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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6년 9월 23일 (수)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제자들을 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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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25 주간 목요일

192066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8:11

뉴욕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습니다. 7년 전 ‘ME’ 봉사를 함께했던 부부입니다. 코로나라는 힘든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더욱 정이 깊어진 분들입니다. 코로나 때에는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없어서 으로 피정하였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뒤에는 다시 ME 주말 봉사도 하고, 봉사자들과 함께 소풍도 다녔습니다. 제가 ME 봉사를 마칠 무렵에는 줌으로 하는 신앙 특강팀의 지도 신부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부부에게도 함께하면 좋겠다고 권했는데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결혼 25주년을 맞았는데 여행 대신에 피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두 분을 보면 잔잔한 호수가 생각납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뉴욕에서 보냈던 5년을 돌아보았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신문사에서 맡았던 일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고, 브루클린 공동체와 36개월을 함께 지내면서 낯선 땅에서 외롭지 않았던 것도 감사합니다. 신부님들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간을 견디어 낸 것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 지난날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합니다.

 

한자의 사람인()’ 자를 보면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물론 한자의 본래 어원에 대한 설명은 따로 있겠지만, 저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혼자 설 수 없구나. 서로 기대면서 살아가는 존재구나.’ 인생이란 어쩌면 서로에게 기대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제1 독서인 코헬렛은 조금 쓸쓸한 이야기를 합니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늙습니다.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세상을 떠납니다. 아무리 많은 권력과 재물을 가진 사람도 그것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의 인생은 헛된 것일까요 저는 모닥불을 생각해 봅니다. 모닥불은 아름답습니다. 어둠을 밝히고, 추운 사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답게 타오르던 모닥불도 시간이 지나면 재가 됩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불꽃이 사라지고 육신은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모닥불이 남긴 따뜻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랫말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타느냐가 아니라, 타는 동안 무엇을 밝히고 누구를 따뜻하게 했느냐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면 우리의 삶은 헛되지 않습니다. 절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다면 우리의 삶은 헛되지 않습니다. 외로운 사람 곁에 있어 주었다면 우리의 삶은 헛되지 않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고, 용서하고, 사랑했다면 우리의 삶은 절대 헛되지 않습니다.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도 이야기는 남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가 자녀에게는 가르침이 되고, 이웃에게는 희망이 되고, 다음 세대에는 길이 됩니다. 어떤 이야기는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됩니다. 어떤 이야기는 신앙이 되어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이어집니다. 마더 테레사의 삶이 그랬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작은 모닥불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도 그랬습니다. 아프리카 톤즈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음악을 가르쳤습니다. 두 분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을 밝히고 따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신앙인은 코헬렛의 모든 것이 허무하다.”라는 말씀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헤로데는 예수님의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아마 권력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헤로데에게는 이미 권력이 있었습니다. 재물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것 역시 충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명예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헤로데가 가지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은 가지라고 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나누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은 높아지라고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낮아지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은 자신을 지키라고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내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은 성공을 이야기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모두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부자는 예수님을 만났지만 슬퍼하며 떠났습니다.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놓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베드로와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은 그물을 버리고 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속에서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행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헤로데는 예수님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갔습니다. 바로 여기에 차이가 있습니다. 신앙은 예수님을 궁금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 때문에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언젠가는 모닥불처럼 사그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타는 동안 누군가를 따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곳을 밝힐 수 있습니다. 흩어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습니다. 사람 인() 자처럼 서로 기대어 주고, 넘어지는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리의 인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흙으로 돌아가도 사랑의 이야기는 남을 것입니다. 용서의 이야기는 남을 것입니다. 희생과 나눔의 이야기는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모닥불이 되어 타오를 것입니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끝나지 않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라고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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