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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맏이어도 아이는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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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07 ㅣ No.1087

[박예진의 토닥토닥] (30) 맏이어도 아이는 아이입니다

 

 

세 명의 자녀를 둔 은영씨는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열한 살이 된 큰아들이 사춘기인지 화를 버럭 내는 일이 잦아진 탓입니다. 큰아들은 어려서부터 순했고 동생들을 도맡아 챙겨주어 늘 든든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두 살 아래인 남동생에게 화를 내거나 때리기도 하고, 다섯 살 어린 여동생한테는 자주 소리를 지른다고 합니다.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수업 시간에 휴대폰만 만지는 등 딴생각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며, 학교 성적도 떨어지고 있다는 걱정 어린 학교 선생님의 연락도 받았습니다.

 

은영씨는 든든하고 믿음직한 큰아들이 이렇게 달라진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뭔가 속상한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몰라!” 하며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남편은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바람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집에 옵니다. 그런 만큼 큰아들을 의지했던 은영씨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정말 사춘기라 그런 걸까요, 아니면 뭔가 불만이 있어서 그런 걸까요?

 

보통 아이들은 열한 살쯤 되면 성장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청소년기가 시작됩니다. 신체적 변화와 함께 자신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심리적으로도 변화를 겪습니다. 또래 집단 내 위계질서가 바뀌면서 경쟁, 따돌림, 괴롭힘, 배척 등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또래 친구와의 관계와 주변 환경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신경이 쓰입니다. 나의 신체적 발달이 친구들과 같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외로움을 느끼는 등 정서적인 불만족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은영씨가 겪는 일이 큰일은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에 따른 일이니만큼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요. 큰아들은 지금 변혁기에 접어든 것과 같습니다. 아동기와는 행동의 목적이 달라졌으니까요. 이전에는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기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므로 동생들을 돌보는 책임감과 물리적 시간이 부담될 수 있습니다. 또 그간 착한 아들로서 부모님을 도와 동생들을 챙긴 자신의 모습 또한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을 실망시킨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뾰족하게 반응하는 것이지요. 다 큰 성인도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 죄책감과 창피함 때문에 더욱 큰소리를 낼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이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세계에 맞춰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스스로 유능감을 갖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집안 환경 때문이라고 하지만 열한 살 아이가 부모님 대신 동생들을 챙기는 것은 꽤 힘든 일입니다. 우리 부모들도 아이 양육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부모에게는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큰아들이 도와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도움’이지 큰아들의 ‘역할’은 아닙니다.

 

은영씨는 상담을 통해 큰아들이 동생들을 돌보는 시간을 조정하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습니다. 아이가 어려워하는 숙제는 도움을 주고, 아빠와 협조해서 자주 연락을 하는 등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랬더니 큰아들과의 관계가 훨씬 더 발전하고 편해졌다고 합니다. 맏이라고 해도 초등학생은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부모가 배려해줘야 하는 존재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8월 7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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