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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5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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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희망의 순례자들’ 희년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2025년은 25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입니다.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나 마흔아홉 해가 된 다음 해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레위 25,10)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50년마다 희년을 선포했습니다. 교회는 1300년에 보니파시오 8세 교황님께서 이 은총의 해를 처음 제정하신 이래 50년마다 이를 기념해 오다가, 15세기부터는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25년으로 주기를 바꾸었습니다. 우리 서울대교구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희망의 순례자’ 희년에 발맞춰, 올 한 해 사목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강조하여 실천하고자 합니다. 1. 희망하는 교회 이번 희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희망의 순례자’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희년의 목적과 의미는 그저 ‘전대사를 얻는 좋은 기회’에 그치지 않고, "구원의 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을 깊여가는 해로 우리를 초대함에 있습니다. 이 뜻깊은 희년에 예수님과 더욱 깊은 만남을 이어가면서,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수없이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의 땀과 피를 바탕으로 이룩한 경제적 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지만, 풍요로움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여러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급급한 상황입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알게 모르게 커져 가고,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크게 걱정하게 만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며, 청년 실업 문제, 주택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현상도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정신 건강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분단된 조국의 평화 통일에 대한 관심은 식어가고, 미·중 갈등을 포함하여 남북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긴장과 갈등이 커져가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는 ‘희망’을 선포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영원한 가치를 가르쳐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의 지평을 열어주셨기에, 이 영원한 생명의 지평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것들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가치에 맞추어 변화시키도록 불리움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로마 8,24-25 참조)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사람들입니다. 2. 순례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모든 희년 행사의 근본 요소는 순례"라고 하셨습니다. "전통적으로, 순례 여정을 나서는 것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도보 순례는 침묵, 노력, 단순한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됩니다."라는 교황님의 말씀대로, 순례는 ‘우리 인생이 바로 순례하는 여정’임을 묵상케 합니다. 도보 순례에서 흘리는 땀방울을 통해 우리네 삶에서 땀 흘리는 수고로움의 고귀한 의미도 되새기게 되고, 순례 여정을 함께 하는 우리가 모두 영원한 생명을 향해 시노드 여정을 함께하는 길동무임을 새삼 고맙게 느끼게도 됩니다. 나아가, 도보 순례는 이 세상에서 ‘지나가는 것’과 ‘영원한 것’을 묵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순례하는 교회의 지체인 우리에게는 ‘영원의 도시’ 로마 순례가 아니더라도, 서울 도심에도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인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싶습니다. 2025 ‘희망의 순례자’ 희년에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성지 중 적어도 한 곳 이상을 도보로 순례해 봅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순례 여정 중에 순교자들의 믿음을 묵상해 보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믿음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시다. 여기에 더하여, 순례하는 교회로서 잊지 말아야 할 더욱 중요한 여정은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들어가는 영혼의 내적 순례 여정’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주일미사를 참례하고 윤리적 삶을 지켜나가는 단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깊은 만남, 우리 삶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는 구원자이신 그분의 인격과의 만남의 여정이고, 그분과 사랑의 우정을 깊여가는 여정임을 잊지 맙시다. 이를 기억하며, 내적 순례의 여정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 앞에 머물면서 그분과 ‘단둘이 나누는 우정의 대화’ 시간인 성체조배에 맛을 들입시다. 모든 신자가 본당에서 하는 성시간이나 성체조배는 물론,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매월 첫 목요일 저녁에 하는 ‘교구장과 함께하는 성체조배’에도 이 희년 중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직접 참여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조건 없이,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 한없는 사랑을, 성체를 통해 만나봅시다. 3. 선포하는 교회 어느 학자가 ‘하느님은 명사(noun)가 아니라 동사(verb)이시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저 위’에 좌정하고 계시는 분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와 자비로 우리에게 직접 다가오시는 분이며, 우리를 당신과 인격적 관계로 초대하시는 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표현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이렇게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분의 사랑을 혼자만 마음속에 가두어 두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하고 외치게 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카 19,40)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복음의 기쁨〉 9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선은 널리 퍼져 나가기 마련입니다. 진리와 선에 대한 모든 참다운 경험은 그 자체로 우리 안에서 자라나는 성향이 있고, 진정한 해방을 맛본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의 요구에 더욱 민감해집니다. 선은 퍼져 나가면서 뿌리내리고 자라납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인용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복음의 기쁨을 맛본 그리스도인은 이제 ‘선포하는 기쁨’을 살아야 합니다! 복음의 선포는 단지 큰 목소리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1) 먼저, 애덕 실천으로 하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처럼,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나는 실천으로 나의 믿음을 보여 주겠습니다."(야고 2,18)하신 야고보 사도를 본받아 우리 그리스도인은 애덕 실천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기쁨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2) 다음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모습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동행의 모습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모두 우리 사회의 동등한 주인공임을 인정하고, 그렇게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복음을 선포하는 좋은 모습입니다. (3) 끝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또 한 가지 방법으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있습니다. 2027년 여름에 서울에서 진행될 ‘세계청년대회’는 단지 청년들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함께 개최 준비를 해나가는 전 과정을 통해 남녀노소가 다 함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모두를 위한 잔치요, 신앙의 체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① 첫 번째 방법은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② 두 번째 방법은 대회 기간 중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들에게 ‘홈스테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③ ‘세계청년대회’에 주역으로 참가하는 세 번째 방법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합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장기 봉사든 단기 봉사든 방법상으로도 아주 다양하게 열려 있습니다. ‘희망의 순례자’를 주제로 2025년 희년을 맞는 우리 모두 ‘희망하는 교회, 순례하는 교회, 선포하는 교회’를 살아가면서 복음의 기쁨을 더 깊이 체험하고, 선포하는 기쁨을 누리는 한해로 가꾸어 나갑시다. 교회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4년 대림 시기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대주교 정순택 베드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심각한 경기 침체와 참담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한 해를 충실하게 살아오신 우리 교구민 모두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주님의 손길 안에서 우리 삶의 구석에 숨겨진 희망을 발견하는 축복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주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올해의 사목 방향은 지난 2년간 사목 교서에서 언급했던 4개의 기둥을 지속해서 유지하면서 특별히 희년, 축성 생활, 세계 청년대회 준비, 그리고 가정 안에서 신앙 이어주기에 더 관심을 두도록 초대합니다. 1. 희망의 순례자인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25년을 정기 희년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이 희년은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을 주제로 올해 12월 24일 성 베드로 대성전 성년의 문이 열리면서 시작하여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끝납니다. 이번 희년에 교황님께서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라는 칙서를 통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세상 모든 이를 하느님 사랑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칙서에는 “자녀 낳을 수 있는 사회환경 마련하기, 이주민 환영하기, 수감자 방문하기, 평화를 위하여 일하기, 사형제도 반대하기, 젊은이들의 일자리 찾아주기, 가난한 나라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하기,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 바치기, 군비를 식량 지원금으로 전환할 것 요구하기, 피조물 존중하기” 등을 하나씩 제시하면서 교회와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희년의 칙서는 우리 교구가 그동안 지속해서 지향하고 실행하고자 한 사목적 지향들, 곧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연대와 나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공동의 집인 지구 보호’, ‘시노드적 교회 이루기’가 희년의 지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줍니다. 희망을 증언하는 희년 동안, 우리 교구민 모두가 그리고 교구의 모든 본당 및 공동체가 이 지향을 사목 계획 안에 적극 반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 하느님의 섭리 지난 9월 ‘사도좌 정기방문’을 함께 다녀온 주교님들 모두는 교황청에서 이제 한국 가톨릭교회가 아시아 교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바라보는 것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특히 ‘가난 · 다종교 · 다문화’, 이 세 가지 특징을 지닌 아시아 교회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가 그 중심 역할을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유럽교회에선 이미 오래전에 젊은이들이 보수적인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떠났으며, 한국교회도 자본주의의 발전과 무신론이 팽배해지면서 젊은이들이 교회에 관해 관심이 크게 줄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 전례가 중단되면서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부 할 것 없이 참여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시기에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는 희망의 순례자로서 희년을 지내는 우리 한국교회와 아시아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세상과 교회의 기쁨이자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교회가 세계 젊은이들을 위한 기도와 더불어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충실히 해나가는 것도 희년을 잘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각 나라의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과 우리나라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는 청년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사전 행사로 진행되는 교구 대회의 ‘홈스테이’는 세계 젊은이들과 친교를 이룰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구도 100여 개 본당에서 젊은이들이 홈스테이를 신청한 가정에 머물 것입니다. 본당과 지구 그리고 교구가 협력하여 우리 교구를 방문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경험한 ‘신앙의 유산’을 나누고, 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3. 희망의 꽃을 피우는 믿음과 쇄신 오늘날 우리 교회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징표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멈출 수 없습니다. 희망의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에게 믿음, 곧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모든 시련과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순례를 위한 바탕이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 니케아 공의회(325년) 개최 1700주년을 기념하는 2025년은 우리 시대의 예수님에 대한 신앙을 새롭게 공부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교회는 수도 생활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을 기념하여, 1년 동안 (2024년 11월 21일 - 2025년 10월 28일) ‘한국교회 축성 생활의 해’를 지내게 됩니다. 