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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6년 10월 19일 (월)연중 제29주간 월요일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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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192531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6:46

예전에 즐겨 보았던 만화 영화 가운데 ‘마징가 제트’가 있습니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 이”라는 노래 가사도 생각납니다. 마징가 제트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악의 무리와 싸우는 정의의 사도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힘센 영웅이 나타나 우리를 구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참된 영웅은 무쇠로 만든 로봇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어 있는 평범한 사람을 통하여 당신의 일을 이루십니다.

 

제가 다른 일을 잠시 멈추고라도 꼭 가려고 하는 성사가 있습니다. 바로 병자성사입니다. 아픈 사람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청하기 때문입니다. 아침 산책길에 병자성사를 청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봉사자와 함께 병원으로 가려 했는데, 그 봉사자에게 회사의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다른 봉사자가 와서 함께 병원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10분 동안 저는 환자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서 멀리 미국까지 왔지만, 몸이 치료를 잘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병원에서 만난 자매님의 증세는 조금 호전되어 있었습니다. 성사를 집전하는 저도 위로를 받았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 자매님의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자, 본당의 한 봉사자가 기꺼이 응급실로 모시고 갔습니다. 그리고 밤을 새우며 환자의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가족도 아니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지만, 아픈 교우를 자기의 가족처럼 돌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요 내 형제들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하고, 아플 때 곁을 지키며,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하느님의 가족이라는 신앙고백입니다. 저는 사제의 직무로 병자성사를 집전했지만, 밤새 환자의 곁을 지킨 봉사자는 삶으로 사랑의 성사를 보여 주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주님을 향해서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밤을 새운 본당 봉사자의 열정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던 장벽을 허무시고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치료를 위해 낯선 미국에 온 자매님에게 병원과 언어와 환경은 모두 두려움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밤새 곁을 지켜준 봉사자가 있었기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서는 국적과 언어의 장벽이 무너집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낯선 사람도 이웃이 되고, 이웃은 형제와 자매가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은 채 주인을 기다리는 종들에 관해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잠을 자지 않는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이웃의 아픔을 알아차리고, 누군가의 부르짖음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가식과 교만, 게으름과 분노의 등불을 들고 있으면 그 불은 자신과 이웃에게 상처를 줄 것입니다. 그러나 희생과 나눔, 겸손과 온유의 등불을 들고 있으면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병자성사를 청하는 문자를 받고 길을 나서는 것, 급한 환자를 응급실로 모시고 가는 것, 밤새 곁을 지키는 것이 바로 등불을 켜 놓고 주님을 기다리는 종의 모습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찾아오십니다. 때로는 배고픈 사람으로, 때로는 외로운 사람으로, 때로는 병상에서 고통받는 사람으로 찾아오십니다. 그때 우리가 사랑의 등불을 들고 곁을 지켜준다면, 우리는 이미 찾아오신 주님을 맞이한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우리도 매일의 삶에서 이웃의 아픔을 알아보는 깨어 있는 눈을 지니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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