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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6년 10월 16일 (금)연중 제28주간 금요일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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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192472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6-10-15

영화에는 길을 떠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두 여인은 자신들을 억압하던 현실을 벗어나 길을 떠납니다. ‘폭풍 속으로’의 인물들은 파도와 위험 속에서 자신들이 갈망하는 자유와 한계를 찾아갑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 동안 바다를 떠돕니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지금 있는 곳을 떠나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떠나는가?”보다 “나는 어디를 향해서 가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델마와 루이스’ 여정에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자유를 찾아 떠났지만 결국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막다른 절벽이었습니다. ‘폭풍 속으로’에서도 자유를 향한 갈망은 강렬하지만, 그 자유는 죽음의 위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반면 ‘오디세이’에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돌아가야 할 이타카가 있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이렌의 유혹도, 폭풍도, 수많은 좌절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목적지가 있는 사람은 폭풍을 견딜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서 가느냐입니다.

 

성경에도 위대한 여정이 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출애굽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었습니다.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끝났다면 그것은 ‘델마와 루이스’와 같은 탈출의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모세에게는 목적지가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홍해를 건너고, 광야에서 굶주리고 목마르고, 백성들의 원망을 들으면서도 계속 걸었습니다. 출애굽의 핵심은 ‘이집트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로 가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에게도 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의 여정은 모세와 방향이 조금 달랐습니다. 모세가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갔다면, 바오로는 자신이 받은 복음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갔습니다. 안티오키아에서 출발하여 소아시아와 그리스, 로마를 향했습니다. 배가 난파되고, 감옥에 갇히고, 매를 맞으면서도 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바오로에게 중요한 것은 안전한 여행이 아니라 복음이 가야 할 곳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가 있었다면, 모세에게는 약속의 땅이 있었고, 바오로에게는 복음을 기다리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목적지가 분명했기에 폭풍이 여정을 멈추게 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모든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지를 보여 주셨습니다. 그것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죽은 뒤에만 도착하는 먼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랑할 때, 용서할 때, 가난한 이를 돌볼 때, 진실을 선택할 때 이미 시작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을 피해 도망가는 ‘델마와 루이스’의 탈출도 아니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폭풍 속으로’의 질주도 아닙니다. 오디세우스처럼 돌아갈 곳을 알고, 모세처럼 약속을 믿으며, 바오로처럼 복음을 품고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의 시작과 끝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우리도 모두 길 위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 인생의 잔잔한 바다를 지나고 있고, 어떤 사람은 거센 폭풍을 만나고 있습니다.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지를 잊지 않는다면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이타카가 있었고, 모세에게는 약속의 땅이 있었으며, 바오로에게는 복음을 기다리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하느님 나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선택한 이 길은 나를 하느님 나라로 이끌고 있는가?” 주님, 세상의 수많은 길 가운데 생명의 길을 선택하게 하시고, 인생의 폭풍 속에서도 목적지를 잃지 않으며, 끝까지 주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향해 걷게 해 주십시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 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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