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토)
(녹)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강론자료

2024-06-23.....연중 제12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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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24-06-22 ㅣ No.2454

                                        연중 제12주일 (나해)

38.1.8-11      2코린토 5,14-17      마르 4,35-41

2024. 6. 23.

주제 : 하느님의 명령을 이기는 사람

올해 여름은 작년보다 덥다고 했습니다. 낮이 제일 길다는 하지(夏至)’에 올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 이런 일이 생긴 일을 우리는 흔히 자연의 조화라고 말하며 사람이 현실에서 만드는 삶의 결과를 심각하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연도 하느님께서 정하신 방법과 한계에서 움직인다는 일을 생각한다면, 그 자연이 이렇게 균형이 어긋나게 놀라운 모습을 보이는 일에 사람이 협조하고 잘못된 일을 만든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돌이켜야 합니다.

 

세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일들에는 사람의 지혜와 능력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일도 있고, 사람의 능력으로 바꾸지 못할 일도 있습니다. 하루를 지내면서 낮과 밤이 바뀌는 일과 하루를 지낸 다음 저녁이 되면 잠을 자야만 다음 날 아침에 또 움직일 힘을 얻는 일도 이러한 일의 한 가지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이 모두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세상은 평온하게 돌아갈까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만, 사람이 드러내는 힘은 생각보다 세기도 하고 강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힘이 세다거나 강하다고 표현할 때, 사람의 상대에 선 대상을 이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탄소라는 괴물을 한없이 만들어내는데도 자연이 몸살 하지 않고, 사람을 상대로 가만히 있으며, 순한 양처럼 살라고 하면, 우리의 말을 자연이 순순하게 들을까요?

 

오늘 첫째 독서로 들은 말씀은 욥기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오늘 들은 말씀은 하느님께서 바다와 물에게 행동할 한계를 규정한 말씀이지만, 하느님이 이렇게 선언하신 배경은 욥기의 앞을 봐야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느닷없이 자기에게 찾아온 삶의 고통에 욥은 도대체 자기가 잘못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잘못된 일의 원인은 하느님이 자기를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 탓이라고 불만을 말했습니다. 욥이 그저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다면 하느님께서도 순순하게 대답하셨을 것인데, 자기는 삶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살았는데 그 하느님의 허락으로 모진 고통이 왔다고 욥이 원망한 내용을 배경으로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피조물이 지켜야 할 일과 행동해도 괜찮은 한계를 규정하는 말씀으로 욥이 하느님의 의도를 알아듣기를 바라셨겠지만, 실제로 욥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오늘 독서에 나오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스승을 따라다니며, 하느님께서 세상에 이루신 일의 영광을 배웠지만,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자연을 향해서 명령하고, 자연을 향하여 하느님의 뜻을 명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을 향하여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고 안타까운 말씀을 하셨지만, 제자들은 바다의 파도가 예수님께 복종하는 것을 보고서야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마르코 복음사가는 기록합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서 예수님은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요? 사람은 세상에서 꽤 능력이 있는 존재로 산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실제로 사람이 드러내는 능력은 자기에게 있는 힘을 드러내는 자랑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충실하게 따를 때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람은 세상에서 오랜 시간을 삽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피조물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에게 있는 힘을 드러내고 마음껏 영광을 누리며 삽니다. 하느님은 사람에게 놀라운 영광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영광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힘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보이신 사랑은 배워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연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그 마음으로 이웃도 사랑하는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존재로 살지만, 거기에서 한 걸음을 물러서서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도 드러내며 살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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