘천 남이섬에 이어 제주도에 ‘탐나라 공화국’의 명소를 창조한 강우현 대표를 최근에 만났다. 그는 늘 거꾸로 생각하고 거꾸로 시작하는 사람이다. 나도 그랬다. 인문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체험이 필요 없다며 학생을 여전히 박스 속에 가두고 오지선다형 족집게 과외를 하고 있는 교육공동체이다. 심약한 아이들은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은둔형 아이들이 하나, 둘 방에 갇히고, 똑똑이들은 끝없이 경쟁 속에 머리싸움을 하며 홀로서기를 한다. 목적과 목표 없이 소모적 습관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놀이 체험’은 교육이 본질을 바로잡고 인생 미래를 열어갈 인문학의 열쇠였다.

 

나는 사회 속에서 ‘놀체인양업사회적협동조합’을 2019년 봄날에 태동시켰다. 오픈식이 있던 날, 나는 설립 취지를 알리기 위해 나의 제자 한 명을 게스트로 초청했다. 그는 대학은 꼭 필요할 때 진학할 거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호주의 한 식당에 취업을 했다. 이는 수단인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인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체험을 위해서였다. 언어를 유창하게 하게 된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좋은 놀이를 통해 체험했던 경험을 반추하며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갔다. 그곳 자본을 끌여들여 주식회사 서핑을 만들고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서핑의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표이사답게 ‘인생은 서핑이다’라는 주제로 젊은이들에게 의미 있는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파도치는 바다에 널빤지 띄워놓고 자신의 몸을 얹고 파도를 타며 교묘히 유희를 즐기기까지 바다 속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 처박혀야 하는가?” 서핑을 하며 인생의 묘미를 알게 된 그는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에게 인문학 강의로 사로잡는다. ‘놀체인양업사회적협동조합’도 오픈식에 성공했다. 비대면 코로나 시대에 80명과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나와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래의 적극적 대안교육 이야기’를 3년째 새롭게 쓰고 있다. 이는 내가 1995년 대한민국 최초의 공립형 대안학교를 구상하며 시작하고, 이루어낸 노하우로 새로운 대안교육의 장을 펼치며 현역의 원로사제가 행복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2021년 8월 8일 연중 제19주일 청주주보 5면, 윤병훈 베드로 신부(놀체인 양업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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