우리 광주대교구에서는 축성 생활의 정체성 확립 그리고 갈수록 노화되어 가고 성소자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쇄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는 장이 필요합니다. 성소자 감소에 따른 교회의 위기감은 수도회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라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하고 청빈(淸貧), 정결(貞潔), 순명(順命)을 위해 자신을 투신하는 삶이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희망의 꽃이 자라는 공동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창 시절을 ‘경쟁의 전쟁터’로, 독일 학생들은 ‘축제’로 표현했다는 어느 연구 조사 결과가 몹시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경쟁 위주의 문화와 불투명한 미래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삶의 희망을 찾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어느 본당에서는 사목 목표를 ‘신자들을 설레게 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외적으로는 성당에 꽃을 많이 심고 주변 청소와 정리 정돈을 말끔히 하여 아름다운 성당을 만들고, 내적으로는 미사 강론 중에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요, ‘구원에 초대받은 사람들’임을 강조하면서 신자들이 영적인 위로를 받고 기쁨을 체험토록 했습니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성당에 와서 학교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고, 차도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볼링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 활동도 함께 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첫영성체와 여름신앙학교, 복사학교 등의 본당 행사를 전 신자와 공유하여, 모두가 ‘하느님 백성, 한 가족’임을 느끼게 노력하였습니다. 그 열매로 본당공동체가 활기를 되찾고 신자 수 또한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가정이 작은 교회로서 신앙을 잘 이어가고 우리 교회도 가족공동체가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절망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 곁에 ‘충실한 주님의 일꾼들’이 있기에 희망을 체득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질 한 해, 신앙의 기쁨으로 희망을 엮는 복된 시간이길 소망하며, 교구민 모두에게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 평화가 늘 함께’ 머물기를 바라고 믿습니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로마 8,24ㄱ)
2024년 12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옥 현 진 시몬 대주교
2025~2026 사목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기치로 삼고, 교회 사명의 여러 측면들을 재조명하며 쇄신하는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그 첫 단계인 말씀의 해를 통해서 하느님 말씀을 여정의 길잡이로 받은 우리는, 친교의 해를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를 살고 증거하는 사명을 실천하려 노력했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신 그리스도의 영에 의지하며, 교회적 친교를 실현하려 애쓴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두 해를 전례의 해로 지냅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개인의 내면을 성찰하고 정신을 고양하는 일을 넘어서, 무엇보다 살아계신 그분과 만나는 것이요, 그분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교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 10항, 12항 참조) 이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귀중한 자리가 전례입니다. 성찬례와 모든 성사 안에서 주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그분 파스카 신비의 권능이 우리에게 이르게 됩니다. 모든 이를 사랑하시고 초대하시는 하느님께서 전례를 통해서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고, 말씀과 성사적 표징들을 통해서 강생하신 성자의 신비에 참여하게 하시며, 성령의 이끄심과 보호하심을 깨닫게 하십니다. 전례의 이러한 작용들은 먼저 우리를 고독과 고립으로부터 해방시킵니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세대, 성별, 계층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불통과 단절의 현상이 뚜렷한 오늘날입니다. 관심과 간섭, 독립과 고립을 혼동하다가 외롭게 사는 이들이 늘어갑니다. 그런 가운데 주일마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에서 특별한 순간마다, 삶의 다른 모든 시기마다 함께 모여 주님을 만나는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이렇듯 전례는 인간을 홀로 세상에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피조물과 함께, 형제자매들과 함께 충만한 관계를 맺는 열린 인간으로’(나는 간절히 바랐다, 33항) 알아보게 합니다. 또한 전례는 당장 눈앞에 놓인 것에만 매여 ‘그 이상의 것’, ‘더 깊은 차원’에 둔감한 우리 정신을 일깨웁니다. 전례의 상징들은 삼위일체 신비의 헤아릴 수 없는 깊이로 우리를 이끌어주고 성령 안에서 서로를 만나게 하며, 세상 사물들을 존중하고 감사하는 눈길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해와 달아 주님을 찬미하라”(시편 148)는 아름다운 찬미가처럼, 전례를 통해서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도록 불렸음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충실히 지키는 우리 역할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면을 특별히 유의하여 전례의 이 풍성한 은총을 배우고 체험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첫째, 모든 이가 저마다 자신의 특별한 소명에 따라 파스카 신비의 진리에 봉사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교회에서 어떤 직분을 맡고 있든, 신앙 교육의 정도가 어떻든, 세례받은 이는 모두 능동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주체입니다.(『복음의 기쁨』, 120항 참조) 그러므로 전 세계 교회가 걷고 있는 ‘함께 가는 길’, 곧 시노드의 여정에 따라 본당과 교구의 전례위원회를 중심으로 더 많은 대화와 참여의 기회를 가집시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아름답고 거룩한 전례를 체험하고 기쁘게 거행하는 방법들을 함께 찾아봅시다. 둘째, 전례 쇄신을 위한 모든 노력은 전례의 본질과 성령의 활동 아래 있어야 합니다. 예식의 외적인 형식에만 갇히거나, 예식 규정을 세심하게 준수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랑에 불타오르는 예수님의 마음과 모든 신자의 마음(나는 간절히 바랐다, 57항 참조)이 맞닿을 수 있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파스카 만찬에 함께 초대받았습니다. 그리스도 전례 거행의 진리에 담긴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저마다 받은 특별한 소명에 따라 파스카 신비의 진리에 봉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전례의 해 여정을 함께 걸어갑시다. 그리하여 고독과 단절의 어둠 속에 있는 모든 이들을 전례와 성사의 은총 안에 사는 ‘기쁨과 희망’의 공동체로 초대합시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24년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 교구장 사목교서는 2025년에 이어 2026년까지 적용됩니다.
2025~2028 사목교서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가지시고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교회는 주님과 함께 주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지상의 하느님 나라입니다.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교회공동체 안에서 구원의 기쁨을 나누며 하느님 나라를 닮은 형제적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갑니다. 그래서 사제들의 사목 계획은 교회공동체 안에서 모든 신자들이 사제와 함께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고 형제적 사랑을 살아가는 데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교회공동체는 본질적으로 복음 선포 공동체입니다. 복음 선포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사명이면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것은 우리의 자발적인 소명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복음 선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사도 20,24)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2028년은 대전교구 설립 80주년이 되는 해이고, 그 한 해 전 2027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청년대회가 열립니다. 이 둘 모두 우리에게 은혜로운 시간과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교구 사제들과 형제자매들이 함께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교구 공동체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의 영성생활이 한 걸음 더 성숙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2025년부터 2028년까지를 하나의 시기로 보고 교구민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1. 주일학교 청소년 청년 사목 매주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계획된 교리를 가르치는 주일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교리교육은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강의식 교리교육으로 일관된 주일학교 운영은 지금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 명 많아야 두 명의 아이가 한 가정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환경에서, 친구 아이들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 시대입니다. 주일학교 12년을 다니면서 본당 신부님과의 1:1 만남이 전혀 없거나, 본당 신부님의 교리를 한 번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리 시간을 통한 본당 신부님과의 만남 혹은 짧더라도 신부님과의 1:1 만남과 대화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 최근 아이들이 여러 기회에 보여준 반응입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은 사제성소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신학교 입학 면담을 할 경우, 학생들의 70-80%가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사제성소를 처음 느꼈다고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강의식 교리는 1년에 10번 정도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구세사적 흐름(창조, 이집트 탈출, 유배, 유배에서 돌아온 유다인들, 예수님의 탄생, 예수님의 주요 가르침,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성사(특히 성체성사와 고해성사, 성품성사), 기도생활, 한국 교회사(초기 역사와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 등), 교회의 몇 성인들 등을 학년 별로 필요한 주제들을 중복하여 배치하면 계획을 잘 세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기도를 몸에 익히도록 도와주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당이라는 공간이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이 교리 시간 이외에도 언제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인격적인 만남과 우정을 쌓아가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노력합시다. 한두 명의 자녀로 자랄 경우 이런 기회는 아이들이 건강한 인성을 기르는 데에도 매우 유익하다고 할 수 있고, 신앙적인 바탕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간적인 여건이 되는 몇 본당에서 이런 시도를 하여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앞으로 청소년국에서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들을 사목에 적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방법을 연구하여 신부님들께 제안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본당에서 좋은 효과를 내는 사례들을 모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성당이 아이들을 위해 어떤 공간이 되어 주면 좋겠는지 학부모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적당한 직장을 갖는 것은 물론 내 집 마련의 여건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이는 출산율 저하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교회가 이런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조건을 주님 안에서 신앙적으로 잘 인내하며 가도록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청년들도 본당 신부님과의 1:1 만남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의 고단함을 하느님과 함께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영적 돌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본당 신부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신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은혜로운 시간이 됩니다. 2027년 세계 청년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청년들이 함께하며, 국내외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힘을 얻고 신앙적인 위로를 받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본당에서 신부님과 신자들이 이 점에서 함께 협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평신도 지속양성 교구에서는 사제 지속양성과 더불어 평신도 지속양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구 평신도지속양성위원회의 논의와 연구를 신부님들에게 제안하겠습니다. 저는 2025년에서 2028년까지 특히 신자들의 성경공부에 대하여 제안을 드립니다. 최근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씩 성경을 필사한 신자들에게 축복장을 드리는데, 매번 10명에서 20명 정도의 신자들에게 축복장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자들이 말씀에 큰 관심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더욱 깊이 알고자 하는 신자들의 열망이 크다는 것은 이미 교구 시노드 과정을 통해서도 분명히 인식되었습니다. 성사와 기도와 더불어 말씀은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구 설정 80주년을 맞는 2028년까지 모든 본당에서 신자들과 복음서 가운데 한 권, 바오로 사도 서간 가운데 한 권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를 제안합니다. 마태오 복음서나 루카 복음서 중 한 권 그리고 로마서나 코린토 전서 가운데 한 권을 추천합니다. 