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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6년 9월 11일 (금)연중 제23주간 금요일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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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묵상] 봄(vision)_연중 제23주간 금요일을 준비하며...

191809 서하 [nansimba] 스크랩 2026-09-10

 

연중 제 23주간 금요일

1고린토 9,16-19.22ㄴ-27 / 루카6,39-42

 

"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 (1고린토 9.19)

 

봄(vision)

 

매이지 않았으나, 스스로 종이 되다

 

바오로는 먼저 선언합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 말합니다.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곱씹어보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자유입니다. 강요당해서가 아니라, 이미 자유로운 사람이 스스로 선택해서 종이 된 것입니다. 두려움이나 의무 때문에 남에게 맞추는 것은 종살이이지만, 자유로운 사람이 사랑으로 자기를 내어주는 것은 섬김입니다. 진짜 자유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나의 선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누군가를 섬길 때 그것이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면, 그것은 내가 이미 그만큼 자유로워졌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속상하고 억울하다면, 아직 진짜 자유로 선택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의 이 고백에 깊이 공감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미 그 자유의 자리에 조금씩 다가서고 계시다는 뜻일 것입니다.

 

섬김 속에서 열리는 눈 — 이것이 바로 봄(vision)이다

 

이 자유와 섬김이 '봄(vision)'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매여 있을 때, 내 필요와 감정이라는 렌즈로만 세상을 봅니다. 그런데 자기를 내어주는 사람은 더 이상 그 렌즈에 갇혀 있지 않기에, 비로소 상대방이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의 필요가, 아픔이, 서 있는 자리가 보입니다. 이것이 진짜 봄(vision)입니다. 자기를 비우고 내어줄 때 열리는 눈. 사랑이 있는 곳에 참된 시야가 열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바오로의 고백은 단지 헌신의 다짐이 아니라, 어떻게 세상을 보게 되었는가에 대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나는 자유롭기에 종이 되었고, 종이 되었기에 비로소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들보를 빼야 비로소 자유로운 섬김이 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 있느냐?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의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

'들보'는 무엇일까요? 저는 섬기면서도 문득 올라오는 그 속상함과 억울함이 바로 그 들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는 섬기는 것처럼 보여도 '이만큼 했으니 인정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제 눈을 가리는 들보입니다. 그 들보를 진 채로는 아무리 열심히 섬겨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인정 욕구라는 렌즈로 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바오로는 자기를 비웠기에 남이 보였습니다. 바오로가 도달한 자유로운 섬김의 자리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들보 즉, 인정받고 싶은 마음, 억울함, 계산 등을 하나씩 빼내는 과정을 거쳐 다다른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아직 속상하고 억울할 때가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지금 그 들보를 발견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들보를 알아차리고 하나씩 내려놓을 때마다, 제 섬김은 조금 더 계산 없는 자유로 다가서고, 그만큼 상대방도 더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오늘, 그 봄(vision)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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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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