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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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기도 맛들이기: 바리사이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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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09 ㅣ No.1566

[기도 맛들이기] 바리사이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

 

 

기도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4복음서 내 중요한 길목마다 자리잡고 있는데, 그 자료만 해도 양이 상당합니다. 복음서 내 기도에 대한 가르침만 잘 묵상하고 실천한다면, 다른 어떤 참고서도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내용도 얼마나 풍부하고 알찬지 모릅니다. 주님의 기도, 겟세마니에서의 기도, 수난 직전 당신과 제자들을 위해 바친 기도, 골방 기도에 대한 가르침,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마음모아 함께 청하라는 가르침, 끊임없이 간청하라는 가르침….

 

그중에서도 참으로 흥미로운 가르침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리사이와 세리 두 사람의 기도를 극명하게 대조시키며 전개하는 생생한 가르침입니다. 이 비유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선호하시는 기도와 혐오하시는 기도가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선 바리사이의 기도를 보십시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 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루카 18,11-12).

 

사실 바리사이의 신앙생활은 경탄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일 년에 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빼먹지 않고 단식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 어렵다는 십일조를 꼬박꼬박 실천했습니다. 윤리 도덕적으로도 깨끗했습니다. 정말이지 그 정도면 완벽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에게는 딱 한 가지 치명적인 흠결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고, 많은 것을 주님께 봉헌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지나친 우월의식, 지나친 자신감, 스스로를 들어 높이는 교만한 마음이 애써 쌓아올린 아름다운 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바친 기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겸손의 결핍이요, 진지한 성찰과 자기 인식의 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리를 한번 보십시오. 송구스러움과 부끄러움에 당당히 성전으로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성전 기둥 뒤에 숨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외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18,13). 사실 세리가 바친 기도는 기도중의 기도입니다. 세리의 기도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진심어린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간절한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그저 주님 자비만을 바라는 진솔한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기도는 바로 세리의 기도입니다. 매일 매일 주님 자비를 구하면서, 그분의 은총에 호소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절박한 처지를 있는 그대로 주님께 보여드리면서, 그분의 일상적 현존을 청하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2021년 4월 11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수원주보 3면,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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