이를 위해 말씀사목부에서 신부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책자를 마련하여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사목부에서는 교구 설정 80주년이 지난 후에도 신자들이 본당에서 꾸준하게 말씀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봉사자 양성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본당 규모에 따라 적어도 1-5명 정도의 봉사자를 양성하여 활용한다면, 본당의 영적 분위기도 성숙되고 신부님들의 사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사회복음화와 사회복지 교회의 사회복음화 활동은 몇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무분별한 개발, 인명이 존중되지 않는 정책 시행 혹은 정치사회적 비리 등에 대한 복음적 비판과 그에 따른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생태계 문제와 같이 전 세계와 더불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복음적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생태계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교회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도 생태계 문제에 대한 교육과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통한 재생에너지 운동을 펼쳐왔고, 여러 본당에서 참여하여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이외에도 물자 소비 절약 등 생태계 복원과 관련하여 힘써 주시는 신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당신을 닮은 우리 인간에게 세상을 맡기셨습니다. 이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조물이 허무의 지배 아래 든 것은 자의가 아니라 그렇게 하신 분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피조물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로마 8,19-21) 사도의 이 말씀을 들으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되었듯이, 세상 피조물들은 인간의 손을 통해 구원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느껴져 생태계를 위한 우리의 활동이 더욱 책임감 있게 다가옵니다. 사회복음화 활동의 또 하나 중요한 분야가 한끼100원나눔운동을 포함하여 본당에서 힘써 주고 계시는 가난한 이웃을 위한 카리타스 활동입니다. 사회복지국에서는 본당에 ‘카리타스 곳간’이라 불릴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신자들이 언제든 적은 먹거리라도 이곳에 모아 이웃과 나누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2022년도에 3천 명의 고독사가 있었음을 생각할 때, 본당 구역 내의 노약자들의 상황을 자주 확인하는 일종의 네트워크와 같은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대하여 사회복지국에서 신부님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해 드릴 것입니다. 4. 소공동체 사목과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 신부님들이 본당 사목을 맡게 되면 신부님의 달란트로 본당공동체가 많은 영적 유익을 누리게 됩니다. 여기에 본당 사제가 바뀌더라도 지속되고 더 성숙하고 발전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교리교사 양성이나 말씀 봉사자 양성 그리고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소공동체 사목 등이 그렇습니다. 소공동체 사목은 신자들이 말씀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보편 사제직을 살아가면서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도록 돕기 위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교구에서는 본당 신부님을 도와 일관성 있게 소공동체 운영을 할 수 있는 촉진팀 양성을 하고 있고, 이미 여러 본당에서 신자들을 선발하여 파견해 주셔서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과 연수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1기 촉진팀 봉사자 양성과 파견이 이루어졌고 계속 진행 중입니다. 신부님들께서 신앙공동체의 복음적인 성숙을 위해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에 관심을 가지시고, 계속되는 양성 교육에 봉사할 신자들을 선발하여 파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또한 평신도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5.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 우리 교구는 2015년 12월 8일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에 대전교구 시노드 개최를 선포하고, 약 3년 반 정도의 시노드 여정을 거쳐 2019년 4월 27일 시노드 폐막미사를 거행했습니다. 그리고 시노드 여정에서 모아진 의견들을 실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 마련입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시안을 나누어 드리고 시행하였고 사목평의회에서 계속 논의를 하여 수정, 보완을 거쳐 이제 완결된 회칙을 배포해 드립니다. 물론 이 회칙이 완벽할 수도 없고, 본당 사정에 따라 회칙에 제시된 그대로 본당 구조를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사목평의회의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고민하면서 논의를 거쳐 작성된 것이기에, 사제들과 사목평의회 위원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읽는 것입니다. 이 회칙 안에는 사목평의회의 시노드적 운영을 위한 약간의 새로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번 기회에 신부님들께서 사목평의회 위원들과 정독하는 기회를 갖고, 사목구 운영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 사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칙 뒷부분의 ‘일러두기’를 참조하시면 본당 사정에 맞추어 적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6. 사제의 직무 수행과 영성 생활 먼저 사제성소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제 부족 현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역시 몇 해 전부터 사제성소의 위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큰 어려움을 겪는 교회를 조금이라도 도울 만큼의 여력은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한국교회가 선교사 파견에 더 힘써 줄 것을 여러 차례 말씀하셨고, 저도 최근 국내외 여러 교구에서 선교사제 파견을 요청받았습니다. 신부님들께서 본당 임기 동안 반드시 적어도 한 명의 예비신학생을 발굴한다는 마음으로 성소자를 찾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대부분의 예비신학생들이 어릴 때 함께해 주시던 본당 신부님의 모습을 보고 사제성소를 느꼈다고 합니다. 교회에 가장 근본이 되는 생명력은 성사 은총입니다. 사제들이 먼저 성사 은총의 수혜자가 되고, 그 은총의 체험을 성사 집전을 통해 신자들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7성사 가운데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는 일상 안에서 항상 주어지는, 마치 음식과 같은 은총의 성사입니다. 고해성사에 대한 간단한 팜플렛을 신자들에게 나누어드렸습니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고해성사의 뜻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은총에 자주 참여하도록 권고하는 의미에서 준비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는 정점에 이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도록 미리 성사로 정해주셨으니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저는 특별히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제의 강론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강론은 사제에게 항상 어렵고 거룩한 숙제입니다. 사제는 강론을 준비하면서 이미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강론 안에서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 창조하시고 위로하시고 생명을 살리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교리교육이나 인문학적인 유익한 내용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되도록 사제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새 영세자들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세례 받은 신자들이 세속 일에 쫓기다 보면 신앙생활이 성숙되고 습관화되기 전에 쉽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부모님들께서 본당 신부님과 협력하여 세례를 받고 2년 정도 지나기 전 견진성사 때까지 새 영세자의 미사 참례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운영’이라는 개념이 이제 상당히 보편화되었습니다. 지난 교구 시노드를 진행하면서 초기에 신자들이 신부님들과 한 자리에서 교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다가, 시간이 가면서 그런 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당 한마당’을 하면서 신부님 몇 분이 이런 자리를 가끔 가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것도 기억합니다. 신부님들께서 사목을 하시면서 신자들과의 소통 시간을 가져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당 5년 임기 가운데 2번 정도, 임기 시작 1년 지난 후 두 번째 해 전반기 그리고 4년째 되는 해 전반기 정도면 신부님의 사목에 좋은 참고가 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자들과의 이 만남을 이번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에서 ‘본당 사목 총회’로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교구 시노드 당시에 행했던 ‘본당 한마당’ 자료를 정리하여 신부님들께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제공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지구 사제 회합이 사목 계획 및 실천의 공유와 협의의 자리가 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제들 사이에 사목 계획과 실천을 공유하는 것은 사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제들 간의 형제애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사목교서를 바탕으로 세운 사목 계획을 공유하고, 사순 시기, 대림 시기 신자 교육(양성)의 계획을 공유하면서 필요에 따라 함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사제는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독신 생활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교회의 발전과 하느님 백성의 영적 성장을 위하여 살아갑니다. 사제는 세상 안에서 살면서 세상의 많은 유혹과 거리를 두고 복음적 가난을 살아갑니다. 신자 여러분들에게 사제들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일상의 변화가 참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목교서는 2028년 교구 설정 80주년을 바라보면서 작성했습니다. 그 지향은 하느님 백성인 우리 모두의 영적 생활 그리고 사제들의 직무 수행에서 신자들과의 소통하는 방식 등 비록 작아 보일지라도 일상적인 변화를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성령의 이끄심과 성모님의 도움을 청합니다.
2024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2024년 사목교서
2020년부터 코로나 사태로 신앙생활이 순탄치 못했습니다. 한때는 미사가 중단되었고 참석도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활기찬 신앙생활이 가능해졌고 복음 선포의 길도 열려 있습니다. 조금씩 믿음의 기쁨을 체험해야겠습니다. 신앙생활이 기뻐야 확신에 찬 선교가 가능해집니다.
믿음의 핵심은 하느님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에서 답을 주셨습니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입니다. 모든 아버지는 자녀가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미사 참여와 전례 생활을 통해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자주 만나야겠습니다. 신앙생활에 변화가 오면 삶에도 변화가 오기 마련입니다. 기쁨의 신앙생활을 위해 성체성사를 가까이하길 권합니다. 정성껏 성체를 모시면 그만큼 예수님의 살아있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남기신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54) 가끔 이 말씀을 기억하며 성체를 모셨으면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미사가 중단되었을 땐 성체를 모실 수 없었습니다. 그때 성체조배를 통해 삶의 힘을 얻은 경험이 있습니다. 성체조배는 어렵지 않습니다.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말없이 감실 앞에 앉아 있기만 해도 됩니다. 그러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예수님께 하면 됩니다. 마음이 어두워질 때 성체조배를 통해 살아계신 예수님 말씀을 느끼도록 합시다. 깊은 신앙생활을 원한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 더 자주 성체조배를 하시기 바랍니다. 하루 15분의 성체조배는 신앙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일으키게 합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알려주시는 책입니다. 교회 가르침은 모두 성경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다양한 모임과 활동을 하면서 성경을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성경을 통해서도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하루 10분이라도 그분 부르심의 응답으로 성경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삶에 필요했던 지혜를 어느 날 발견하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금년에도 성경을 가까이 두고 읽으며 때로는 필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인생은 순례길입니다. 누구나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일에 매달리다 보면 천상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집니다. 세상이 전부라 여기기 시작하며 보이던 것마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어떤 영적인 말도 들리지 않고 신앙생활이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예수님 말씀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영성 생활은 내 인생과 연관된 주님의 뜻을 찾는 행위입니다. 하루를 지내면서도 숱한 사람을 만나고 숱한 사건을 겪습니다. 그 모두가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힘이 사건과 만남을 주관했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도와 성체조배를 통해 가끔은 묵상해야 합니다. 사건과 만남 속에 담겨진 주님의 뜻을 깨닫게 되면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은 유익한 쪽으로 인도하셨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어떤 처지에서든 감사하라 하셨습니다. 주님의 이끄심을 알게 되면 말씀의 의미 역시 깨닫게 됩니다. 진정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많이 소유했다고 그만큼 기쁜 것은 아닙니다. 기쁨은 소유에 있지 않고 만족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만 깨달아도 그날부터 행복은 시작됩니다. 낡은 가치관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물질과 소유를 최고라 외치며 젊음과 아름다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많은 정보 역시 쾌락 제일주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깨어 있는 신앙인이 요구됩니다.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즉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아야겠습니다.(루카 12,36) 교우님들 가정에 주님께서 베푸시는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진정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 <실천 사항> 1. 주일과 의무 대축일에 꼭 미사 참례를 합시다. 2. 매주 1회 평일미사에 참례하며 영성체를 합시다. 3. 개인 혹은 가족 단위로 자주 성체조배를 합시다. 4. 성지순례와 공소방문을 자주 합시다. 5. 본당 사도직단체에 가입하여 함께 기도하며 활동합시다. 6. 청소년시설과 복지시설에 도움을 줍시다.
