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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6년 9월 9일 (수)연중 제23주간 수요일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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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묵상] 세상 '안에서' 세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_연중 제23주간 수요일을 준비하며..

191758 서하 [nansimba] 스크랩 2026-09-08

연중 제 23주간 수요일

1고린토 7,25~31 / 루카 6.20-26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루카 6.20)


세상 '안에서' 세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마치 없는 것 처럼" 존재와 소유의 문제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가 던지는 핵심 표현은 "가진 자는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자는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라는 것입니다. 금욕주의적 세상 부정이 아니라, 존재양식의 전환을 말합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여러 번 읽으며 깨달은 것은, 결혼, 슬픔, 기쁨, 재산 .. 이 모든 것을 "가짐(having)"의 논리로 붙잡으면 그것에 종속되지만, "있음(being)"의 자유 안에서 대하면 같은 현실을 살면서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세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내적 자유입니다.


세상 한가운데서 봉헌된 삶 - 재속회 영성

 

이 자유를 삶의 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이 재속회(재속 축성생활회) 회원들입니다. 수도복도, 공동체 생활도 없이 평범한 직장과 가정, 이웃과 똑같은 일상을 살면서, 그 안에서 정결·청빈·순명을 서원으로 봉헌합니다.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 머물며 성화의 길을 걷는 소명입니다. 1947년 비오 12세 교황이 사도헌장 『프로비다 마테르 에클레시아』로 공식 인준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그 의미가 더 깊이 조명되었습니다.

오늘 바오로의 말씀 "가진 자는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은 재속회원들이 출근길과 가정, 사회관계 속에서 매일 살아내려는 바로 그 영성입니다. 특별한 옷이나 장소 없이도 하느님께 온전히 속한 삶, 어쩌면 가장 조용하지만 담대한 봉헌의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짜 가난은 지갑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

 

예수님은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이라 하시고, 곧이어 "불행하여라, 부유한 사람들!"이라 하십니다. 돈이 죄라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가난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더 이상 스스로 채울 수 없어 하느님을 향해 두 손을 펼 수밖에 없는 마음입니다. 반대로 부유함, 배부름, 칭찬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 자체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이미 충분하다"는 착각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충분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하느님을 찾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진짜 가난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아무것도 절대적으로 붙잡지 않는 마음입니다.


왜 가난한 사람이 행복한가

 

굶주리는 사람, 우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합니까? 예수님은 도덕적 보상이 아니라 존재의 실상을 말씀하십니다. 배부른 사람은 더 채울 자리가 없지만, 비어 있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이 들어오실 자리가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행복한 것은 나중에 보상받아서가 아니라, 지금 이미 하느님을 향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옛 성인들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살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바오로가 말한 "가진 사람은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입니다.

바오로는 이 세상의 형태는 사라져 간다고 말합니다. 허무주의가 아니라, 우리가 붙잡고 있는 재산, 인정, 안정, 계획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위로입니다.

 

오늘 나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이 없어져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는가? 나는 무엇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채우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정직해지는 것, 그것이 오늘 복음이 말하는 '가난'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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