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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2부> 파티마의 외침 ―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

2969 박소영 [b38927] 스크랩 2026-08-10

<묵상 에세이 2부>


✦ 파티마의 외침 ―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


<파티마의 제3의 비밀>


교황청이 2000년 6월 26일 공개한 파티마의 제3의 비밀은 루치아 수녀가 기록한 환시와, 그에 대한 교회의 신학적 해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환시는 성모님의 왼편 조금 위에 나타난 한 천사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천사는 왼손에 불타는 칼을 들고 있었고, 그 칼에서는 마치 세상을 불태울 듯한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오른손에서 나오는 찬란한 빛이 그 불꽃을 막아 꺼지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천사는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세 번 외쳤습니다.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

"Penitência! Penitência! Penitência!" (루치아 수녀의 원고, 포르투칼어)

"Penance! Penance! Penance!" (교황청 번역, 영어)


이어 루치아 수녀는 하느님 안에서 한 빛을 보았다고 기록합니다. 그 빛 안에서 "흰옷 입은 주교"를 보았으며, "우리는 그가 교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다른 주교들과 사제들, 수도자들, 그리고 많은 신자들과 함께 가파른 산을 향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들이 지나가는 도시는 반쯤 무너져 폐허가 되어 있었고, 곳곳에는 죽은 이들의 시신이 놓여 있었습니다. 흰옷 입은 주교는 깊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 걸음을 멈추며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마침내 일행은 산 정상에 있는 거대한 거친 나무 십자가에 이르렀습니다. 흰옷 입은 주교는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고, 그 순간 군인들이 총탄과 화살을 쏘아 그를 죽였습니다. 이어서 주교들, 사제들, 남녀 수도자들, 그리고 다양한 신분의 수많은 평신도들도 차례로 순교하였습니다.

 

십자가 아래에는 각각 수정으로 된 성작을 든 두 천사가 서 있었습니다. 천사들은 순교자들의 피를 성작에 받아 모은 뒤,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혼들에게 그 피를 뿌려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환시는 끝이 납니다.

 

교황청은 이 환시에 대해, 그것이 미래를 사진처럼 미리 보여 주는 예언이 아니라, 인간을 회개와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 부르기 위한 사적 계시라고 설명합니다. 예언은 정해진 미래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서 인간이 자유롭게 응답하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당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훗날 교황 베네딕토 16세)은 환시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불타는 칼을 하느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표지로 설명합니다. 세상을 불태울 듯한 불꽃은 죄와 폭력으로 말미암아 인류가 스스로 초래할 수 있는 파괴를 나타내지만, 성모님의 빛이 그 불꽃을 막는 모습은 회개와 기도를 통하여 심판이 유예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천사가 세 번 외친 "속죄하여라!"는 복음의 핵심인 회개를 향한 강력한 초대이며, 인간이 기도와 보속의 삶을 통하여 하느님께 돌아오도록 촉구하는 외침이라고 설명합니다.

 

환시에 나타나는 순교의 장면은 특정한 한 사건만을 가리키기보다, 역사 속에서 교회가 겪어 온 박해와 수많은 그리스도인의 희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교황청은 이 환시가 특히 1981년 5월 13일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암살 시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지만, 라칭거 추기경은 그 의미를 그 사건 하나에만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환시가 교회가 시대마다 겪는 고난과 순교를 함께 보여 주는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환시는 순교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장면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보여 줍니다. 천사들이 순교자들의 피를 성작에 받아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혼들에게 뿌리는 모습은, 순교가 헛되지 않으며 그 희생이 많은 영혼들의 구원에 열매를 맺는다는 상징으로 해석됩니다.

 

라칭거 추기경은 이를 통해 교회는 고난과 박해를 통하여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정화되고, 마침내 그리스도의 승리에 참여하게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425.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다 ― 교회와 인류의 회개를 위한 성모님의 부르심>

 

파티마에서 시작된 이러한 메시지는 훗날 성모님께서 마리아 사제운동을 통해 전하신 메시지 속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1990년 5월 13일, 파티마 발현 73주년을 맞아 전하신 메시지에서 성모님께서는 1917년 파티마에서 시작된 모성적 호소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십니다.

 

성모님께서는 먼저, 자신이 하늘에서 파티마에 내려오신 것은 인류가 이 험난한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기 위해서였으며, 그 이후 일어난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자신의 예언대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인류는 회개와 기도와 속죄의 길을 통해 주님께 돌아오라는 모성적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결과 수천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비극을 겪게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교황과 주교들이 러시아를 성모님께 봉헌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는 회개의 은총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오류를 온 세상에 퍼뜨렸고, 그 결과 전쟁과 폭력, 유혈 혁명, 그리고 교회와 교황에 대한 박해가 일어났다고 말씀하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이어 이 시대의 배후에서 활동하는 존재가 사탄이라고 말씀하시며, 사탄이 인류를 하느님과 그분 사랑의 법에서 멀어지게 하고, 증오와 폭력, 부도덕을 확산시키며, 이혼과 낙태, 음행과 생명을 거스르는 여러 행위들을 합법화하도록 이끌었다고 경고하십니다.

 

그리고 인류가 마지막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리시며,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선언하십니다. 그 이유는 마지막 비밀들을 밝혀 줌으로써 인류가 앞으로 겪게 될 땅의 정화를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십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다음 말씀입니다.

 

(425.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다,7-10)

"이곳 내가 발현한 세 아이들에게 알려 준 나의 세 번째 비밀은 아직까지 너희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사건들의 추이 자체를 통해 모든 이에게 환히 드러날 것이다.

교회가 전에 없이 엄청난 배교의 시기를 치르게 되리라. ‘무법자’(2테살 2,3)가 교회 내부에 침투하여 바로 ‘하느님의 성전’에 앉는(2테살 2,4 참조) 한편, 믿음에 충실히 남아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더없이 큰 시련과 박해를 당하리라.