2025년을 준비하는 대림 첫 주일에
교구장 서리 신은근 바오로 신부
2025년 부산교구 사목지침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2024년 ‘환대와 경청의 해’를 보내면서 청소년과 청년 사목에 대하여 많이 고민하였고, 각 본당에서도 다방면으로 젊은이를 초대하고 환대하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고하신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 모든 교우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들 공감하시듯이 청소년과 청년 사목은 단기간에 끝낼 수도, 짧은 시간 안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없습니다. 젊은이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하고,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복음화의 주인공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늘 기도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사목에 있어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관심’은 곧 ‘우리 교회의 미래’라는 것에는 모든 분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청소년·청년의 해’의 두 번째인 ‘배움과 체험의 해’입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다가가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성경 말씀을 풀이하시고 빵을 떼어 나눠주시면서 당신이 다시 살아나셨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그들은 곧바로 다른 제자들을 찾아갑니다. 이 부분을 모티브로 2025년 ‘배움과 체험의 해’는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살아계심을 알고, 특히 말씀과 기도와 전례 안에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배우고 체험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신앙인인 우리는 ‘배움과 체험’의 범위를 더 넓혀 하느님을 알고 만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주제인 ‘배움과 체험’은 지식의 차원을 넘어, 하느님을 통하여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임을 깨닫고, 주님을 우리 구세주요 인도자로 믿으며 사는 지혜의 차원까지 확대됩니다. 또한 그 지혜를 찾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잠언 3,13 참조)이고, 모든 것을 다 팔아 보물과 진주를 사는 현명하고 기쁨 가득한 사람(마태 13,44-46 참조)입니다. 배움과 체험을 통해 일상의 삶과 더불어 영적인 삶도 내 것으로 만들고, 세상 또한 하느님께 속해 있으며 우리의 모든 활동이 주님 은총 안에서 이루어짐을 깨닫는 한 해이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미사, 성시간, 성체조배, 말씀 나눔, 시간 전례, 찬양, 성지 방문, 피정 등은 우리 신앙의 기초이자 하느님을 체험하고 믿음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바쁘고 어렵다하여 신앙의 기초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흔들리는 기초 위에는 아무것도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초심(初心)을 지키고, 이 신앙의 기초 위에 우리 믿음을 굳게 세워야겠습니다. 한편 3년의 계획에 맞춰, 올해는 각 지구별로 또는 타 본당과 연계하여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 삶과 신앙을 나누고, 각자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알고 체험하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무엇을 배우고 체험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듯이 청소년과 청년 시절에 경험하는 공동 신앙 체험은 좋은 밑거름이 되어 신앙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하느님께 한발 더 나아가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2025년 ‘배움과 체험의 해’를 선포하며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각 지구별로 ‘젊은이의 날’을 계획해 봅시다. 각 지구별로 올해 ‘젊은이의 날’을 계획하고 시행할 수 있기를 제안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과 ‘나, 너, 우리’라는 더 넓은 신앙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탈출기에 이스라엘이 아말렉족과 싸울 때, 모세가 두 팔을 들고 기도하였습니다. 두 팔을 올리면 이스라엘이, 힘이 들어 두 팔을 내리면 아말렉족이 이겼습니다. 이것을 본 아론과 후르는 모세를 돌에 앉히고 옆에서 두 팔을 떠받쳤고, 그 팔이 쳐지지 않아 이스라엘이 이겼다고 전해집니다.(탈출 17,8-12 참조) 이 모습은 공동체와 공동 기도를 연상케 합니다. 한 사람의 기도와 힘은 약하지만 함께 모이면 그 기도와 힘은 강하고 주님께서도 그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각 지구별 ‘젊은이의 날’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이 신앙 공동체와 공동체에 내려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깊이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의 상속자입니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인 것입니다.”(로마 8,17)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젊은이들도 하느님 은총의 공동 상속자요 신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함께 하기를 희망합니다. 2. 타 본당, 수도회와 동반합시다. 주변에 있는 타 본당과 협력하여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공유해 봅시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한 본당의 젊은이는 작을 수 있으나 서로 모이면 큰 바다를 이룰 것입니다. 본당의 울타리와 경계를 열어 서로의 믿음을 나누고,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합시다. 본당 간 협력은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고 만남의 장(場)이 되어 젊은이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본당 간 협력이 주변 수도회와도 연결되어 우리의 신앙과 만남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대합니다. 3. ‘공동의 집 살리기’로 하느님을 배우고 체험합시다. 공동의 집인 지구 살리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하느님 창조의 신비에 동참하는 것이며, 하느님을 배우고 체험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하느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 하나하나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신앙 여정임을 기억하고, 그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갑시다. 그리고 기후와 환경 재난으로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어려운 이들을 기억하고, 취약한 사람들과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기도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부활하여 살아계신 주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아갑시다. 하느님을 알고 체험한 사람은 그 발걸음에 힘이 있고 믿음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또 우리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한 형제자매이며, 하늘나라의 공동 상속자입니다. 타 본당과의 협력과 각 지구별 모임을 통해 많은 교우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 기쁨의 소식을 나누고 신앙 공동체 안에서 복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교구민 모두에게 주님의 사랑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중점사항> 1. 각 지구별 ‘젊은이의 날’ 계획하기 2. 타 본당, 수도회와 동반하기 3. 기초 신앙 다지기 4. 순교자 정신 잇기 5. 부모 교육과 역할의 중요성 알기 6. 이주·다문화 가정과 장애 청소년, 청년에게 관심 가지기 7. ‘공동의 집 살리기’에 동참하기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 삼 석 요셉주교
2024년 ~ 2026년 교구장 사목교서
Ⅰ. 들어가는 말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우리는 수년간에 걸친 코로나 감염병 위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점 위에 서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교회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자 지난 사목교서에서는 ‘일상중심의 신앙실천’과 ‘자기주도적 신앙실천’을 제안하였고, 교구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교구는 길었던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예전의 상태를 회복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교구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 시련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난 2023년은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는 해였습니다. 이 뜻깊은 해를 맞아 우리 교구는 오늘의 복음화 현실을 새롭게 진단하고, 이에 부합하여 교구의 선교 사명을 새롭게 하려는 의도로 지난 2018년 개편된 대리구 제도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새로운 대리구 제도와 교구 편제가 시행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비대해진 교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친교와 소통을 바탕으로 전 교구민이 능동적으로 교회의 선교 복음화 사명에 참여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제도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대리구 제도에 담긴 ‘통합사목’이 현재 보편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 쇄신의 노력과 일맥상통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통합사목은 교회 내 모든 구성원의 ‘유기적 협력’을 그 원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하여 통합사목을 기반으로 지구 중심 사목과 연합 사목이 상호 연속성을 가지고 교구 사목정책의 큰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역량을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는 향후 3년간 우리 수원교구의 모든 구성원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을 이룬 지체로서 교회의 선교 사명에 각별한 관심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시노드 정신에서 영감을 얻는 통합사목을 향해 중점적으로 노력해야 할 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Ⅱ. 통합사목을 위한 기본원리 -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보편교회는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를 시작하면서, 특별히 미래를 향한 우리의 비전이 시노드적인 교회에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시노드적 교회란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으며 구성원 전체(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친교로 드러내는 교회를 의미합니다. 친교, 참여, 사명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추구하는 중심 가치입니다. 시노달리타스의 기초는 세례받은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1코린 12,27 참조)부여받은 공통된 품위와 사명과 은사를 인정하고 동행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에서 시노드의 여정 중에 함께 걸어가야 하는 동반자로서 동반자적 인식과 믿음의 부족이 경청의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며 서로에게 경청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지를 묻게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근본적으로 동등한 품위를 지니며, 형제적 친교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선포하는 사명을 함께 수행합니다. 이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평신도가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진리에 봉사하는 데에서 모두가 능동적이며 책임 있는 주체임을 의미합니다. 물론 교회의 모든 활동에서 ‘주인’은 교회를 살게 하시고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고백하게 하시고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시는 ‘성령’이시며, 우리는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주체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성령의 활동에 참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령께서 이끄시는 여정을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 서로 신뢰하고 경청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혐오와 배제의 유혹을 넘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 안에서 일치할 수 있도록 인내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부족한 것이 있을 때, 많은 것을 가진 쪽에서 부족한 쪽을 채운다면 함께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통합사목의 기본 취지가 시노달리타스에 담긴 교회 쇄신의 의지와 같은 원의(願意)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울러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정신이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대리구 제도와 교구 편제 개정에 담겨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신에서 교구 내 모든 구성원은 공통된 품위와 사명 안에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동반하며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보완하고, 함께 교회 사명에 참여하며 살아가려는 상보상생(相補相生)의 길을 가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통합사목의 구체적 실천 원리인 지구 중심 사목과 연합 사목이 공간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야 함을, ‘우리 반에서는’ ‘우리 구역끼리’ ‘우리 본당에서만’이라는 생각을 넘어서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여정을 위해 우선 수원교구 내 모든 공동체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에 앞서 성령의 뜻을 청하고 듣는 기도 시간을 가지고 회의에 임해야 합니다. 교회공동체의 결정이 곧 성령의 뜻을 따르는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사안에 맞는 기도를 선정하고, 교회 구성원들이 같은 지향으로 지속적으로 기도하며, 미사를 통해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공동체가 ‘인식하기-해석하기-선택하기’라는 성령의 활동을 식별하기 위한 과정(「복음의 기쁨」 제51항)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인식하기’란, 구체적인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공동체의 성장지표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해석하기’란, 영적 체질개선을 위해 공동체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선택하기’란, 성령의 활동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통합사목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성장지표는 말씀의 증거생활(μαρτυρία), 축제적인 전례거행(λειτουργία), 이웃섬김(διακονία), 친교생활(κοινωνία)입니다. 친교생활은 앞선 세 가지 지표가 어느 한쪽으로 편중됨 없이 서로 고르게 연동하여 상보상생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앞으로 3년간 1년 단위로 교구 구성원 모두가 친교생활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1. 2024년에는 친교를 위해 일상 속 말씀의 증거생활에(말씀 중심의 일상생활) 2. 2025년에는 친교를 위해 축제적인 전례거행에(전례 중심의 일상생활) 3. 2026년에는 친교를 위해 이웃섬김에(애덕 실천 중심의 일상생활) 집중하기 Ⅲ. 통합사목의 실천 원리 - 영적 체질개선 통합사목은 영적 체질개선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통합사목의 실천 원리인 영적 체질개선을 위해 지금 우리 공동체에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공동체의 고른 성장을 목표로 삼는 통합사목은 그 실행과정에서 유기적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성장 조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내부에 여전히 결핍되고 막힌 부분이 있거나 그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균형 잡힌 단계로 진입하지 못한 채 기존의 편중된, 곧 지금 잘되고 있는 사목에만 집중하는 일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전체적으로 ‘발육 부진’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 돌봄의 대상이 누구이고 결핍된 요소는 무엇인지(최소치 사목), 나아가 공동체의 고유한 영적 자산을 발굴하고, 유능한 부분을 살릴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 식별할 필요가 있습니다(최대치 사목). 이어서 구성원의 합의와 상호 협력으로 이끄는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구가 결연한 의지로 실천에 옮기려는 통합사목은 한마디로 교회 쇄신 차원에서 신앙의 수많은 유기적 지체들, 예를 들어 소공동체, 본당, 지구, 대리구, 교구로 이루어진 공동체 자신이 결핍된 요소를 스스로 돌보고 성장시킴으로써 공동체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영적 체질개선입니다.