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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6년 9월 11일 (금)연중 제23주간 금요일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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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함승수 신부님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191800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2026-09-10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루카 6,27-38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원수’인 사람은 없습니다. 원래는 나와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 내가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원수가 되지요. 그렇게 되는 이유는 ‘그들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랐던 대로 안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당연히 해 주리라 믿었는데 그 믿음이 실망으로, 실망이 원망으로, 원망이 미움으로 바뀐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시면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주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해주다보면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무리한 요구를 했었는지를, 또한 내가 평소에 남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한 듯 받아 누리며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남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나만큼이나 부족하고 약한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용서할 힘이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주기를 바랄까요? 내가 좀 부족해도 참아주기를, 허물은 덮어주고 잘못은 용서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혹여 나로 인해 피해나 상처를 입더라도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님을 알고 너그럽게 이해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땐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사정이 어려울 땐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며, 어떤 일을 실패하더라도 추궁하고 비난하기보다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기다려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나씩 열거하다보니 우리는 남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바라고 있네요. 이렇게 기대하고 바라는 대로 서로에게 해줄 수 있다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느님 나라’가 벌써 이 세상에 실현되었을텐데 그렇지 않은 건, 남이 나에게 해주기는 바라면서, 정작 나는 남에게 그렇게 해주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우리는 남들이 먼저 나에게 그렇게 해주면 나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서로 눈치를 보며 고집을 부리지만,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보면 우리들 각자는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그 모든 것들을 다 받아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 눈치보며 미루기는 그만하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해주신 것처럼 나도 남들에게 해주라고 하십니다. 내가 하느님께 받은 것들에 비하면 내가 남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참으로 보잘 것 없겠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해보라고 독려하시는 겁니다. 사랑은 하면서 배우는 것이고 할수록 늘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떻게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내 힘으로는 도저히 사랑할 수 없던 ‘원수’ 같은 사람도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힘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하느님을 닮아갈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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