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전례ㅣ교회음악

성가의 참맛: 까뮤의 행복한 순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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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07 ㅣ No.3085

[성가의 참맛] 까뮤의 「행복한 순간이길」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 히브리서의 저자는 말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보며 절망하고 비탄에 빠졌던 예수님의 제자들. 세상을 구원하리라 믿었던 그분과 함께 빵과 생선을 나누어 먹고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며 믿음을 키웠지만 죽음 앞에 무력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거룩히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만나며 제자들은 새로운 생명을 경험하지요. 이윽고 승천하는 예수님을 떠나보내며, 이제는 제자들에게 절망이 아닌 믿음과 희망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 함께했던 행복했던 기억들에 의지하여, 샌들을 신고 지팡이 하나와 함께 내딛었을 그 발걸음. 이천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들의 발걸음이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2025년은 “희망의 순례자들”(Pellegrini di speranza)이란 주제로 희년(Jubilee)이 선포되었습니다. “다가오는 희년은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거듭남’의 표징으로 희망과 신뢰의 분위기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희년을 준비하며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떠났던 그 길, 바로 우리에게 이어진 이 순례길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 희년을 맞이하면 좋을까요?’ ‘언젠가 찾아올 하느님 나라를 향하는 발걸음은 어떻게 내딛으면 좋을까요?’ 우리가 함께 부르게 될 새로운 성가를 만들며 들었던 고민에, 불현듯 몇 년 전 운정성당 청년미사에서 예수성심대축일에 들었던 강론이 떠오릅니다. “다른 이가 내 안에서 하느님을 찾을 수 있도록 참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던 날, 이별의 아쉬움과 희망의 눈물을 흘리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예수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 또 함께했던 행복했던 기억을 믿고 주변 사람들과 희망과 위로를 나누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초대교회 신자들처럼, 지금 이 순간, 바로 오늘이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과 그 발걸음이 모여 내일로 향한다면, 그 끝에서 우리는 사랑 가득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가 품은 씨앗이 희망과 믿음으로 자라 다른 이에게 행복이 된다면, 사랑과 위로가 된다면, 그렇게 다른 이가 나로부터 하느님을 찾을 수 있다면…. 이런 마음으로 함께 성가를 부르는 이 길, 정말 행복할 것 같지 않으세요?

 

믿음, 언제나 함께할 것이란. 기억, 상냥히 마음 어루는. 위로, 현실의 불안, 아픔에 기도! 예수님 가셨던 그 길을 걸어요.

 

지금 여기 오늘이 행복한 순간이길. 다른 이가 내 안에서 하느님 찾을 수 있도록 이 길, 걸어갈게요.

 

성가 “행복한 순간이길”은 2022년 제15회 수원교구 창작성가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2022년 8월 7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의정부주보 7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최슬기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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