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토양을 우리는 복음의 기쁨에서 찾아야 합니다. 복음과 신앙의 핵심은 언제나 기쁨입니다. 말 그대로 복음은 ‘기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하며 맛본 기쁨의 체험은 신앙인 자신을 내적으로 성장하게 하고, 다른 이들과 그 기쁨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복음을 선포하도록 우리를 다그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2코린 5,14 참조). 진정한 기쁨은 다른 이들과 세상으로 확장되면서 더 깊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기쁨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겠습니까? 복음화라는 사명의 수행은 강요나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대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 14항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 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 저는 수원교구를 이루고 있는 교회의 모든 지체가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앞으로 3년간 다음과 같은 사항을 실천할 것을 제안합니다. 1. 2024년에는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최소치 사목 진단하기 2. 2025년에는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계획 수립하기 3. 2026년에는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계획 실천하기 IV. 통합사목의 주요 대상 - 생태적 회개 통합사목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생태’입니다. 통합사목 차원에서 우리는 모두 생태적 회개로 초대되고 있습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함으로써 인류에게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나아가 교황님께서는 현재의 “생산방식과 소비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들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종말이라는 말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함을 경고하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성장 중심의 가치관을 버리고 생명 중심의 삶으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성장 담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 태초부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세상의 온갖 것을 다스리도록 부여해 주신 창조질서 보전에 관한 바른 의미를(창세 1,25-26 참조)되새기는 가운데 생태적 회개를 이루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이들과, 가난한 이들같이 공동체에서 외면당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십니다. 기후와 환경의 위기로 가장 먼저 피해를 받고 고통을 당하게 될 사람들은 바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우리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후 위기에 맞서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일은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려는 마음에 동참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21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하며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탄소중립 선포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이 여정에 발맞춰, 생태적 회개를 위해 앞으로 3년간 우리 교구 구성원들이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기도하며, 본당과 각 기관 그리고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일을 실천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1. 2024년에는 우리 가정, 교회공동체, 사회의 생태 의식의 현주소 진단하기 2. 2025년에는 생태적 회개를 위한 계획 수립하기 3. 2026년에는 생태적 회개를 통한 구체적 실천에 임하기 Ⅴ. 통합사목의 주요 대상 - 청소년 우리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에 참여하는 한국 교회가 대륙별 회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제출한 ‘종합 의견서’에서 이 시대의 청소년들 역시 가난하고 힘없는 여정의 동반자들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 교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목정책의 기본틀이 되는 통합사목의 대상에서 청소년들이 그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신앙생활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감소하는 현상을 겪으며 교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요구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청소년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로써 그들에게 필요한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교회가 지난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과 그 결실인 교황님의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교회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사목 대상이 아니라 복음선포의 주역임을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그들의 방법으로 복음을 살고 선포하는 주역이 되도록 교회는 그들을 응원하고 동반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3년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청년대회 파견 미사에서, 4년 뒤인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아시아, 곧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고 발표하셨습니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톨릭 신앙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서쪽 끝에서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보편된 신앙임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나 홀로 이 신앙을 지키고 살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동행하는 이들이 전 세계에 있음을 체험하는 일은 청소년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이번 제38차 세계청년대회는 분명 통합사목을 기조로 청소년들을 향한 사목에 정진하려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기회입니다.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시간 안에서 청소년들을 향한 우리의 관심에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청소년 사목의 실천적인 방향을 제안합니다. 1. 2024년 믿음의 순례자인 청소년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2. 2025년 희망의 순례자인 청소년들의 걸음에 동행하기 3. 2026년 사랑의 순례자인 청소년들 각자의 성소 식별을 통한 사랑의 여정에 함께하기 Ⅵ. 나오는 말 우리 앞에는 교회 내의 많은 문제와 예상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이겨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인내로써 경청하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식별하는 일에서 통합사목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 사는 기쁨과 매력을 전하려는 노력은 통합사목의 실천 원리인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토양이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기쁨을 깊이 체험하기를 바라며 성령께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요한 14,26 참조). 저는 사목교서를 마치며 교구민 모두에게 우리 교구의 복음화를 위하여 자비로우신 주님께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기를, 그리고 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시길 당부드립니다. 교구 복음화를 위한 기도 ○ 만민의 임금이신 주님, 죽음으로 진리를 증언한 선조들을 통하여 이 땅에 구원의 빛을 밝혀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 교구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오니 저희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내로써 경청하고,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 식별하면서 동행하게 하소서. 또한 통합사목을 통해서 청소년 신앙과 생태적 회심을 실현하는 교구가 되게 하소서. ◎ 이제 저희도 선조들의 믿음을 본받아 힘차게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 되어 온 민족의 복음화를 이루게 하소서. 또한,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인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아멘. ○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3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생명의 밥상을 차립시다!"
[은총의해]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사제 여러분! 우리는 희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5년을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주제로 희년을 선포하였습니다. 한편 1965년 3월 22일에 설립된 우리 원주교구는 올해 60주년을 맞이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동안 우리에게 베푸신 많고 큰 은총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은총”이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은총을 받았다.”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합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등등. 자주 사용되는 이 용어는 교회 용어로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여러 히브리어 단어를 통하여 하느님의 “호의”, “성실성”, “정의”, “불쌍히 여기심” 등으로 은총을 표현합니다. 예를 들면, “주님께서는 요셉과 함께 계시면서 그에게 자애(호의)를 베푸시어, 전옥의 눈에 들게 해 주셨다.”(창세 39,21), “나리께서는 이제껏 저에게 하신 것처럼 큰 은혜를 베푸시어(성실하심으로) 저의 목숨을 살려주셨습니다.”(창세 19,19), “나는 동정심(불쌍히 여기심)을 가지고 돌아왔다.”(즈카 1,16), “보라, 임금이 정의로 통치하고 제후들이 공정으로 다스리리라.”(이사 32,1) 신약성경도 은총을 뜻하는 그리스어 Χαριs(karis)는 그 동사 χαιρομαι: kairomai가 ‘기뻐하다’로 번역됩니다. 따라서 Χαριs는 기쁨을 주는 상태, 매력, 호의, 공감, 친절, 선물 혹은 감사, 선한 기쁨, 선의와 상통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Χαριs)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Χαριs)를 받았다.”(루카 1,30) 그러므로 “은총”이란 하느님께서 인간의 어떤 업적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무조건적으로, 거저 베풀어 주시는 특별한 은혜와 사랑을 의미합니다. 우리 원주교구는 지난 60년간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장했습니다. 원주교구 역사는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과 더불어 시작되었습니다. 지 주교님은 아주 작은 규모로 교구의 기틀을 마련하셨습니다. 본당 13개, 신자 13,390명, 사제 20명(방인 사제 9명, 골롬바노회 사제 11명)으로 시작하셨습니다. 오늘날 본당 54개, 신자 80,894명, 사제 123명으로 성장했습니다.(2023년 통계) 그동안 많은 사제들이 배출되었습니다. 많은 성당들이 건축되었습니다. 많은 교우들이 성사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고, 혼인을 축복받았으며, 거룩한 미사를 통하여 주님의 성체로 영적 삶을 살아왔습니다. 우리 교구 공동체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풍성하게 내렸습니다. 첫째, 우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테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님은 ‘무(無)’에서 ‘유(有)’가 되는 것은 커다란 기적의 하나라 했습니다. 분명 우리는 100여 년 전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큰 은총입니다. 둘째, 우리는 인간입니다. 불교에서도 후생에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전생에 커다란 선업(善業)을 쌓아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대단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앙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성자께서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사람이 되셨음을 고백합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하느님의 육화(肉化)라고도 말하는 하느님의 강생(降生)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실 만큼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은총입니다. 셋째, 우리가 그리스도 신앙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일은 하느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말할 수 없는 혜택입니다. 어느 시인이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알고, 주변의 지인이 건넨 말을 이렇게 전합니다. “선생님은 믿음을 가졌으니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시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그는 속으로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고 하였습니다. “당신들이 몰라서 하는 말이지, 신앙이 얼마나 지랄 같은지!” 분명 믿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인의 말에는 ‘우리는 신앙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불안한지 모릅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처럼 신앙은 우리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덕목입니다. 더욱이 신앙은 세례를 통하여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상속자가 되게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상속자’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은총입니까?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의 삶 역시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의 삶은 희노애락(喜怒哀樂)으로 교차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상의 삶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라는 소설은 주인공 뉴욕 월가의 변호사 벤이 사람을 죽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괴로운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말미에 주인공의 회한이 담긴 독백을 남기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계곡을 바라다보며 내가 농담 같은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에 젖어 들곤 한다. 가끔 밤이면 게리의 지하실에서 사체를 절단하는 광경이 계속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 와인병을 손에 쥐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 주인공만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으로, 때로는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그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지나간 시절의 고통과 시련까지도 우리는 주님의 은총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왜 사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어디로 가는지? 깨우쳐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노래가 있습니다. 많은 교회에서 성가로 찬송가로 노래되고 있습니다.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입니다. 성공회 사제 존 뉴턴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여 만든 가사를 이미 존재하는 곡조에 맞추어 부르게 된 성가입니다. 불쌍한 죄인을 구원해 주신 것, 한때 눈멀었으나 볼 수 있게 된 것, 내 마음에 두려움을 거두어 주신 것, 많은 역경을 거쳐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것, 그리고 기쁨과 평화를 누리는 영원한 삶으로 이끌어 주시며, 영원토록 나의 주님이 되어 주시는 것을 ‘놀라운 은총’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교구설정 60주년을 맞이하여, 그리고 교황님이 선포한 희년을 맞이하여, 좋은 생각, 선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합시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놀라운 은총을 받은 것을 감사하며 우리도 이웃에게 사랑과 호의를 베풉시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합니다.
