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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칼럼: 과학과 신앙 간의 부적절한(?) 접목 시도의 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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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03 ㅣ No.444

[과학칼럼] 과학과 신앙 간의 부적절한(?) 접목 시도의 예 (2)

 

 

지난달의 글을 통해 저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던 책인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2002년 출간)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책만큼 과학 개념 사용에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성공과 자기계발을 위해 우주적 기운과 인간의 간절함의 중요성을 강조할 목적으로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라는 과학적인(?) 개념을 사용한 『더 시크릿』(론다 번 지음, 2007년 출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 역시도 출판 직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교회의 강론이나 저서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긍정도 부정도 실체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강한 생각은 비슷한 기운을 끌어당긴다. 그러니 네가 이루고 싶은 것을 생각해라. 계속 생각해라. 그럼 우주의 에너지가 그것을 이루어줄 것이다.”

 

이 책 출판 이후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서에 비해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바로 이 책에 물리학의 용어와 개념이 등장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책의 출판과 함께 공개된 『더 시크릿』 비디오의 경우 양자물리학자 한 명이 등장해서 물리학적인(?) 용어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이 책의 내용이 전 우주적인 원리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이라 할 수 있는 뉴턴의 중력 법칙(우리나라에서 흔히 만유인력의 법칙이라고 불리고 있죠.)은 인력 법칙(law of attraction)의 한 예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 중력 법칙은 어디까지나 질량을 가진 두 물체 간의 끌어당김을 설명하는 법칙일 뿐, 비물질적 실체인 인간의 마음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은 물질적 실체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인력 법칙을 교묘하게 비물질적 실체에까지 ‘구체적인 근거 없이 확대 적용’시키는 방식을 활용해서, 우주 에너지와 인간의 마음을 물리학의 인력 법칙을 통해 연결 짓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물리학의 인력 법칙, 자기계발서의 공통 주제인 긍정의 힘 강조, 기복신앙적 태도 등이 적절히 결합된 뉴에이지 서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4월 3일 사순 제5주일 서울주보 7면, 김도현 바오로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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