인류는 대징벌의 시기를 겪음으로써 준비를 갖춘 후에야 영광에 싸여 다시 오실 주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리라.

이런 이유로 나는 특히 오늘날 하늘에서 다시 내려온다. 나의 빈번한 발현과 메시지들을 통해서, 그리고 이 특별한 ‘사업’, 즉 ‘마리아 사제운동’을 통해서이다. 이는 너희로 하여금 바야흐로 일어나려 하는 사건들을 다 치를 각오가 서게 하여 그리스도 재림의 가장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단계에 속하는 이 시기 동안 너희 손을 잡아 이끌어 주려는 것이요, 그분의 그 영광스러운 다시 오심이 임박한 이때 모든 이의 정신과 마음을 준비시켜 그분을 영접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1990년, 제3의 비밀이 아직 교황청에 의해 공개되기 전에 전해졌습니다. 성모님께서는 그 비밀의 내용을 직접 말씀하시기보다, 시간이 흐르며 전개되는 사건들 자체가 그 의미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어 성모님께서는 교회 안에 전에 없던 큰 배교가 일어나고, 무법자가 하느님의 성전 안에 자리하며, 신앙에 충실히 남아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큰 시련과 박해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또한 인류는 대징벌의 시기를 거쳐야 하며, 그러한 정화를 통하여 영광 중에 다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성모님께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오늘날에도 계속 하늘에서 내려오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잦은 발현과 메시지, 그리고 마리아 사제운동을 통하여 신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사건들을 믿음 안에서 준비하고,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을 맞이하도록 손을 잡아 이끌어 주시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이처럼 파티마의 제3의 비밀과 1990년 파티마 메시지는 서로 다른 시대에 전해졌지만, 하나의 동일한 흐름 안에서 이어집니다. 두 메시지는 모두 회개와 기도, 그리고 속죄의 삶을 촉구하며, 교회가 겪게 될 시련과 정화를 거쳐 마침내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을 맞이하도록 준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르심은 세상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교회를 향한 것입니다. 회개와 기도, 그리고 속죄의 삶은 교회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복음으로 돌아갈 때 교회는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의 회개와 쇄신 ― 최재선 주교가 보여 준 기도와 가난의 삶>


파티마의 제3의 비밀과 1990년 성모님의 메시지를 함께 묵상하면, 성모님께서 촉구하시는 회개의 길은 세상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교회가 먼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도록 초대하는 부르심임을 깨닫게 됩니다

 

성모님께서는 교회가 전에 없이 큰 배교의 시기를 겪게 되고, 충실히 신앙을 지키는 이들은 큰 시련과 박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이러한 말씀 앞에서 교회가 먼저 바라보아야 할 것은 세상의 죄만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선 교회 자신의 모습과 복음에 대한 충실함일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대 부산교구장을 지내신 고(故) 최재선 요한 주교님의 삶과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최 주교님은 평생을 기도와 가난, 그리고 봉헌의 삶으로 사셨습니다. 교구장으로 재직하실 때에도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셨고, 은퇴 후에도 작은 방에서 생활하며 하루 평균 스무 단의 묵주기도를 바치셨습니다. 그분에게 기도는 단순한 신심 행위가 아니라 교회를 이끌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힘이었습니다. 

  

또한 최 주교님은 교회가 받은 은혜를 자신 안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다시 세상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한국교회가 과거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았던 ‘받는 교회’에서 이제는 가난한 이들과 선교지에 복음을 전하는 ‘주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셨습니다.

 

그 뜻에 따라 설립된 한국외방선교회와 한국외방선교수녀회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받은 은혜를 세계 교회와 나누는 선교의 열매가 되었습니다. 이는 교회가 진정으로 회개할 때, 자신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특히 후배 사제들에게 전하신 말씀은 오늘날 교회가 다시 마음에 새겨야 할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의 생명은 기도인데 점점 기도생활을 안 해서 걱정이야."


또한 최 주교님은 교회의 쇄신은 화려한 계획이나 많은 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성직자들이 기도하고 복음적 가난을 살아가는 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신부들이 말과 계획만 무성하고 실천을 하지 않아. 교회가 발전하려면 신부들이 먼저 부지런히 기도하면서 가난하게 살아야 해."


이 말씀은 파티마에서 천사가 세 번 외친 "속죄하여라!"라는 외침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회개와 속죄의 삶은 무엇보다 먼저 교회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하느님 백성을 이끄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기도와 복음적 가난, 희생과 실천의 삶으로 돌아갈 때 교회는 다시 거룩함을 회복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 파티마에서 보여 주신 환시에서 흰옷 입은 주교는 가장 앞에서 십자가를 향해 걸어갑니다. 그는 먼저 고난의 길을 걸었고, 먼저 무릎을 꿇어 기도했으며, 먼저 순교의 잔을 마셨습니다. 이는 교회의 목자들이 누구보다 먼저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을 봉헌해야 함을 묵상하게 합니다.

 

오늘날 교회 역시 세상의 회개만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교회가 복음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성직자는 기도의 사람으로, 수도자는 봉헌의 사람으로, 평신도는 복음을 삶으로 증언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 교회는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파티마에서 울려 퍼진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 속죄하여라!"라는 천사의 외침은 오늘도 세상뿐 아니라 무엇보다 교회를 향하여 먼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기도와 복음적 가난, 사랑과 희생, 실천의 삶으로 돌아가도록 초대합니다.

 

고(故) 최재선 요한 주교님께서 평생 보여 주신 삶은 바로 이러한 회개와 속죄의 길이 무엇인지를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언한 하나의 복음적 표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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