2024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조 규 만 바실리오 주교
2025년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 교서
+찬미 예수님!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고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좋으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마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지난 5월 2일 의정부 교구 제3대 교구장으로 착좌한 이래로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과 꾸준한 기도 덕분에 저의 임무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저와 우리 교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제가 부임한 후에 장기적인 사목 계획을 수립하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저는 그 요청에 기꺼이 응답하여 장기간 지속되는 교구의 사목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미사에서 주님을 만난 기쁨으로 서로 친교를 나누고 이웃에게 선교하며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사목 지침으로 7년간의 신앙 여정을 함께 걷고자 합니다. 아래에서는 이 사목 지침의 배경을 설명하겠습니다. 1. 구약의 하느님 백성은 이집트에서 해방되어 약속의 땅 가나안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광야를 걸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광야 여정에 함께 하시면서 당신 백성에게 힘과 희망이 되어 주셨습니다. 신약의 하느님 백성인 교회도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갑니다. 구원이 완성되는 하늘나라에 이르기까지 이 지상에서 순례 여정을 걷는 것입니다. 이 여정에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이 함께 하시면서 힘과 희망이 되어 주십니다. 그분은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동행을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교회는 이 약속이 실제로 실현되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쁘게 체험하지만, 특히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변하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이러한 현존을 매우 강렬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 1항) 가톨릭교회는 그 시작부터 성체성사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을 믿어왔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이를 재확인합니다.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곧 우리의 ‘파스카’이시며 살아 있는 빵이신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안에 계십니다.” (<사제 생활 교령> 5항)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 헌장> 11항)입니다. 2. 우리는 성체성사, 곧 미사에서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선 미사 중에 봉독되는 성경 말씀을 통해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 안에 현존하시어, 교회에서 성서를 읽을 때 당신 친히 말씀”(<전례 헌장> 7항)하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도하면서 그분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교회가 기도하고 찬양할 때,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신 바로 그분께서 현존”(<전례 헌장> 7항)하시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교회 공적 신앙 고백인 ‘사도 신경’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어떤 분인지를 올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체를 영함으로써 그 안에 계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예수님 친히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서 머무른다.”(요한 6,56)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3.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은 변화됩니다. 예수님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 비탄에 빠졌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고 슬픔에서 벗어나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사도들에게 전합니다(요한 20,11-18 참조). 사도들은 스승의 부활 소식을 듣고도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오셔서 마음에 기쁨을 가득 채워주시고 복음 선포의 사명을 맡기십니다(요한 20,19-23 참조). 제자들은 주님이 주신 기쁨으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세상에 나갈 용기와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던 토마스 사도는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동료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주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의심을 버리고 믿게 됩니다(요한 20,24-29 참조).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루카 24,13-35 참조)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을 전해줍니다. 그들은 스승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 크게 낙담하여 절망 속에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가는 길에 나그네의 모습으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납니다. 예수님은 메시아는 고난을 겪고서 영광에 이른다는 것이 이미 성경에 예고되어 있음을 가르쳐주십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저녁 무렵에 목적지인 엠마오에 도착하여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는데, 그 나그네가 빵을 떼어 나누어 줄 때 비로소 제자들의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 뵙습니다. 그 순간 주님은 그들에게서 사라지셨지만,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다른 제자들에게 주님을 만났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주님을 만난 기쁨이 복음 선포, 곧 선교로 이어진 것입니다. 4.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제자들은 두려움이나 의심 그리고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서 기쁨에 가득 차서 복음을 선포합니다. 아울러 그 기쁨을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함께 신앙 여정을 걸어갑니다. 이런 모습은 첫 신자 공동체인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곤 하였다.”(사도 2,42. 44-45) 예루살렘 첫 신앙 공동체에서 드러나듯이 주님께 기쁨을 선물 받는 사람들은 서로 친교를 이루면서, 주님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주님의 뜻대로 기꺼이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밉니다. 이렇게 그리스도를 만나 변화되는 모습은 그리스도 신앙인들을 통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께서 가장 탁월하게 현존하시는 미사에서 그분을 만나는 기쁨을 누려야 합니다. 미사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곧 성경 말씀, 기도와 찬양, 교회의 신앙 고백, 성체를 통해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맛본 사람은 한마음 한뜻의 공동체를 이루고, 주님을 세상에 전하며, 그분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곧 친교와 선교와 사랑의 봉사는 그리스도를 만난 기쁨의 열매인 것입니다. 5. 저는 우리 교구민 모두 미사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그 기쁨의 힘으로 친교와 선교와 봉사하는 교회를 이루어가기를 희망합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순차적으로 우리가 미사에서 주님을 만나도록 인도하는 성경 말씀, 기도와 성가, 교회의 신앙 고백, 성체성사를 중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하도록 합시다. ∙ 성경 말씀에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 기쁨 ∙ 기도와 성가를 통해 주님의 손길을 느끼는 기쁨 ∙ 교회의 신앙 고백을 통해 주님을 아는 기쁨 ∙ 성체로 주님과 하나 되는 기쁨 이렇게 4년을 지내고 그다음 3년 동안은 주님을 만난 기쁨의 열매인 친교, 선교, 사랑의 봉사에 역점을 두는 교회 공동체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 형제적 친교를 이루는 공동체 ∙ 힘차게 선교하는 공동체 ∙ 활기차게 사랑을 실천하며 세상에 봉사하는 공동체 6. 7년 여정의 첫해인 2025년에는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체험하기 위해 성경 말씀에 초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합시다. 성경을 부지런히 읽고 묵상하면, 성경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는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최후 만찬 중에 제자들에게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요한 15,10)라고 약속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 예수님의 계명은 사랑의 계명으로서 성경의 핵심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계명을 지키고자 열심히 성경을 읽는 이들의 마음을 열어주시고 당신이 약속하신 기쁨을 주실 것입니다. 그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성경을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성경을 필사하는 것은 더욱 좋습니다. 자주 성경 말씀을 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그 말씀이 내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때가 바로 문자로 된 성경 말씀이 살아 있는 주님의 말씀이 되는 순간이고, 그분을 만나는 기쁨을 얻게 되는 순간입니다. 특별히 미사의 말씀 전례 중에 봉독되는 성경 말씀을 통해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날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미리 읽고 미사에 참례하면, 말씀 전례 때 성경 말씀이 귀에 더 잘 들어와 우리 마음을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영성체를 하면 성체 안에 계신 주님을 훨씬 더 가까이 느끼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치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나그네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뜨거워지고, 빵을 나누면서 주님을 알아 뵙고 기뻐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주님을 만난 기쁨은 우리가 친교를 이루고 선교하며 사랑의 봉사를 하는 데에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7. 예수님은 당신의 발치에 앉아 당신의 말씀을 집중해서 듣고 있던 마리아가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42)라고 칭찬하십니다. 우리도 마리아처럼 그분 말씀을 귀 기울여 듣도록 합시다. 어린 사무엘 예언자가 주님 앞에서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도 경청의 자세를 갖추도록 합시다. 그리고 성모님처럼 주님 말씀을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입시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그리하여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루카 8,15)이 되면 좋겠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우리 모두 성경 말씀을 경청하면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기쁨의 힘으로 활기차게 신앙생활을 합시다. 무엇보다도 우리 청년들이 성경 말씀에 맛 들이면서 주님이 주시는 기쁨을 체험하고 그분께 희망을 두며 그분과 함께 자신의 인생 여정을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포하신 ‘희망의 희년’이기도 합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세상 만물을 지어내신 창조주 하느님을 믿으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신약의 하느님 백성인 우리 또한 그래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아드님 예수님을 죽음에서 부활하게 하신 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큰 능력의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올 한 해 동안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시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불러내시는 하느님”을 믿으면서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로마 4,17-18) 살아가는 ‘희망의 증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4년 11월 24일 성서 주간을 시작하면서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손희송 베네딕토
2025년 사목교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지난 2024년 5월 9일 칙서를 통해 ‘2025년 성년’을 선포하셨습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매 25년, 정기 성년을 선포하고, 이 성년을 통해 모든 신자들이 전대사의 은총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번 성년은 교황께서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을 2024년 12월 24일에 열면서 시작되고, 2026년 1월 6일에 성문이 닫히면서 마무리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우리 교구뿐 아니라 전 세계 각 교구의 주교좌 성당을 방문하고 순례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향하듯 ‘희망’을 체험하고 ‘희망’을 전하는 ‘희망의 순례자’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로마 5,1-2)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희망의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의 덕들을 깊이 묵상하고 살아가기를 권고하십니다. 로마서에서 언급하듯, 희망의 삶은 믿음을 기초로 이루어집니다. 사도 바오로는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가진 믿음의 확신 안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희망은 사랑에서 비롯되며,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거룩한 성심에서 샘솟는 사랑에 토대를 둡니다. 이는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향주삼덕, 즉 신망애(信望愛) 삼덕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덕의 실천으로 우리 모두가 더욱 깊은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향주삼덕의 기초는 바로 믿음입니다. 특히 사랑 지극한 예수 성심께 대한 깊은 믿음의 고백은 우리를 더욱 깊은 신앙으로 이끌어 줍니다. 왜냐하면 예수 성심에서 나오는 자비를 체험한 이들은 세상이 주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용기와 힘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희망의 희년을 보내면서 우리 교구 모든 신자들이 늘 실천해 왔던 성체조배의 삶을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하느님께 가까이 가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가까이 오실 것입니다.”(야고 4,8) 이처럼 우리 모두가 먼저 성체 앞에 나아가 하느님을 만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성체의 신비와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는 신자들이 됩시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우리를 믿음으로 충만하게 해주며, 희망으로 이끌며, 사랑으로 감도 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사도 바오로는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4-25) 보이는 가치, 현세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에 이 말씀은, 우리가 희망의 덕을 새롭게 생각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왜냐하면 희망은 보이지 않는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님도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라는 회칙을 2007년에 반포하셨습니다. 이 회칙 안에서 교황님은 극단적 현실 중심주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이루고자 하는 근시안적 사고,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 찬 현상을 이유로 지적하면서, 현재 우리를 감싸고 있는 세상의 많은 이들이 희망을 품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간은 더욱 자기만족에만 머물고, 세상은 계속해서 만족에 만족만을 추구하는 욕구의 장으로 변화되었음을 밝히십니다. 우리는 오늘 날에 더욱 극명하게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나오는 아쉬움과 슬픔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신자들이 희망의 성년을 보내면서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는 희망의 전도사, 희망의 선포자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희망을 선포하는 이들이 되기 위해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고 노력해야 할 것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 신자 모두의 희년 : 성체 앞에 나와 기도하며, 믿음의 확신을 살아가는 신앙인으로 거듭납시다. 그리고 우리의 믿음에서 나오는 희망찬 삶의 모습을 이웃들에게 증거하고 보여줍시다. ● 청소년·청년들의 희년 : 젊은이들이 희년을 맞이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2027년 세계 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 젊은이들에 대한 교회와 교회 구성원 모두의 깊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먼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원의를 깊이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며, 특별히 학교밖 청소년들과 위기 청년들을 향해 사랑을 베푸는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봅시다. ● 가정에서의 희년 :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가정 안에서부터 기도가 이루어지고, 가족 구성원 간의 화해와 용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사랑과 화목의 성가정이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 본당 공동체에서의 희년 : 본당 내적으로는 신자 재교육으로 신앙의 기초를 다지면서, 냉담자, 행불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전하며, 본당 밖에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웃 종교에는 관용과 대화를 통해 희망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가 되어 봅시다. ● 교구에서의 희년 : 희망의 희년 여정을 시작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 난민, 장애인을 비롯한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합시다. 아울러 연대의 마음으로 가난한 외국 교회를 위한 도움에도 함께 합시다. ● 지역사회를 위한 희년 : 지역사회 안에서 단순히 종교적 믿음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이웃이 되어 봅시다. ● 평화를 위한 희년 :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힘의 논리로 인한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일치를 위한 우리 모두의 기도와 노력이 이루어지는 희년을 만들어 봅시다. 희망의 희년을 보내며, 교구 주보이신 ‘바다의 별 성모님’께 전구의 기도를 바칩니다. 삶의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은 우리를 도우러 오시고, 희망의 지표를 밝혀 주십니다.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우리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기쁘고 희망찬 희년의 한 해, 은총의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지난해 앞으로 3년 동안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가정 복음화’에 초점을 맞추어 사목을 펼치기로 계획하였고, 그 계획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어 그 첫 번째 해를 보냈습니다. 지난 2024년 동안 많은 교우가 참된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늘 바라보고, 하느님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감으로써 혼인과 가정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곧 많은 가정이 그리스도의 ‘예언자직’과 ‘사제직’과 ‘왕직’에 참여하려고 주력함으로써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증진하였습니다. 이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혼인과 가정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여 새로운 가정 복음화에 매진하기를 바랍니다. 2. 올해 저는 특히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유는 지난해 우리가 사랑에 주력했는데, 이 사랑이 생명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생명을 낳고, 생명은 사랑의 열매이자 완성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난해 힘껏 노력했던 사랑의 실천이 올해에는 생명에 봉사하는 일로서 그 구체적인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사실 생명에 봉사하는 것은 ‘가정의 기본 임무’입니다(「가정 공동체」, 28항 참조). 부부가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출산을 지향합니다. 태어난 자녀는 부부 사랑의 열매이자 완성으로서, 서로에게 분명 선물이 됩니다. 이러한 출산을 통하여 부부는 세상에 생명을 전달하는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영예롭게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부 사랑은 이러한 생명의 전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부 사랑은 자녀가 생명의 본질적 가치와 존엄성을 깨닫도록 끊임없이 교육함으로써 “도덕적, 영신적, 초자연적 생활의 결실로서 확장되고 심화”(「가정 공동체」, 28항)됩니다. 말하자면 부부 사랑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명에 봉사하는 열매를 맺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정은 참으로 “생명의 성역”(「백주년」, 39항)입니다. 3.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려는 둘째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죽음의 문화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자신의 안락을 위해 타인을 해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도 부부관계와 가족관계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혼율이 급격하게 증가함으로써 결손가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낙태가 연간 수백만 건에 이를 정도로 일반화되었습니다. 아울러 혼인과 성(性)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붕괴로 말미암아 “혼인하는 이들이 감소하고 있으며, 혼자 살거나 또는 가정을 이루지 않고 동거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사랑의 기쁨」, 33항). 그 결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였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근본 까닭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경제 제일 정책을 펴왔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윤리의 사막화와 물질주의의 만연으로 가정과 사회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특히 물질만능주의는 인간 본질적인 가치 곧 정신적, 윤리적, 신앙적 가치를 경시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개인주의마저 부추겨 생명 경시 풍조와 사회의 각종 병리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생명적인 문화는 우리 그리스도인마저 도전적으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혹 앞에서 우리는 모든 것의 원천이며 목적이신 하느님께 돌아가 혼인과 가정의 온전한 가치를 되새기고, 이로부터 ‘생명에 봉사하는 일’에 헌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이제 우리 가정이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교회가 선포하는 다음 진리를 분명하게 명심하는 일입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신성하다. 살아 계시고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인간을, 바로 그 자체를 위하여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19항; 「생명의 복음」, 81항 참조). 따라서 모든 인간의 생명은 빼앗을 수 없는 것일 뿐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여야 합니다. 가장 먼저, 가정은 태어나는 아이를 하느님의 선물로 환대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고 돌보아야 합니다. 교회는 산아 제한, 불임 수술, 피임, 낙태 등을 일체 단죄하고 배격합니다. 그리고 가정은 생명을 전달하는 출산을 넘어서 그 생명을 인격적 사회적 전인적 교육하여야 하는 중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녀에게 모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덕행을 가르쳐야 합니다(「가정 공동체」, 36항 참조). “타인에 대한 존중, 정의감, 진심 어린 개방, 대화, 헌신적인 봉사, 연대 그 밖의 모든 다른 가치를”(「생명의 복음」, 92항) 자녀들에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부모는 “자녀에게 신앙을 가르쳐 주는 첫 스승”(「사랑의 기쁨」, 16항)으로서 자녀들이 그리스도를 온전히 받아들여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과 신앙을 통해 생명에 봉사함으로써 성숙해진 가정은 이제 여러 가지 양식으로 생명에 더욱더 봉사할 수 있습니다. 우선 타인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며 자기 자신을 점점 고립과 편협으로 내모는 개인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정은 문을 열어 다른 가정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열린 마음으로 서로 연대를 맺는 가정들은 가난한 이들의 상처를 감싸주고 만남의 문화를 형성하며 정의와 공동선에 투신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가정은 “형제애, 사회적 감수성, 약자 보호, 빛나는 신앙, 활기찬 희망이라는 색으로 회색 사회를 밝게 칠함”(「사랑의 기쁨」, 184항)으로써 생명을 풍성하게 증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정은 노인들(조부모)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입니다. 노인들을 존경하고 돌보며, 노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합니다(「사랑의 기쁨」, 192항 참조). 5. 이렇게 가정이 생명에 봉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정이 복음적으로 쇄신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복음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복음적 가치관이 우리 가정에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저는 작년에 제안한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올해에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 구체적 실천 사항 - 첫째,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모든 본당에서 가정 성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합시다. 이때 가족 구성원들이 되도록 같은 미사에 함께 참여하여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둘째, 지구나 본당 차원에서 가정과 생명 그리고 사랑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마련합시다. 특히 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생명에의 봉사’를 빼어나게 설명하고 있는 ‘제4장 너희가 나에게 해 준 것이다’를 꼭 읽고 묵상합시다. 셋째, 각 가정은 ‘가정교회’를 이루기 위해 가정기도를 바칩시다. 옛 전통을 되살려 아침 저녁으로, 아니면 적어도 저녁에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하여 기도를 함께 바칩시다. 그리고 가정기도 후에는 부부가 서로, 또 부모가 자녀에게 안수기도를 합시다. 이때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계기마다 서로에게 축복해 주는 안수기도는 가족 간의 사랑과 신뢰를 한층 깊게 할 것입니다. 넷째, 첫영성체 교리 때 되도록 부모와 함께 하는 ‘가정교리’를 활용합시다. 가정교리는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요 거기서 복음이 빛나는 곳”(교황 바오로 6세)이라는 교회의 이상을 잘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오늘날 젊은이는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젊은이를 환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2027년 세계청년대회 준비 기도문인 ‘젊은이를 위한 기도’를 미사 전·후에 바칩시다. 여섯째, 가족이 함께 교구의 성지들을 순례하여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 훌륭한 신앙을 본받읍시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순교자들이 보여주신 모범처럼 하느님을 우리 삶의 첫째로 모십시다. 일곱째, 가정사목국이 가정의 성화를 위해 연례적으로 주관하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이 프로그램과 행사는 특히 생애 주기별로 계획된 것으로서 가정교회를 이루는 데 아주 유익합니다. 아울러 이 사목교서의 ‘부록’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여러 실천 사항을 꼭 살펴보시고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자발적으로 활용합시다. 여덟째, 그동안 실천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합시다. 이 기도 운동은 한국천주교의 모든 교구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밤 9시 기도에 가정의 성화를 위해서도 지향을 두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후손들을 위한 “우리의 공동의 집”(「찬미받으소서」, 1항)인 ‘지구’를 살리고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영성을 실천합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교구의 ‘생태환경위원회’와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되, 가정에서부터 실천하며 함께 노력합시다. 2025년 한 해 동안, 우리가 혼인과 가정의 온전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증진하여 생명에 봉사함으로써 새로운 가정 복음화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저와 여러분을 통해 이 땅에 생명의 복음이 선포되고 경축되기를 빕니다.
2024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사도 요한) 주교
2025년도
교회는 지난 2021년부터 4년에 걸쳐 시노달리타스의 길을 걸어왔 습니다. 무엇보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 안에서 함께 하는 여정의 중 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경청과 존중을 바탕 으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과정입니다.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시노드적 요소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때로 상처받고 지루하게 느껴 지더라도, 분명 교회가 수행해야 하는 바가 존재하기에 사제뿐만 아 니라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하느님 백성이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입 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교회의 여정에서 오늘날 심각한 위기 상황을 계속 진단하면서, 교회다운 우리의 책임감에 대해 새롭게 언 급하고 계십니다. 또한 지난날 우리가 진행해오던 기계적이고 경직 된 교회의 방식을 지적하십니다.
2025년도 가톨릭 교회는 희망을 담은 희년 순례를 다시금 선포합니다.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 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2025년 희년의 취지를 보면, “신앙인들은 구원의 통로인 예수님과의 관 계를 보다 친밀하게 가져야 하고, 교회는 항상, 어디에서나, 우리 모두에게 예수님을 우리의 희망이 라고 선포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서기 325년 5월에 시작된 니케아 공의회로부터 1700주년이 되는 해가 2025년이라는 점을 교황님은 상기시키십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 일치에 힘 쓰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우리 모두가 2025년 희년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화하 는 일은 어떤 것인지를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제주 사회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아픔은 4.3입니다. 올해 제주 4.3은 77주년을 맞이합니다. 4.3으로 파괴되고 수난당한 마음의 상처를 서로 위로하고 어루만지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좋은 심성을 회복할 때, 제주도민들은 진정한 희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은 신앙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제주에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희년 정신이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 유시키는 것이라 할 때, '제주 4.3'을 말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구원을 말할 수 없습니다. 희년의 실 천은 시대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가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측면에서 교회가 올바른 평 화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올해의 사목적 화두라고 여깁니다. 평화는 교회가 지향해온 소중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평화가 어떤 추상적인 명제가 아니 라, 하느님과의 일치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회복과 실천이어야 합니다. 태초부터 하느님의 창 조적 질서는 우리 인간 삶의 품위를 온전한 평화의 계획 안에서 실현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 간이 가진 탐욕과 교만, 부정과 불의로 말미암은 폭력적 양상은 우리 인류 역사 속에서 전쟁을 비롯 하여 여러 비극적 현실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모든 전쟁과 분쟁의 중단, 빈곤과 부패와 범죄의 해방, 고령화에 따른 노인 문 제 해결, 기후 위기와 생태 환경의 회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협당하는 평화의 과제들이 있습니다. 평화의 길을 걷기 위해, 가정과 이웃, 직장, 학교 등을 시작으로 모든 무관심의 현실을 연민의 마음 으로 다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또한 성령께 깊이 기도하며 주님께 청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됩니 다. 이제 이러한 모든 섭리의 현실은 성령과 함께 성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구체적인 다가가기'를 실천하는 도구이길 요청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본적인 핵인 가정에서 우리는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그러니 가정이 이 핵심적이고도 필수 불가결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온전히 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평화의 문화는 모든 이의 존엄과 선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연대하고 참여하는 공동 투신입 니다. 또한 이웃의 관심을 보이고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가짐, 연민과 화해와 치유의 마음가짐, 상호 존중과 환대의 마음가짐입니다. 이러한 평화의 문화는 평화 건설을 위한 특권적인 길입니다. 무엇 보다 우리가 먼저 세계 곳곳에서 상처들을 치유하도록 이끄는 구체적인 평화의 과정들을 실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날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평화의 장인들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세상은 공허한 말이 아니라 확신에 찬 증인들이 필요합니다. 한국 교회의 큰 유산은 수많 은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친 증거입니다. 그분들이 가진 순교 영성의 가치들이 시대의 징표로서 새 롭게 한국 사회의 밀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차별 이나 반대, 거짓과 조작 없이 대화에 열려 있는 평화의 일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서로 다른 견해 와 이념을 뛰어넘어 진리의 말씀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확신에 찬 대화 없이는, 참 평화에 다다 를 수 없습니다. 평화는 "언제나 꾸준히 이룩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평화는, 우리가 언제나 공동 선을 추구하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며 법을 존중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상 호 경청은 상호 이해와 존중으로 이끌 수 있고, 심지어 원수에게서조차 형제자매의 얼굴을 찾아보 게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평화의 여정은 지속적인 투신을 요구합니다. 주님 안에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대하여도 생각해야만 합니다. 사실 환경은 "지금 세대가 다음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므로 온전하게 다음 세대로 넘겨줘야 하 는 것입니다." 우리가 관리하도록 맡겨진 피조물 보호에 신중한 세상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을 존 중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특별히 제주 사회의 문제 중 하나인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은 우 리 신앙인들에게도 올바른 식별의 잣대를 필요로 합니다. 이제 제주도민 모두가 앞으로 2~3년간의 환경영향평가라는 중대한 도전 앞에 있습니다. 여기에 올바른 식별을 통해, 창조된 모든 실재의 상 호 연관성을 온전히 인정하고 피조물의 부르짖음 모두에 제대로 귀를 기울일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지속적이고 주의 깊은 경청은 더 나아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에 대한 평화의 길을 찾아가 는 응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마디로, 평화는 소중한 선(善)입니다. 평화는 우리 희망의 대상이고 온 인류의 열망입니다. 평화 를 향한 희망은 실존적 긴장을 특징으로 하는 인간의 자세입니다. 이러한 실존적 긴장 덕분에, "목 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현재라면, 그리고 이 목표를 확신할 수 있다면, 또한 이 목표가 힘든 여정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것이라면, 우리는 온갖 어려움 안에서도 현재를 받아들이고 살아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희망은, 극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장애들이 있을 때조차도 우리가 여 정을 시작하게 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덕목입니다. 매 순간 우리 교회가 말씀과 성체의 신비를 통해 더욱더 성장하는 이 희망 안에서 평화를 이루어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 다. 아멘.
2024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1. 함께 걷는 여정의 지속 지난 2년,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시작과 함께 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이어진 후속 권고를 통해, 주님의 부당한 종인 저는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들과 영적으로 하나 되어 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 여정에 함께한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은 신앙인의 역할과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무엇보다도 서로 경청과 참여 그리고 친교를 이루는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3,1)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던 ‘말씀’ 의 삶은 끝없는 사랑의 삶이었습니다. 그 사랑의 삶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인 성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그분의 구원 여정은 성체성사 안에서 완성되며, 교회는 이를 미사성제의 거행으로 공동체 안에서 지속하고 있습니다. 2. 말씀살기 - 성체성사를 사는 삶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성제는 ‘말씀의 전례’ 와 ‘성찬의 전례’ 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말씀이시며 동시에 성체이신 예수님을 동일하게 기념하기에, 이 두 전례의 본질은 긴밀히 이어져 있습니다. 말씀살기의 여정은 곧 성체성사를 사는 이들이 얻어 누리는 은총입니다. 또한 말씀살기의 여정은 성체에 대한 공경과 일치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념이나 느낌이 아니라 살아계시는 인격이십니다. 따라서 본당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미사 거행과 신심 활동, 성체 강복과 현시 그리고 성체 조배 등은 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이어야 할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 5,3) 3. 찬미받으소서 여정 - 소박한 삶으로 가난의 영성 회복 말씀과 성체를 사는 삶은 주변 이웃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과 함께 걷는 구체적인 여정이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물질적인 가난만이 아니라 마음[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해 말합니다. 여기에서의 마음은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불어 넣으신 생명의 숨결(창세 2,7)이며, 우리의 가장 내밀한 영적인 차원을 가리킵니다. 곧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은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왔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작음과 나약함을 온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은 생명을 주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며 감사와 기쁨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고도화된 기술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며, 기술력과 경제력에 모든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자연의 주인도 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동의 집’ 인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이렇게 죽음을 향해 내달리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회개와 반성으로 생명의 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신앙인들은 깊은 곳으로부터 가난한 존재임을 깨달아 겸손한 자세로 생태적 영성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힘조차도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절망과 무력감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위한 십자가입니다. 하느님 백성은 구원으로 이끄는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희망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삶에는 세상의 시선으로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고귀한 숨결이 함께 합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기꺼이 소박함을 선택하고 불편함을 감수합시다. 우리 삶의 회심을 통한 이웃과 병든 자연을 위해 당당히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걷는 가난의 삶이 말씀과 성체로 힘을 얻고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합니다. 춘천교구의 주보인 예수 성심이여! 저희 마음이 당신을 닮게 하소서.
2023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
춘천주교 김주영 시몬
신앙 회복과 성장을 위한 견진성사의 해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이하여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여러분 부대와 가정에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2025년을 군종교구의 ‘7성사 여정’ 중 네 번째 해로 “신앙 회복과 성장을 위한 견진성사의 해”로 선포합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여정에서 그간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영적 충만함의 새 생명을 다졌고, 2023년에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선교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2024년에는 고해성사를 통해 화해와 치유를 경험하였으며, 이제 2025년에는 견진성사를 중심으로 성령의 은사를 받아 신앙을 회복하고 영적 생명이 성장하는 해로 삼으려고 합니다. 성령께서는 세상 안에서 당신 자녀들이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주시며, 그리스도의 지상 사명에 동참하는 특별한 은사를 베풀어 주십니다. 올해는 성령 안에서 신앙의 기쁨을 깊이 체험하고, 성령의 은사로 열매 맺는 삶으로 나아가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잉태되시어 세상에 오셨고,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께서 그 위에 내려오셨습니다. 나자렛 회당에서는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루카 4,18)라고 선포하셨으며,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는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순절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제자들 위에 성령께서 임하셨습니다. 이처럼 성령님은 교회의 생명력이며,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의 근원입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지만, 그것은 신앙 여정의 첫걸음입니다. 이후에는 성령의 은사를 받아 그리스도의 사명에 동참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견진성사는 우리의 신앙을 성숙, 발전시켜 줍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의 인도를 따르셨던 것처럼 우리도 교회와 결합하여 성령의 영감을 의지하여 살아가야 합니다. 견진성사에서 주교는 안수(按手)예식 후, 축성성유를 바르며 ‘성령 특은(特恩)의 날인(捺印)을 받으시오’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견진성사로 신자들은 더욱 완전히 교회에 결합되며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고 옹호하여야 할 더 무거운 의무를 집니다.’(교회헌장 11항) 성령께서는 우리의 삶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도록 이끌어주시는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3-16) 성령께서 필요한 은사를 주시고 인도하시니,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증거하고, 특히 성령의 열매 맺는 생활을 하여야 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진실, 온유, 절제, 인내, 친절, 선행”(갈라 5,22)입니다. 잘 살자고 말(言)을 하는 사람은 많으나, 실제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적습니다. 세례는 받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뒤따르려는 삶에로의 투신에는 소극적입니다.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는 증거는 열매 맺는 삶으로 드러납니다. 성령의 9가지 열매 맺는 삶이 곧,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저는 견진성사를 집전하기 전에 훈시를 통해, ‘용기’의 은사를 강조하곤 합니다. ‘용기’는 다른 표현으로 ‘굳셈’입니다. ‘신앙생활에 수반되는 장애를 극복하는 힘을 주는 은사’입니다. 이성 간의 사랑에서도 용기있는 고백이 필요하듯, 예수님을 사랑하고 증거 함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좋은 모범은 바로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십니다. 그분들은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하여 용기있게 목숨까지 내놓으셨습니다. 그 후손들인 우리도 선조들의 모범을 따라 그리스도 신앙을 용감하게 증거하고 전해야 할 것입니다. 주위에 신앙생활을 잠시 쉬고 있는 신자들을 권면하여 다시금 성당으로 인도하고, 믿지 않는 이들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사명에 충실 합시다. 내가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이를 자랑도 하고 더 나아가 이를 나누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때론 선교를 쑥스러워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이러한 부족함을 채워 주시고자 ‘용기’의 은사를 주시는 것입니다. 이를 의지하여 ‘나는 천주교 신자입니다.’라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2025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적 성년(成年)과 신앙적 성년(成年)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자연적 성년과 신앙의 성년을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적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영적으로 성숙을 이룬 것은 아닙니다. 육체적 나이에 따라 판단하기보다는 영적인 원숙함을 이루는 교육을 통해 보편교회의 소속감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이는 사제에게만 맡겨진 것이 아니라, 본당 공동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중요한 책임입니다.(「견진 예식」 일러두기 3항) 본당의 노력과 더불어 교구에서도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서울 개최를 선포하셨습니다. 우리 교구도 청년들의 신앙 회복과 성장을 목표로 ‘군종교구 청년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개최될 ‘군종교구 청년대회’는 젊은이들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고 깊게 맺으며, 신앙의 굳은 결단을 내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구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냉담했던 청년들이 다시 신앙 공동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시노드 정신에 따라 대화와 경청의 장이 될 것이며, 신앙의 성숙을 이루고 새로운 열정으로 복음화(福音化)의 길을 찾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World Youth Day)를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내려 주신 주제 성구(聖句)입니다. 올 한 해 우리 군종교구민 모두, 성령의 은사에 힘입어 하느님을 증거하는 용맹한 전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특히 교회의 ‘젊은 피’라고 할 수 있는 젊은 병사, 간부들의 신앙이 더욱 활성화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견진성사의 은사가 여러분의 삶을 인도하고, 하느님과의 친밀함 속에서 평화와 기쁨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실천사항 - 매 미사 전, ‘성령 송가’ 바치기. - 성령의 열매(갈라 5,22) 맺기. - 세례신자 모두 ‘견진성사’ 받기. - ‘쉬는신자’ / ‘예비신자’ 인도하기. - ‘병사사도회’ / ‘간부청년회’ 활성화.
2024년 대림 제1주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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